양우람 기자

흥국생명 기업이미지 광고가 화제다. 흥국생명은 이달 10일부터 공중파를 통해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창사 이후 처음이다.

광고는 ‘손’과 ‘발’ 두 편으로 나뉜다. 먼저 손편을 보면 한 노동자가 머리 뒤로 흰 수건을 질끈 동여맨다. 이어 그는 망치를 치켜들고 붉게 달아오른 쇳덩어리를 힘껏 내려친다. 발편은 여러 사람들의 맨발이 주인공이다. 카메라 속의 발들은 경쾌한 행진곡에 맞춰 흙길·자갈길·눈길을 거침없이 나아간다. "한걸음, 한걸음 오랜 세월 한 길만 묵묵히 걸어온 딴딴한 흥국, 앞으로도 딴딴하게 당신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각각의 광고는 해머링맨(Hammering Man, 망치질하는 사람)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마무리된다. 서울시 신문로1가 흥국생명 본사 앞에는 팔을 휘두르며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해머링맨이 설치돼 있다. 높이 22미터, 무게 50톤의 거인의 쉴 새 없는 ‘노동’은 어느덧 광화문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조각가 조너선 브롭스키가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해 2002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작품이다.

흥국생명은 광고를 통해 “끊임없는 노력(노동)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화면을 통해 등장하는 해머링맨의 위용과 겹쳐 효과를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흥국생명의 광고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이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동을 앞세웠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서 노동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2005년 1월 지점 통폐합과 은행의 방카슈랑스 확대 등을 이유로 21명을 해고했다. 대부분 노조간부였다. 회사가 미리 선정해 둔 217명은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퇴직을 당했다. 법원은 미래경영상 이유로도 해고가 정당하다고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해고가 발생한 그해 흥국생명은 4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263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늘었다. 이듬해에는 727억원으로 증가했다.

흥국생명 해고자들이 거리로 내몰린 지 31일로 만 9년이 됐다. 춥고 배고픈 나날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복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의 노동하는 인간을 연상시키는 기업이미지 광고는 해고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흥국생명이 자랑하는 해머링맨의 망치질이 전파를 타고 있다. ‘신성한 노동’으로 포장된 그 동작이 누군가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고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은 알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