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파트타임(시간제) 노동자가 늘고 있다. 일본 전체 고용노동자 중 35% 정도가 비정규직인데, 이 중 20%(비정규직 중 57%) 안팎이 파트타임 노동자로 추산된다. 파트타임 노동자의 상당수가 육아·간호·자유로운 근무시간 등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한 것도 눈에 띈다.

27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에 따르면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지난해 7~8월에 걸쳐 5인 이상 사업장 3천591곳과 파트타임 노동자 5천31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는 우리나라의 노동연구원에 해당하는 연구기관이다.

사용자는 '바쁠 때 쓰고' 노동자는 '자발적 선택'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 기업 중 1명 이상의 파트타임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은 66.7%였다. 지난해 7~9월 일본 비정규직이 전체 고용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5%였다. 정부 공식 통계로 35% 안팎인 우리나라와 유사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에서는 전체 노동자 중 30.9%가 비정규직이었다. 이 중 파트타임 노동자는 20.4%였다.

일본 사용자의 36.3%(복수응답)가 "하루 중 바쁜 시간대에 대응하기 위해"라고 파트타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계절적 요인을 꼽은 16.0%와 아침·심야 등 특정 시간대 대응(11.3%)을 합하면 일손이 많이 필요한 특정시기에 파트타임을 고용한다는 의견이 63.6%로 집계됐다. 임금·고용문제를 꼽은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임금이 저렴해서(29.6%)·사회보험 부담이 적어서(18.7%)·고용이 용이해서(10.9%)라고 답한 이들은 59.2%로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그렇다면 일본 노동자들은 왜 파트타임을 선택할까. 일본 노동자들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스스로 파트타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시간대나 요일에 일하고 싶어서"라는 응답(41.2%·복수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근무시간이나 근무일수가 짧아서(30.1%)·육아나 간호 등의 사정이 있어서(26.0%)·수입이나 노동시간 조정 등 취업조정이 가능해서(19.8%)가 뒤를 이었다. 선택률이 높았던 응답은 대부분 자발적 사유였다.

반면 바로 일할 수 있어서(16.2%)·정규직 일자리가 없어서(14.8%)와 같은 비자발적 사유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현상은 파트타임 근무자의 50~60%가 주부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가정을 함께 챙기려는 주부들이 주로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6시간(주당 평균 27.2시간)을 일하고 1주일에 평균 4.5일을 출근했다. 잔업도 거의 하지 않고(71.5%) 있었다. 임금은 86.1%가 시급제로 받고 있었다. 월급제는 7.0%, 일급제는 2.6%에 그쳤다. 평균 시급액은 1천2엔(2012년 8월 기준 1만4천430원)이었고, 월급제의 월평균 임금은 17만8천771엔(247만4천300원)이었다.

임금 수준이 어떤지를 물었을 때 "정규직보다 낮지만 납득한다"는 답변은 46.1%였고 "납득하지 못한다"는 26.2%였다. 임금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60%(복수응답)가 "(정규직과) 책임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해당 기업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데 … 임금차별이 문제

그럼에도 해결할 과제는 있었다. 일본 파트타임 노동자들은 근무조건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사항으로 "근속연수가 늘어도 임금이 오르지 않아서"(51.1%·복수응답)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의 내용과 자기 공헌에 비해 임금이 낮다(41.9%)거나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보다 임금이 낮아서(35.0%)는 답변도 있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파트타임 일자리이지만 그래도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취업의향을 물은 결과 지금의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가 63.4%로 가장 많았다. 회사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응답은 13.1%였다. 76.5%가 현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번 조사를 시행한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는 파트타임 고용형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불만사항인 △근로연수와 임금 연계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파트타임 노동자(76.5%)가 해당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임금·노동조건 차별해소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오학수 주임연구위원은 "일본에서 파트타임은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기업도 필요로 하기에 최근 증가하고 있다"이라며 "한국도 늘어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은 다소 짧지만 기간의 정함이 없이 4대 보험이나 승진 등에서 차별받지 않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양성하기 위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을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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