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위 세 명의 '하늘님'들은 끊임없이 몸을 들썩이며 어깨춤을 췄다.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긴 듯했지만 사실은 영하 12도의 한파에 몸이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을 안쓰럽게 쳐다보는 땅 위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부의 몸짓이기도 했다.

"우리는 괜찮아요. 이렇게 춤도 추고 있잖아요."

"여기는 괜찮으니 더 열심히 투쟁합시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앞 고공농성장 앞에서 '송전탑 희망콘서트'가 열렸다. 평택역 광장에서 '쌍용차로 향하는 희망버스 결의대회'에 참여했던 500여명은 2시간가량을 행진해 이곳 송전탑으로 '하늘님'들을 만나러 왔다. 이날로 농성 68일째를 맞은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회장은 '하늘님'으로 불린다.

저 멀리 행진대열의 깃발이 보이자 송전탑 위가 들썩였다. 빨간색 패딩 점퍼를 입은 한상균 전 지부장은 벌써부터 손을 흔들고 어깨춤을 추며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문기주 지회장은 캠코더를 들고 행진대열을 찍었다. 복기성 수석부회장은 팔이 떨어져라 휘저으며 인사를 했다.

고공농성 3인방은 입김마저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도 자신들을 찾아온 행렬에 무척 신이 난 듯 보였다. 한 30대 여성은 "여기서 보면 괜찮아 보이긴 한다"면서도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쌍용차 가족대책위가 준비한 따끈한 밥과 어묵탕으로 허기를 달랜 참가자들은 곧 노종면 YTN 해직기자의 사회로 시작된 '한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제목의 송전탑 희망콘서트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콘서트에는 시인 정희성씨를 비롯해 가수 손병휘·백자·레드로, 창작 판소리팀 '바닥소리', 국악밴드 '소름'이 참여해 풍성함을 더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하늘님'들의 노래였다. "가야 하네. 우리 함께 어깨 걸고 억압과 착취 모두 깨부수리. 투쟁으로 우리 하나 되어 사랑 가득한 평등의 새 땅으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끝없는 노동으로 절망하고 짓밟히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손에 손잡고 벅찬 새날 위하여…."

송전탑 위로 올라간 마이크를 잡은 이들 세 명이 민중가요 '가야 하네'라는 노래를 부르자 땅 위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문기주 지회장은 "즐거운 마음으로 투쟁하려고 하고 있다"고 손을 흔들었고, 참가자들은 "아프지 마세요"라고 화답했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송전탑을 향해 "하늘님들이여!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버텨 달라"며 "당신들이 희망이다. 그 희망을 반드시 우리가 만들겠다"고 목청을 돋궜다. 김 지부장은 시선을 다시 땅 위 사람들에게 돌리며 "연대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아내 때문에 죽을 수 없었는데, 요즘에는 죽지 않고 살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이 많은 연대의 힘을 다 갚고,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바람개비를 고공농성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나무와 펜스 곳곳에 붙였다. 그리고 다시 희망버스를 타고 서울과 평택역을 향해 출발했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땅 위에서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하늘 위에서는 '하늘님'들이 희망버스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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