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011년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앞두고 모든 계열사에 취업규칙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엽기적인 노조탄압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는 이마트는 변경된 취업규칙을 근거로 노조 위원장을 해고했다. 신세계그룹이 노조 탄압의 막후 역할을 한 셈이다.

17일 노웅래·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2011년 8월4일 신세계백화점·이마트·신세계건설·스타벅스 등 10개 계열사에 취업규칙 변경을 지시했다. 신세계 경영전략실은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복수노조 대응을 위한 사별 취업규칙 강화 취지”라며 ‘취업규칙 개정 가이드’를 전달했다. 그룹은 취업규칙 개정을 8월까지 완료할 것을 지시했다.

신세계는 취업규칙 개정 가이드에서 밝힌 취업규칙 변경 목적에서 “노조설립 직후 집회·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연차휴가 사용을 요청할 경우에 대비해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며 “노조는 세력 확산을 위해 사내 유인물 배포와 대자보 부착 등 각종 홍보활동을 전개하므로 차단할 근거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휴가시기 변경권·유인물·근무복장·온라인 노조활동·정보보안·회사비방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개정취지와 함께 구체적인 조항을 예시했다.

이러한 사실은 “복수노조 대응 시나리오는 실행하지 않았고 일부 직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는 이마트의 해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세계그룹이 취업규칙 변경을 계기로 복수노조 대응을 진두지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는 그룹의 지시대로 같은해 8월24일 노동부에 취업규칙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 해고는 손쉽게 이뤄졌다. 예컨대 연차유급휴가를 쓰려면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추가됐고, 승인을 반드시 받게 했다. 승인된 휴가계획을 따르지 않을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에 따라 전 위원장은 신청한 연차휴가·병가가 승인되지 않아 무단결근 처리됐고, 결국 지난해 11월 해고됐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연차휴가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은 근로기준법 취지에 반하는 내용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며 “유인물·복장·통신망 제약 등은 노동3권을 부정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노웅래·장하나 의원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일부 직원의 자의적 판단이라고 해명한 이마트측의 입장은 거짓임이 명확해졌다”며 “이마트의 행위는 신세계그룹 차원의 복수노조 대응전략에 따른 전사적인 조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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