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홍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입사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며칠간 휴가를 써 봤다고 하셨다. 서울 한 대학의 기숙사와 교육관에서 시설관리를 담당하고 계신 분들이다. 물론 대학교는 그분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있다. 담당 관리자의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용역회사에 고용돼 있다. 용역회사가 바뀌어도 경비 노동자를 통해 전해 받는 계약서 한 장으로 다음 용역회사에 내 밥줄이 인계됐구나 알 수 있을 뿐이다.

밤이 익숙한 분들이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가 근무시간이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혹여나 밤에 덜 익숙해질까 염려해 주는 대학교와 용역회사 덕분에 한 시간 먼저인 저녁 5시부터 근무를 시작한다. 1주일에 6일을 매일같이 15시간 또는 16시간씩 근무한다. 1주일에 하루 주어지는 쉬는 날은 월요일에서 금요일 중의 평일 하루여야 한다. 주말에 가족과 누릴 수 있는 밝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둠은 온전하게 그분들의 것이다.

똑같이 일을 했을 뿐이다. 주 5일, 하루 8시간 일을 하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행여나 빛을 덜 볼까 염려해 주는 대학교 덕에 하루 7시간 일을 하는 대학교 소속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이, 그분들은 담당하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모든 민원을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알뜰하게 살아야 한다는 대학교와 용역회사의 배려로 매달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급여를 손에 쥘 때면, 고마움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솟아난다고 했다. 노동의 가치는 숭고하기에 결코 화폐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는 듯한 대학교와 용역회사의 계산방식에, 그분들은 본인의 가치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보다 절반만 일하고 두 배에 가까운 월급을 받아 가는 정규직 노동자를 보면서, 대학교가 책정하는 하청 노동자의 인건비 셈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성의 산실인 대학교들이 그 영민함으로, 직접고용해야 할 하청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이 정도이니, 그러한 영민함조차 가지지 못한 수천·수만의 원청보다는 낫다고 그분들이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는, 최근 노동조합에 가입해 5년 만에 휴가를 며칠 다녀올 수 있었노라고, 기가 차는 표정이었던가 설레는 표정이었던가 아니, 그 반반의 표정이 섞인 채 웃어 보였다.

이미 수많은 싸움이 있어 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일부일 뿐 잠겨 있는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의 얼굴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잠겨 있는 분들의 몸이 스스로 움직임과 동시에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손을 내밀 때, 그리고 그러한 상호작용이 끊이지 않고 발생할 때에만 가능성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그 이전이라고 달랐겠느냐마는, 지난해 12월의 그 어느 날부터, 오감으로 느껴지는 어둠의 농도는 한층 짙어졌다. 의문과 탄식을 비롯해 형언할 수 없는 상황을 표현하는 모든 감탄사가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해도, 망연자실 할 수만은 없는 법.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어둠을 품고 있는 지금, 5년 만의 휴가로 웃음을 머금은 그분들의 하얀 치아 사이로 밝음이 뻗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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