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순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합의했다. 금융노조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 산하 36개 지부의 보충교섭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사업장에서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합의가 속속 체결되고 있다.

다수의 지부들은 상급단체인 노조의 2012년 임금·단체협약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장에서 고용형태별로 존재하던 차별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순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 후 1년이 경과하면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비정규직 관련법에 따른 계약직의 무기계약직 전환기한(2년)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라 노동계 안팎의 큰 주목을 받았다.

금융 노사는 또 △무기계약직에 대한 타직군 전환제도 도입 △2013년 내에 정규직-비정규직 복지차별 해소에 공감했다. 노조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지부별 보충교섭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는 산별 합의정신이 효과적으로 구현되는 중”이라며 “현재 교섭 중인 사업장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산업은행지부의 '통 큰' 움직임=노조가 3일 공개한 ‘2012년 보충교섭 진행 및 결과’ 문건에 따르면 산하지부 상당수가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처우개선과 관련해 눈에 띄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단연 주목받는 곳은 기간제 노동자 전체를 무기계약직으로 일괄 전환하는 합의를 도출한 기업은행지부다. IBK기업은행 노사는 최근 마무리된 보충교섭에서 창구텔러·전화상담원·사무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 전원(1천130명)을 다음달 1일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에서 계약직이 사라지고 전체 직원들의 정년이 59세까지 보장된다. 임금을 제외한 복지수준도 정규직과 동일해진다. 지부는 사측에 기간제 노동자 채용금지를 요구한 끝에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산업은행지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향후 기간제 채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무기계약직에 신규직급을 부여해 정규직 전환의 길을 텄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370여명의 무기계약직들에게 6급 행원의 직급이 부여될 예정이다. 대신 정규직 전환고시가 폐지되고 인사고과에 따라 대졸 신입 정규직과 같은 5급 승진기회가 부여된다.

강태욱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기존 무기계약직의 급여·복지 자체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가 조심스럽다”며 “호봉이 높은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임금이 깎이는 불합리한 현상을 막기 위해 별도의 임금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1년 후 무기계약직 전환 바람=기업은행지부와 산업은행지부 외에도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보호하는 합의에 이른 지부가 적지 않다. 대구은행지부는 기존에 없던 무기계약직에 대한 복지연금을 신설했고, 산별합의에 따라 채용 1년이 경과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제주은행지부는 무기계약직 창구텔러들에게 올해부터 가족 복지수당을 지급하고, 이들에게 임직원 대출을 적용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제주은행지부도 올해부터 채용 1년이 경과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사측과 합의했다. 산립조합중앙회지부와 한국기업데이터지부도 채용 1년 이상 계약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바람에 동참했다.

최근 보충교섭을 완료한 KB국민은행지부는 전환고시를 통해 올해 100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은행과 합의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나아가 올해 상반기에 노사공동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뒤 무기계약직의 복지향상을 위해 △전환인원 확대 △하위직급 신설 △전환고시 합격자 이전 호봉 인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 국책금융기관 지부위원장은 "1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의 정년보장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사용자가 1년 미만 단기 계약직 고용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며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처우개선과 관련해 각 사업장 지부와 상급단체의 지속적인 감시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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