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례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2고단1936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 등

1. 사건의 개요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사건의 개요
주식회사 에스제이엠은 2012년 7월27일 새벽, ㈜컨택터스 용역직원들을 투입해 당시 사업장에 있던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에스제이엠지회 조합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약 40여명의 조합원들은 머리가 깨지고, 입술이 터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최대 전치 12주의 상해를 당했다.

에스제이엠 노무관리이사인 민○○를 비롯한 사측 관리자 4~5명은 현장에 나와 컨택터스 용역직원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폭력행위를 독려하고 소화기를 가져다주는 등 컨택터스 용역직원들의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했다.

주식회사 에스제이엠은 2012년도 임금·단체 교섭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2년 4월24일 ㈜컨택터스와 처음 접촉했다. 지회가 본격적으로 쟁의행위를 시작하기도 전인 같은해 6월과 7월 두 차례 접촉을 통해 용역 경비원 투입 및 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이처럼 주식회사 에스제이엠은 지회의 쟁의행위 개시 이전부터 이미 직장폐쇄를 계획했다. 용역업체 투입을 통한 물리력 행사라는 구체적 방법까지 정해 놓고 이를 그대로 실행해 유혈 낭자한 폭력을 사용해 지회 조합원들을 공장에서 내쫓아 버렸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2012년 12월14일 주식회사 에스제이엠의 노무관리이사인 민○○, ㈜컨택터스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구○○·서○○, ㈜컨택터스의 팀장인 최○○·김○○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 경비업법 위반의 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에서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1)

위 판결이 밝힌 양형의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 민○○의 주도하에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조직적·계획적으로 공모된 것으로, 노사관계의 한축이 돼야 할 노동조합을 협상이나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파괴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그 범행경위와 동기가 매우 좋지 못한 점.

둘째,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경비에 동원된 장비, 이 사건 현장의 위험성, 경비대원의 규모 등에 비춰 볼 때 노동조합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매우 큰 불상사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무리한 지시를 해 큰 불상사를 초래한 점.

셋째, 4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적게는 1주부터 최고 12주까지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어 그 피해의 결과가 매우 중한 점.

넷째, 피고인 구○○·서○○·최○○·김○○은 동종의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자숙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2. 노사 분쟁과 관련한 용역폭력에 대한 종래 처벌 례

이 사건처럼 끔찍한 사설 폭력을 이용한 노조 쟁의행위의 무력화 및 노조파괴 시도는 오래 전부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것이었다.

쌍용자동차·상신브레이크·발레오만도·KEC·3M·재능교육·한진중공업·현대자동차 아산공장·경상병원·유성기업·JW생명과학·골든브릿지 등 최근의 사례만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용자들이 용역업체를 고용해 소속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사용자들의 사주를 받은 용역직원들은 쇠파이프·곤봉·방패로 무장한 상태로 사업장에 난입해 노동자들을 무차별 폭행했다. 여성조합원들에게 끔직한 성적 폭언을 일삼고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등의 범죄를 자행했다. 이러한 끔찍한 폭력을 겪은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깊은 절망을 느낀 나머지 민주노조를 등지거나 회사를 떠났다.

경찰·검찰·법원 등 국가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깊은 절망을 회복할 수 없는 좌절로 바꿔 버렸다.

작업장에서 무법천지의 유혈 낭자한 폭력이 계속되는 동안 현장에 있던 경찰은 폭력을 제지하기는커녕 이를 수수방관했다. 검찰과 법원은 피해자인 노동자들에게만 한없이 가혹했고 가해자인 사용자와 용역직원들에게는 관대했다. 국가는 사용자·용역업체의 범죄행위를 방조하고 이들에게 관대한 태도를 취하면서 사실상 이들의 공범 역할을 자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작업장에서는 끔찍한 폭력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았다.

객관적인 수치 또한 이를 증명한다.

2011년 9월19일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장세환 의원이 공개한 ‘최근 3년간(2008∼2011. 8. 31) 노동자·철거민, 시설주(사용자)·용역업체에 대한 불법행위 수사결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철거민의 경우 4천197명이 입건되고 이 중 3천832명이 기소되고 43명이 구속됐다. 이에 반해 시설주(사용자)·용역업체의 경우에는 288명이 입건되고 이 중 116명만이 기소되고 구속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사용자와 용역직원들 중 자신들의 범죄로 인해 구속 기소되거나 실형을 선고 받은 예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2)

3.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무엇보다도 용역 폭력과 관련해 이를 사주한 사용자측 인사와 직접 폭력을 행사한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해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무분별한 용역 폭력을 자행하는 사용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줬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피고인들에 대한 첫 번째 양형사유다. 법원은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 민흥기(사측 관리자)의 주도하에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공모된 것으로서 노사관계의 한축이 되어야 할 노동조합을 협상이나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파괴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서 그 범행경위와 동기가 매우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범행이 단순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조직적·계획적으로 기획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용자의 노조파괴라는 목적이 무거운 양형의 근거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앞서 예를 든 사업장들의 사용자들은 모두 용역폭력을 통해 노동자들로 하여금 공포심과 무력감을 갖게 했다.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 행사를 단념케 하고 더 나아가 노조 자체를 파괴하려 했고 실제 그 목적이 달성돼 수많은 민주노조가 무너졌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지금까지 위와 같은 진실을 애써 외면했고 집단적인 폭력으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짓밟는 사용자들과 용역직원들의 중대한 범죄를 한낱 가벼운 단순 폭행 내지 교통사고로 둔갑시켰다.3)

하지만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잘못된 태도에서 벗어나 노조파괴를 위한 용역폭력 사용이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 무거운 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4. 맺음말

결론을 대신해 이 사건 그리고 노조파괴 목적의 용역폭력과 관련해 아직 죗값을 치러야 할 자들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첫째, 이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안산 단원경찰서장을 비롯한 안산 단원경찰서 경찰관들 또한 중하게 처벌돼야 한다. 이들은 이 사건 당시 에스제이엠 회사와 ㈜컨택터스 용역직원들의 폭력행위 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범죄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현장에 도착해서도 용역직원들의 폭력행위를 직접 목격하고 조합원들로부터 수많은 구조요청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하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직무유기)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회사와 용역직원들의 폭력범죄에 대한 공동정범 내지 방조에 해당한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현재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만에 하나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앞서 지적한 것처럼 쌍용자동차·유성기업·KEC 등 용역폭력이 있었던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끔찍한 용역폭력이 자행되고도 사용자 및 용역직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 뒤에는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상 사용자 및 용역업체를 두둔한 국가가 있었다. 이들 또한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특히 검찰은 위 사업장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목적의 용역폭력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하고 합당한 처분을 내려 지금까지 저지른 자신의 죗값을 조금이나마 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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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민○○, 구○○, 서○○ 각 징역 4년
최○○, 김○○ 각 징역 3년 및 벌금 200만원

주2) 2012년 6월19일 용역직원 10여명이 칼을 들고 JW생명과학노조의 천막농성장을 침탈한 사건과 관련해 최근에 JW생명과학 노무관계자 1명과 용역 직원 5명이 구속 기소됐다.

주3) 2011년 5월19일 유성기업에 투입된 용역직원 중 1명은 대포차를 이용해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서 있는 인도를 덮쳤고, 이로 인해 13명의 조합원들이 크게 다쳤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위 용역 직원에 대해 살인미수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이 아닌 소위 뺑소니 범죄에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을 적용했다. 법원은 위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위 직원은 사건 발생 한 달 후 다시 현장에 나와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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