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비정규직 송전탑 고공농성이 71일째를 맞은 지난 26일 방문객들이 최병승·천의봉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상고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올해 2월23일 오후 2시30분 대법원 1호 법정에서 판사의 짧은 선고가 나오자 엄숙해야 할 법정 안이 기쁨의 함성과 눈물로 뒤섞였다.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한 진짜 사용자가 누구냐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이 7년 만에 최종 결론에 이른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어 파견 후 2년이 지난 후부터 최씨와 현대차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진 그 날, 현대자동차는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문을 송달받는 데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하청연대를 복원하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현재, 대법원 판결의 주인공 최병승씨는 공장이 아닌 송전철탑에서 혹한의 겨울을 맞고 있다.

현대차 원하청 노사와 금속노조 등은 올해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열 네 차례 열었지만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대법원 판결이 최씨 개인에 대한 판결일 뿐이라며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오는 2016년까지 3천5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채용하는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 판결취지는 자동차 생산시설 같은 제조업에서 사내하도급은 사실상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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