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유성기업·상신브레이크·발레오전장·KEC·SJM·영남대의료원…. 이들 모두가 희생자였다. 극심한 노사갈등 끝에 노조 집행부는 해고됐다. 조합원은 급격히 줄었다.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하면 컨택터스·CJ시큐리티와 같은 사설 용역업체 직원들이 무장하고 나타났다. 폭력을 휘둘렀다. 친사용자 성격의 새 집행부가 들어서거나 아예 새 노조가 생겼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였다. 노사정 전문가 47명이 선택해 10대 노동뉴스 5위에 올랐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9월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교섭해태로 노조 파업 등 쟁의행위 유도→쟁의행위시 직장폐쇄→사설 경비·용역 투입→친기업노조 설립·지원→조합원 탈퇴 유도와 기존노조 무력화'가 핵심이었다.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되고 실행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 자문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100억원대를 넘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청문회를 열었다. '더러운 비즈니스'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는 친인척 명의로 비전컨설팅과 휴먼밸류컨설팅이라는 종이회사를 만들어 다양한 경로로 계약을 맺는 치밀함을 보였다.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와 정부도 당혹했다. 경영계는 "일부 기업의 문제"라고 축소하거나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빚은 사태"라고 책임을 넘겼다. 혹은 침묵했다.

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특히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노조파괴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게 곤혹스러웠다.

노동부는 창조컨설팅의 노무법인 등록과 심종두 대표·김주목 전무의 공인노무사 등록을 취소했다. 검찰은 창조컨설팅 자문을 받은 기업 세 곳을 압수수색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창조컨설팅도 충격적이지만 돈만 내면 노조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용자의 인식은 더 문제"라며 "깃털 창조컨설팅이 아닌 몸통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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