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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해의 인물] 현대차 사내하청 최병승씨, 법조차 외면한 현실에 고공농성 나서

2012년 올해의 인물 부문은 그야말로 접전의 연속이었다. 1위와 10위의 격차가 15표에 불과했다. 공동순위도 두 차례 나왔다. 한두 표 차이로 등수가 엇갈렸다. 굵직한 사건이 없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사건이 너무 많았다. 18대 대통령선거에다 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언론파업·노조파괴 논란까지…. 설문에 응한 100명의 노사정 전문가들은 누구를 올해의 인물로 선택했을까.

지난해에는 김진숙·조남호·송경동·김여진·희망버스 등 한진중공업 사태 관련 인물이 10위권을 싹쓸이했다. 올해는 주요 사건별로 대표적인 인물이 순위 하나씩을 꿰찼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상징하는 최병승씨가 노사정 전문가 100명 중 62명의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김진숙씨가 97표를 얻어 압도적 1위에 오른 바 있다.

쌍용차 관계자들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1일간 단식했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51표를 얻어 공동 5위를 기록했다. 10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쌍용차 평택공장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은 17표를 받아 18위에 올랐다.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박원순 서울시장은 51표를 받아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매일노동뉴스> '올해의 인물'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경총 회장을 제외하고 사용자가 순위권에 든 경우는 대체로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한 시기였다. 지난해 정리해고 사태로 희망버스의 반격을 받았던 조남호 한진중 회장이 5위를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노조파괴 공작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창조컨설팅(대표 심종두)과 조남호 신드롬(해외출장을 핑계로 국회출석을 거부하는 행태를 꼬집는 말)을 뛰어넘는 실력을 과시했던 김재철 MBC 사장이 각각 58표와 47표를 받아 2위와 10위를 기록했다.

대통령 후보 중 10위권에 든 인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유일했다. 56표로 3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와 노동권 강화 공약에 대해 노동계는 기대를, 경영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올해의 인물에서는 45표를 받아 11위에 그쳤지만 2013년에 주목할 인물에서는 2위와 세 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해 같은해 인물 순위 7위에 올랐던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4위로 세 계단 뛰었다. 이 장관이 추진했던 장시간 노동 개선은 18대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 모두 공약으로 채택했다.

조직 내부 논란 끝에 스스로 위원장직을 내놓은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들도 순위권에 들었다. 임원직선제 논란을 겪었던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50표를 받아 공동 7위, 정치방침 논란 끝에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문재인 후보를 도왔던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49표로 9위를 기록했다.

노동현장을 누비며 노동정치에 앞장선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50표로 공동 7위를 했다.

“법 지켜라” 외치며 하늘로 오른 노동자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선택한 올해의 인물 1위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다. 최씨는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정규직 판결을 받을 때부터 이미 1위를 예고했다. 7년간의 소송과 수차례의 해고·수배 끝에 얻은 결과다.

대법원 판결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현대차로 돌아가지 못했다. 대신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 30일 현재 75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고공농성을 하면서 동상에 걸리고 저산소증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철탑 위에서 내려올 날은 기약이 없다. 최씨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청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을 지키라는 절박한 외침이다.

노동자에게 '공포'를 컨설팅하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한국 노사관계에 몰고 온 파장은 컸다.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노사정 모두가 깜짝 놀랐다.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이 실제로 존재하는 데다, 그들이 작성한 내용이 매우 세밀하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기업들은 '교섭해태로 노조 파업 등 쟁의행위 유도→쟁의행위시 직장폐쇄→사설 경비·용역 투입→친기업노조 설립·지원→조합원 탈퇴 유도와 기존노조 무력화'라는 공식에 따라 노조를 파괴했다.

창조컨설팅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망을 피하면서 교섭을 해태하는 방법과 노조간부 징계·손해배상 등 압박, 조합원 개별면담 및 공장 선별복귀를 통한 기존노조 탈퇴·무력화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자문했다. 심종두 대표를 포함한 창조컨설팅이 올해의 인물 2위를 차지한 배경이다.

노조 시위 전문 경호경비업체를 표방한 컨택터스는 물리적 폭력으로 노동자에게 공포를 컨설팅했다. 컨택터스 운영자인 서아무개씨와 폭력을 사주한 자동차 부품회사 SJM의 민아무개 이사는 법원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공모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모두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컨택터스는 노사정 전문가 22명의 선택을 받아 14위를 기록했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폭로하고 SJM 폭력사태 진상규명위원으로 활동했던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50명의 선택을 받아 공동 7위에 올랐다. 한국노동연구원 출신인 은 의원은 노동전문가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국회 입성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8개월 남짓 활동을 하면서 쌍용차 정리해고·현대차 불법파견 등 노동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부지런히 누볐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인물이다.

문재인 올해의 인물 3위, 박근혜 내년에 주목할 인물 1위

문재인 의원은 3위를 차지했다.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순위권에 들었다. 56명이 선택했다. 문 전 후보는 대선 직후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희망을 놓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27일 저녁에는 대선 결과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 한진중공업 최강서씨의 빈소를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각각 45표(11위)와 38표(12위)를 받아 10위권 입성에 실패했다. 다만 박근혜 당선자는 내년에 주목할 인물 1위에 올랐다.

이채필 노동부장관은 올해의 인물에서 4위를 했다. 노사정 전문가 54명이 그를 선택했다. 현대차 불법파견과 KT 인력퇴출 프로그램,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와 같은 사건에 직면하면서 부실감독·뒷북행정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장시간 노동 업종 수시감독과 부당노동행위 사업장 압수수색, 불법파견·차별시정 감독에 나섰다. 그는 특히 부당노동행위를 암세포에 비유하면서 "드러내든 녹이든 해결하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장관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장관 임기와 함께 30여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다.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김정우 쌍용차지부장 5위

공동 5위는 각각 51표씩을 받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지했다. 김 지부장은 올해 10월 스물세 번째 희생자가 나오자 곡기를 끊었다.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1일을 버텼다. 체중이 13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그는 단식 기간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곡기를 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의 단식은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수용 약속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보다 한 순위 떨어지긴 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노사정 전문가들이 뽑는 올해의 인물 순위에서 자치단체장이 두 번 연속 10위권에 등장한 것은 박 시장이 처음이다. 박 시장은 올해 5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자가 인간적 조건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한 서울을 만드는 첩경"이라며 노동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 7천59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나 아직 살아 있다고!”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들 순위권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들이 10위권을 지킨 것도 눈에 띈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50표를 받아 공동 7위,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49표로 9위를 기록했다. 평소에 “3년 임기를 채우는 첫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김 전 위원장은 임기를 불과 두 달여 남겨 놓고 스스로 위원장직에서 내려왔다. 임원직선제를 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사퇴 후 “직선제는 바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정치방침을 둘러싼 조직갈등 끝에 위원장직을 내놨다. 이 전 위원장은 사퇴 후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노동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표정이 밝아졌다는 후문이다.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내 앞에선 국회도 어림없다” 무소불위 김재철 사장 10위

10위는 조남호 신드롬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한 김재철 MBC 사장이다. 노사정 전문가 48명이 그를 선택했다. 파업을 이끈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12표)보다 네 배나 많은 표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MBC 파업’ 하면 170여일을 싸운 조합원보다 김재철 사장을 먼저 떠올렸다.

김 사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와 MBC 파업 특별회의·청문회까지 4번의 국회 출석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불출석 이유는 해외출장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 여야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동행명령장도 김 사장 앞에서는 무력했다. 지난해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가 '조남호 신드롬'이라는 신종어의 주인공이 됐던 조남호 한진중 회장도 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국회에 나왔다. 그런데 김 사장은 각종 스캔들·비리 의혹에다, 여야 정치권의 직·간접적인 퇴진압력까지 받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MBC본부 조합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한편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은 13위를 기록했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 2013년 주목할 인물은 1월2일자에 게재됩니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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