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노동자들의 삶이 허공을 맴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보름 만에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코스콤 비정규직 천막농성장 철거로 시대를 열었다. 그 후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은 마지막 비상구로 철탑 위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고공농성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금도 기약 없는 철탑농성이 계속 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천의봉씨는 울산 현대차 공장 인근 송전탑에 오른 지 이날로 74일째가 됐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현대차의 대법원 판결 이행이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최병승씨는 7년 간의 투쟁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현대차는 판결을 최병승씨 개인에 대한 문제로 축소해 사태 해결이 요원하다.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인근에는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회장이 40일째 철탑에 몸을 묶고 있다. 김정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41일간의 단식 끝에 병원으로 실려간 지 12시간 만에 시작된 농성이다. 이들의 요구는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와 희생자 보상이다. 쌍용차 사태가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즉각적인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충남 아산에서 굴다리 농성을 70일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사측이 결탁해 "민주노조를 파괴했다"며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 버스노동자들도 이달 12일 세 번째 철탑농성을 벌이다 내려왔다. 민주노조 인정을 위해 투쟁에 나선 지 735일만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4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노동현장에는 '죽음의 번호표'가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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