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양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가 39%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였다.(매일경제신문 20일자)

기업 관리직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10%로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여성기업인 비중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 25%도 안 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년 전과 거의 비슷한 55%로 OECD 평균(65%)보다 10%포인트 낮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출산율이 감소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자녀 1명당 교육비가 늘어 여성의 교육수준도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도 여학생의 읽기 능력이 남학생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고, 대학 졸업자 비율도 남녀 간 큰 차이가 없다.

보고서는 교육에서 여성의 높은 성취가 노동시장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보다 우수하고 대학 졸업자 비율이 비슷한 데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는 저조하다.

보고서는 육아휴직·보육제도 개선 등 가정과 직장일 병행에 도움을 주는 정책 변화에도 장시간 근로, 퇴근 후 회식,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등의 직장문화가 존재하는 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2018년부터 근로 연령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이런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기 위해 남성이 가정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고 한국의 직장문화가 좀 더 가정친화적이 돼야 하며 유연근로시간제·모성휴가제와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등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장시간 근로와 회식문화, 연공서열 체계로 짜여진 한국의 직장문화 때문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M곡선’을 띠고 있다. 지속적인 저출산 때문에 한국 사회는 2018년 이후에는 노동력 부족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을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내내 내건 최대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경제민주화는 결국엔 여성·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을 살리는 길이다. 박 당선자는 당선과 함께 광화문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거듭 약속했다. 선거 막바지에는 박 당선자의 입에서 “중산층 70% 확대”라는 구호가 자주 나왔다.

중산층 70% 확대는 종국에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저고용 저실업’ 국가다. 현 정부의 고용노동부도 5년 내내 ‘저고용’에서 탈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리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무려 10%나 떨어져 있다. 고용노동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고용률 2%를 끌어올리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고용률 상승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편한 세상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첫 여성 대통령에게 주어진 첫 숙제다.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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