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18대 선거니까 이제 대통령이 모두 18명인 거냐고, 투표소 따라나선 아이가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엄마는 손을 꼽아 셈한 끝에 말하기를 한 사람이 다섯 번을 한 적도 있다고. 그러니 꼭 18명은 아니라고. 군인이었고 독재자였다고 엄마는 덧붙였다. 갸우뚱, 그러나 아이는 길게 줄 선 사람들 틈에서 더는 묻지 않았다. 유신, 독재, 적어도 그건 아이가 받아 삼킬 말은 아니었지. 반장 선거 때 자기도 해 봤다며 기표소 들어간 아빠 뒤통수에 재잘거렸다. 함께 인증샷을 남겼다. 버릇처럼 '브이' 하려는 데 엄마가 말렸다. 눈 감았다며 두 번을 찍었다. 태어나 맞은 두 번의 대통령 선거였지만 기억하는 첫 번째 선거를 아이는 소풍 가듯 치렀다. 그리고 늦은 밤 광화문 광장에 붉은 물결. 태극기 흔들며 환호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잠 많은 아이는 보지 못했다. 어느 군인 출신 대통령의 오래된 초상을 들고 울먹이던 할아버지도, 그 옆에서 대통령 만세를 외치던 청년도 못 봤다. 다만 아이는 초저녁 김에 싼 밥이며 시래깃국 차려 주던 엄마가 내뱉은 한숨 소리를 들었고 그렁그렁 아빠 눈에 맺혀 반짝이던 물기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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