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보장과 비정규직 차별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은 노동자 한분 한분의 절박한 요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행복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선결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주최 노동자대회에서 대선후보 자격으로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노동계의 표심을 자극했다. 박 당선자는 노동기본권 보장과 비정규직 고용안정, 최저임금 인상에 노동시간단축을 더해 4가지를 선결과제로 꼽았다.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시간단축 문제를 각각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사내하도급법 제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전임자임금·교섭창구 단일화 개선요구에 대해서는 노사정 대화를 먼저 하고, 뒤에 법안을 손보자고 했다.

◇대선 막판 '정리해고 요건 강화' 약속=박 당선자가 대선 막판에 발표한 공약집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늘(늘리고)·지(지키고)·오(올리는)'라는 이름으로 공약집에 담긴 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당선자가 약속한 '늘지오'의 대표적인 공약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리해고 요건 강화, 대규모 정리해고시 고용재난지역 선포 △정년연장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 관행 정착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 △비정규 노동자 사회보험 적용 확대다.

박 당선자는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법안이 제출되지는 않았는데, 그간 새누리당이 얘기했던 규제방안보다 강도가 셀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간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차별시정 제도를 보완하는 내용의 또 다른 기간제법 개정안도 박 당선자의 개정목록 법안에 들어 있다.

◇논란 뚫고 행동으로 옮길까=박근혜 당선자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한목소리로 노동시장 규제를 외쳤다. 하지만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고용형태공시제를 담은 고용정책 기본법 등 두어 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조차 넘지 못했다. 대표적인 법안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다. 박 당선자와 문재인 후보 모두 60세 정년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 의원들은 정년연장과 동시에 노사가 자율로 결정하던 임금피크제 도입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반대했다. 정년연장 시행에 유예기간을 두고, 기업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정하자는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이 맞붙었다. 결국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간제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1일 법안소위에서는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이 쟁점이 되면서 논의 자체를 뒤로 미뤘다. 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사용사유 제한과 관련한 한국노총의 질의에 “노사정 간 협의를 통해 보완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간접고용 문제에서도 야당과 박 당선자의 의견은 엇갈린다. 야당은 특수고용직 문제의 경우 근기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사용자 개념을 확장해 문제를 풀자는 입장이지만 박 당선자는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박 당선자가 공약한 사내하도급법 제정안은 야당과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사내하청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야당이 "근로자 평균임금의 50%를 최저기준으로 법제화하자"고 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기법 개정안은 여야가 각각 당론법안으로 제출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해를 넘겨 서야 논의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고, 근로시간 특례 축소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포괄임금제 폐지나 변동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는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표 노동'이 국회 입법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