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기나긴 선거가 저물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다. 먼저 당선자에게 축하드린다. 이번 선거는 유난히 길었다는 느낌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투표율이 보여 주듯 막판까지 치열했던 것도 있지만 지난 정권(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표현은 이렇게 해도 좋겠다)이 시작과 동시에 보여 준 무능에 많은 노동자들이 실망하면서 사실상 그때부터 새로운 선거를 기다려 온 탓이 컸으리라. 그리고 이제 긴 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당선자에 바라는 몇 가지 희망을 생각해 봤다. 우선 정말로 법을 잘 지키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 헌법과 법률에서부터 내부 규율에 이르기까지 약속이란 약속은 모두 포함된다. 이것은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는 선서의 내용이기도 하다. 수천 가지에 이르는 공약을 실천하는 것도 법에 따르겠다는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 정부의 실패는 바로 법을 무시한 데서 비롯했다. 인치가 아닌 법치, 결과에 못지않게 절차에 높은 가치를 둬야 할 것이다.

헌법정신이 그 시작이다. 대통령은 반드시 의회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시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 못지않게 의회도 그에 상당하는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았던가. 헌법은 의회와 정부 각자의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의회는 입법을, 정부는 법집행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야말로 나라를 위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돌아보면 이 같은 기본을 지킨 정부가 있었던가 싶다. 입법부를 절대권력을 실현하는 수단, 이른바 통법부로 전락시키는 순간 그 정부는 불행의 길의 걸어야만 했다. 의회가 정부에 법률로 위임한 범위 내에서 순수한 의미에서의 법집행만이 정부에게 부여된 최대의 의무이자 동시에 권한이다.

다음으로 모든 행정의 중심에 일하는 자를 뒀으면 한다. 노동자가 정책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일하는 자를 위한 정책이어야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한 일하지 않는 자를 위한 정책은 그 자체로 정부를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노동자의 삶과 무관한 정책은 그 어느 것도 성공한 예를 찾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정부가 보여 준 결과다.

그렇다고 기업의 가치를 무시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노동자와 기업이 어찌 분리될 수 있겠는가. 노동자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게 되면 자연히 노동이 존중받게 되고 이런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면 그 무엇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책의 가장 중심에는 규율보다 자율을 둬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도 행복하다. 앞서 준법하는 정부에 대한 소망과 논리적으로 배치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법은 최소화하되 그렇게 만들어진 법을 최대한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이다. 대신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과감히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는가.

언론과 문화 영역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언론과 문화에 대한 통제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언론은 자유가 생명이며 문화는 자유가 아니면 재미를 불러올 수 없지 않는가. 노사관계에 관한 것은 더욱 그렇다. 자율에 맡겨야 한다. 정히 제도를 두더라도 노사가 자율로 정하면 충분하다. 원래 만들어진 취지대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돌려놓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노조전임자 제도와 창구단일화 제도는 시급히 노사에 돌려줘야 한다. 2010년 1월1일 이전의 노사관계와 지금의 노사관계만 비교해 보더라도 그 근거는 충분하다. 지금의 노사관계가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하는 자는 슬프게도 고용노동부뿐이다. 노조 때문에 기업이 어려워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거나 급기야 기업이 망했다는 그런 비논리는 이제 기업에게도 통하지 않는다.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이제야 허용됐다는 말도, 조합원수가 늘었다는 말도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부디 5년 후에는 이런 희망이 모두 이뤄져 있기를 소망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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