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올해 3월 유방암으로 숨진 김아무개(당시 36세)씨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유방암이 산재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중에서는 두 번째로 산재승인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16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서울질판위)가 지난 3일 회의를 열고 고인의 유방암 발병이 과거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근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정했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아무개씨는 19살인 95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4년9개월간 반도체생산 임플란트 공정에서 일했다. 2000년 퇴사한 김씨는 결혼생활 중인 2009년 8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암세포가 뼈와 간에 전이돼 올해 3월 끝내 숨졌다. 이에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같은달 6일 공단에 장의비 및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질판위는 "고인이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유해물질의 노출을 정량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기용제·방사선 노출이 인정된다"며 "노출시기가 빠를수록 암 발병률이 높은 점과 교대근무로 인한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 등의 근거를 복합적으로 판단할 때 고인의 유방암 발병은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근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정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달 14일 고인의 유가족에게 유족급여가 지급됐다"고 말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올해 4월 삼성반도체 재생불량성빈혈 피해자 김지숙씨가 산재승인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산재승인 결정이 나왔다"며 "삼성의 주장과 달리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가 명백한 사실이고, 반도체 공장의 유해한 환경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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