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노사가 올해 '주야 맞교대'라는 전근대적인 근무형태를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1월 시행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실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노사 간 실무협의에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간연속 2교대 시행을 앞두고 특별교섭에 돌입한 부품업계 노사는 임금보전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내년을 '심야노동 철폐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서는 노동시간단축 논의를 노사에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고정수당·휴일특근 등 쟁점 '수두룩'

현대차지부는 11일 오전 울산공장에서 대의원을 대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 8월 임금교섭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방안에 합의한 뒤 노사가 4개월간 논의한 근무형태 변경 세부안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당초 현대차 노사는 10월 말까지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후속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노사 간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올 연말까지로 협의기간을 연장했다. 남은 논의시한은 20여일이다.

쟁점은 차고 넘친다. 휴일특근 근무형태도 풀리지 않는 쟁점 중 하나다. 현재 휴일특근은 토요일 오후 5시에 출근해 일요일 오전 8시까지 14시간 일하는 체계다. 노사는 내년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과 함께 휴일특근 역시 '8시간+9시간' 근무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휴일 총생산시간이 17시간으로 증가하는 반면 그동안 휴일근무와 심야근무 할증으로 33.5시간치를 받던 임금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지부는 휴일특근에 대한 임금보전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반대하고 있다.

월급제 전환에 따른 통상수당 지급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현대차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로 노동시간을 3시간 줄이되, 총액임금과 총생산량을 현행 수준대로 보전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하고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임금은 '근무능률향상 수당'으로, 근무시간대 변경에 따른 할증임금은 '주간연속 2교대 전환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급방식이 정률이냐, 정액이냐를 놓고 노사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률 인상으로 할 경우 매년 큰 폭의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6단 자동변속기 등 지금도 생산물량이 부족해 노동시간단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엔진변속기부문에 대한 대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주간연속 2교대를 시범운영한 기아차는 각 공장별로 문제점과 보완책에 대한 점검을 마무리하고, 공장별로 라인 증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새벽 1시에 업무가 끝나는 2조 근무자의 퇴근길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다. 노사 협의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어렵다. 어려워…" 부품사는 '한숨만'

부품사 노사도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위한 교섭에 착수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각각 시트를 납품하는 금속노조 엠시트아산지회와 금속노련 존슨콘트롤즈노조는 사측과 교대제 변경을 위한 특별교섭에 들어갔다. 한라공조는 노사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가동 중이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와 울산지역 금속사용자협의회는 지난달 23일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상견례를 마쳤다. 만도나 델파이 등에 브레이크 부품을 납품하는 2차 벤더인 새론오토모티브 노사는 TF팀을 구성해 교대제 개편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품사 노사의 협상은 대부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부품사노조 관계자는 "편성효율이 이미 80~90%에 달해 더 이상 노동강도를 높일 여력이 없다"며 "노동시간을 줄이고 생산량과 임금을 보전하려니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춘곤 금속노조 울산지부 사무국장은 "98년 이후 부품사 수익률이 꾸준히 감소했기 때문에 원청에서 단가인상 또는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이 담보되지 않으면 교대제 개편은 어렵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최근 '주간연속 2교대 부품사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13일과 14일 관련 워크숍에서 최종 확정한다. 가이드라인에는 △'8시간+8시간' 근무형태를 원칙으로 하고 △'기본급+고정 O/T수당+심야할증수당+제수당' 형태의 월급제로 임금보전 △물량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사가 노력하되 물량보전과 임금보전의 연계 금지 △설비투자로 인한 전환배치, 생산량 만회를 이유로 한 외주·바이백 등은 노사합의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품사 노사의 공동요구로 원·하청 공정거래 제도화를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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