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소속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국장이 울산공장 근처 송전탑에 오른 지 50일이 넘었다. 이들은 불법파견 인정과 신규채용 중단, 정몽구 회장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사업장으로 최병승씨는 이미 현대차 직원”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시중여론은 물론 고용노동부와 정치권도 회사에 전향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기업의 소송 남용을 제한하고 부당해고에도 긴급이행명령을 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최병승법(근로기준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18대 대선에서 야권단일화를 이루면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동선언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고공농성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회사는 꼿꼿하다. 노사의 특별교섭도 교착상태다. 최병승씨는 철탑에 오르면서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날이 점점 쌀쌀해진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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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법 판결 존중한다면서 불법파견 인정 안해”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

현대자동차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현대차는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최병승 개인에 대한 판결로 축소하고, 헌법소원을 냈으니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못된 주장이다.

당시 소송의 최대 쟁점은 2004년 노동부가 울산과 아산·전주공장의 9천234개 공정 전체를 불법파견이라고 규정한 것이 옳았느냐, 틀렸느냐의 문제였다. 왜냐하면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다가 해고됐기 때문이다.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려면 필연적으로 불법파견이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한다. 지난 7년간 불법파견임을 확인하기 위해 수천 장의 입증문서를 제출하고 수백 장의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법원에 냈다. 이를 통해 대법원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했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은 2010년과 2012년에 걸쳐 두 차례에 걸쳐 나왔다. 판례로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는 동종업종의 유사사례에 적용되는 것이 법리적 상식이다.

그런데 현대차가 이런 상식을 무시하고 있어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법원 판결 자의적 확대해석 경계해야”

현대차 정책홍보팀
한성호 부장

현대차 사내하도급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문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나,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최병승씨 대법원 판결을 자의적으로 확대하거나 유추해석해 모든 사내하도급 직원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최근 울산지법에서도 판결을 통해 ‘1인의 대법원 판결을 전체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의 자의적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사법부 견해인 것이다.

최병승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불법파견 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근로자지위확인을 위한 집단소송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전향적으로 우선 사내하도급 정규직 채용과 처우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집단소송 결과에 대해서도 준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사의 진정성 있는 문제해결 노력이 비현실적인 ‘전원 정규직화’ 주장 앞에서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내하도급 문제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고용유연성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측면이 있다. 그런 만큼 당사자인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풀어 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문제 해결의 길이다.

“회사 전향적 변화를, 노조도 대화와 타협 병행해야”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최병승씨를 포함한 현대차의 사내하도급 문제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있었던 사안인 만큼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사내하도급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시각이 달라졌다. 지난달 15일 울산 철탑을 방문해서 농성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구체적이고 강하게 문제해결을 주문하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얼마 전 울산에 가서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시기를 앞당기고 규모도 회사가 제안한 안보다 늘리도록 요구했다. 내가 강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현대차도 비정규직지회에 최병승씨의 복직을 약속했다. 전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안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최병승씨가 동지들이 모두 복직해야 한다고 해서 철탑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데, 최씨의 제안을 수용하기에는 대상인원이 워낙 대규모라 회사측 입장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최병승씨를 비롯한 비정규직지회도 대화와 타협과 투쟁을 유연하게 병행했으면 좋겠다.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접근은 안 된다. 앞으로 노사협상에서 진전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압력에 의해 변할 것”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현대차 문제의 본질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의 명령이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입장에서 봤을 때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특정 재벌이 법과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사회운영원리를 회피하고 적용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현대차 문제는 일반적인 노사문제가 아니라 법과 법원의 명령을 통해 우리 사회가 운영되게 하는 질서를 세우는 문제다.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차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2010년 11월 1천94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판결이 조만간 나오고, 대선 이후 해결을 약속한 정치권이 실행계획을 가동하게 될 경우 현대차 문제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잘못된 해결의 전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법의 명령을 우선 시행하고,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모양새다. 그런데 현대차가 진정성 있는 해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스스로 각성하고 진정성 있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외부적 압력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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