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쌍용차 국정조사 개최에 찬성의사를 밝혔으니 국정조사 개최는 이제 '상수'가 됐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지난달 모든 의원들의 연명으로 ‘쌍용차 정리해고 및 정부기관의 각종 개입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발의했다.

남은 변수는 개최시기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날 ‘대선 전 처리, 대선 후 조사’ 원칙을 밝혀 ‘대선 후 처리’를 단서로 내건 새누리당과 이견을 보였지만 이 역시 조정 가능한 쟁점으로 보인다. 국회가 기술유출과 먹튀, 회계조작에 의한 정리해고, 77일간의 파업과 인권유린 강경진압 등 복합적인 문제를 푸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국조 수용은 강온파의 변증법=모든 종류의 분규는 여권의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프레임 전쟁이 맞붙는 대선에서는 특히 그렇다. 단식농성과 고공농성을 반복하던 쌍용차 노동자 문제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안에서 쌍용차 문제를 보는 관점은 명확하게 엇갈려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온건파와 발을 담그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시각을 가진 강경파가 존재한다.

그간 온건파의 손짓은 계속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중심이 됐다. 지난달 1일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과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대한문 앞 농성장을 찾아 당시 단식 중이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본지 11월2일자 4면 참조> 김 의원은 당시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국정조사가 정치판의 면피용 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정쟁이 아닌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를 언급한 새누리당의 첫 움직임이었다. 방문 하루 전날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지식경제위원회 여당 간사인 여상규 의원, 김 의원이 쌍용차 문제를 놓고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의 전향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이런 변화에 제동을 건 쪽은 이한구 원내대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청문회를 했기 때문에 안 된다”, “회사의 문제에 국회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 원내대표의 완고한 생각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에 의해 소개됐다. 4일 김성태·김상민·이종훈·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의 기자회견도 이 원내대표의 흔쾌한 답변을 얻어 내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의 공식입장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의원이 “당은 당의 입장이 있고 원내는 원내의 입장이 있다”는 모호한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정조사 개최시기도 기자회견 전에는 황우여 대표가 “대선 후 첫 국회”라고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기자회견문에는 “첫 국회”라는 말이 빠졌다. 민주통합당과 금속노조·쌍용차지부가 “구체성을 상실한 반쪽짜리”라거나 “정치쇼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우려한 것이 마냥 정치공세나 빈말은 아닌 셈이다.

◇국정조사 이슈는?=대선 이후 국정조사가 열리면 쌍용차 문제는 사태의 뿌리부터 줄기까지 철저하게 파헤쳐질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쌍용차 사태의 초점을 각각 다른 곳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사태를 불렀던 첫 단계에 관심이 많다. 이날 국정조사를 수용한 기자회견을 봐도 알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시절 국민들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하게 해외매각이 강행된 이래 지금까지 쌍용차를 둘러싸고 숱한 사회적 갈등이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마힌드라가 인수하기 전 쌍용차의 주인이던 상하이차의 기술유출뿐만 아니라 인수 과정도 따지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조사 목적을 6가지로 제시했다. △상하이차의 ‘먹튀’를 위해 회계조작에 의한 기획부도를 공모한 의혹 △회계조작 의혹 △회계조작 등을 근거로 부당하게 해고한 의혹 △파업 관련 경찰과 용역경비업체 직원의 폭력적 과잉진압 의혹 △마힌드라의 ‘기술유출’·‘먹튀’ 의혹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등의 개입과 은폐·부적절한 대응에 대한 진상규명이 그것이다.

그런 가운데 여야는 한목소리로 “무급휴직자가 하루 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정조사가 쌍용차 문제의 의혹을 풀고 해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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