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한 가운데 실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없이는 이들의 정규직 전환과 같은 처우 개선이 민간부문 비정규직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비정규직이라도 공공부문이 민간에 비해 임금·고용안정성에서 우위에 있지도 않았다.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2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특성과 임금페널티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노동패널조사 8차년도(2005년)부터 13차년도(2010년)까지 6년간의 자료를 재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그나마 공공부문이 낫다고?=공공부문(공공기관) 정규직은 대체로 임금수준이 높고 고용도 안정적이다. 취업생 선호도에서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 늘 앞순위에 위치해 있는 이유다. 비정규직도 그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정부의 정책변화라는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그렇지 않다는 게 권 연구위원의 분석 결과였다.

그에 따르면 민간과 공공부문은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직종에서 차이를 보였다. 민간은 대체로 기능직(전체 민간 비정규직 중 28.8%·공공은 6.5%)과 서비스직(22.0%·공공 17.3%)에서 비정규직 사용이 많았다. 반면 공공은 관리자·전문가(20.6%·민간 11.9%)와 사무직(21.0%·민간 9.6%)에서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했다.

직종만 살펴보면 전문가·사무직 비정규직이 많은 공공부문이 정규직 전환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나 현실은 반대였다.

권 연구위원의 분석 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그다음 해에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는 전체의 7.0%에 불과했다. 10.1%인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 비율보다 3.1%가 낮았다. 공공 비정규직이 재취업을 통해 민간기업 정규직으로 간 경우는 4.1%였다. 민간 비정규직이 공공 정규직으로 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인위적 개입 없이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연구위원은 "2005~2010년 사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 7% 중 3분의 2는 2007년 정부의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전환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며 "제도 변화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거의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보다 공공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시급=임금수준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민간부문에 비해 높았지만 격차는 크게 줄고 있었다. 또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공공이 훨씬 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2005년 7천원에서 2010년 7천700원으로 10%(매년 2% 안팎)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민간부문은 5천800원에서 7천100원으로 22.4%(매년 4.5%) 올라 인상폭이 공공부문에 두 배를 웃돌았다. 두 부문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2005년 21.0%에서 2010년 8.6%로 5년새 12.4%포인트 줄었다.<그래프 참조>

같은 기간 공공부문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1만3천500원에서 1만5천800원으로 17.0%(매년 3.4%), 민간부문은 8천700원에서 1만1천600원으로 33.3%(매년 6.6%) 올랐다.

이에 따라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공공부문이 2005년 52.0%에서 2010년 48.8%로 떨어졌다. 민간부문 역시 66.5%에서 61.5%로 하락했다. 민간부문은 그나마 60% 수준을 지키고 있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권 연구위원이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받게 되는 임금페널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공공부문은 10.3%로 민간부문(5.7%)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권 연구위원은 "민간에 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상대적 조건이 나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조사 결과 공공부문에서 먼저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작은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지향과 과도한 정원관리가 비정규직 차별을 확대하고 인력운용의 효율성·공정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개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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