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판이 어수선하다. 검찰 내분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사태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수뇌부의 동반사퇴, 대검 중수부 폐지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권재진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사태를 수습하라”고 지시했지만 일선 검사들의 집단항명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선을 앞두고 선거를 관리해야 할 검찰총장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검찰공화국의 정점에 있었던 청와대가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와 항명 앞에 스스로 무너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대선 쟁점도 급속하게 검찰개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사퇴선언으로 박근혜·문재인 양강구도가 형성되면서 대선판이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였다. 후보단일화 이슈는 정리됐지만 그 여진이 계속된 탓이다. ‘안철수 지지세력을 어느 후보가 흡수하느냐’라는 지엽적인 사안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이런 흐름을 볼 때 검찰개혁은 후보단일화 이슈에 가려진 대선 쟁점이 부상한 것이라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검찰개혁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을 시발로 경제민주화·복지국가·정치쇄신 논쟁도 불붙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양극화 해소와 노동권 확장’이다. 박근혜 후보는 “비정규직이라서 억울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차별이 심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 일자리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설을 보면 두 후보의 차별점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공약을 보면 두 후보의 차이가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비정규직에 상여금·경영성과급 지급,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제도 도입, 공공부문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 고용 전면 폐지를 내걸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 지원, 공공부문 아웃소싱 축소 및 전면 금지를 약속했다.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기간 제한(2년)이라는 규제책이 도입됐다. 기간제한이 도입되면서 2년 이내에 계약해지가 되거나 임시직·사내하청 노동자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이런 현실에 대한 강력한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차별철폐에 주안점을 두고, 기업의 자율해결에 힘을 실었다는 평이다. 때문에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어나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에는 사용사유 제한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계와 진보학계에서는 직접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모든 비정규직에 사용사유 제한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두 후보의 간접고용 대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문재인 후보는 근로기준법의 사용자와 근로자 정의 확대, 파견법에 도급과 파견의 구별조항을 신설하되 불법파견시 고용의제를 적용한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후보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 제정을 약속했다.

박근혜 후보의 사내하도급법 제정안은 뜨거운 감자다. 고용노동부에서도 반대의 기운이 감지된다. 입법 발의만 됐을 뿐 법안심사도 들어가지 않은 법안에 대해 노동부는 국가인권위에 심사를 의뢰했다. 국가인권위조차 이 법안이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내하도급의 합법성을 부여해 불법파견을 합법화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물론 직접고용에 이어 간접고용도 규제제도를 신설하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는 후한 평가를 받는다. 근기법상 사용자와 근로자 정의를 확대하면 간접고용뿐 아니라 특수고용직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용자성 논란이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파견과 도급의 구별조항을 신설하면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논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간착취 근절을 위해 파견법 철폐를 주장해 온 노동계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저임금 대책과 관련해 박근혜 후보는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최저임금 120% 이하 근로자·사업주에게 국민연금·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 제도를 개편해 평균임금의 5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균임금의 50%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이 눈에 띈다. 반면 박 후보의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저임금 대책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명박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사업주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정책을 했고, 박 후보는 이를 더 확대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양극화와 저임금 문제의 해법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젠, 대선후보들도 이를 차분하게 토론하고, 국민에게 알려 나가야 한다. 후보의 개인 이미지 전달에 그치는 거리연설보다는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 후보 간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을 생각하며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의 진지한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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