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우연한 계기로 맡게 된 ‘금융과 노동’ 칼럼이 벌써 100회째입니다. 2010년 11월 첫 칼럼을 쓴 이후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시간 참 빠릅니다. 이번 회에서는 지금까지 칼럼을 쓴 소회를 짧게 밝혀 볼까 합니다.

먼저 회사로부터 ‘욕’을 먹은 칼럼들이 꽤 있었습니다. 회사 노무담당자가 노조측에 필자와 교류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를 한 경우도 있었고, 사측이 고소를 하겠다고 방방 뛴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본 칼럼이 사업장의 구체적 이야기를 많이 다루다 보니 사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칼럼에 인용되는 자료는 가능한 한국은행·통계청·금융감독원 기업공시 등 이른바 공인된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그 해석은 노동자의 관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예를 들면 기업이 개별 회사의 손익계산서만을 가지고 회사가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그룹 전체적으로 납품관계를 분석하며 노조의 분배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회사가 의도적으로 사업장의 이익을 낮추고, 무노조 계열사의 이익을 높이고 있다고 반박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수많은 경제·경영 지표들은 철저히 자본의 이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노동이 들어갈 자리가 좁습니다. 그래서 노조의 입장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관점에서 구체적 경제·경영 문제를 지적하면 억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지난 2년간 부족한 능력이나마 다양한 경제·경영 쟁점에서 노동의 자리를 좀 더 넓혀 보려 노력했습니다. 스스로는 이 부분이 ‘금융과 노동’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트위터에서 2천800여회 리트윗이 되며 화제가 된 칼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한미FTA 체결 즈음에 쓴 물 민영화 관련 칼럼입니다. ‘한미FTA 이후 물 민영화’란 연구소 보고서를 추려 쓴 칼럼인데, 아마도 각종 괴담(?)이 트위터에 떠돌던 시기에 나름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물 민영화 쟁점을 쉽게 다룬 글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 스티브 잡스 죽음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한창일 때 쓴 전자산업 노동권 현실 관련한 칼럼도 트위터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칼럼에 대한 기호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맥쿼리·물 민영화·애플 등의 코드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나름 분석을 해 보자면 젊은 촛불시민들이 좋아하는 주제들이 상대적으로 호응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반면 매일노동뉴스가 지면으로 배달되는 노조에서는 해당 시기 투쟁 사업장을 분석하거나 어용노조·재벌문제를 다룬 글에 대한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여러 교육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사실 일반적 시민들의 관심과 노동운동의 관심은 다소 괴리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노동문제는 시민적 의제 혹은 귀가 쫑긋해지는 관심사가 좀처럼 되지 못합니다. 이는 스스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노동전문지에 기고하는 칼럼이지만 노동문제에 관심이 적은 일반 시민들, 특히 젊은이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물론 글솜씨가 부족하고, 아무래도 노동운동의 쟁점을 다루는 것이 쉽다 보니 시간이 없으면 익숙한 쟁점을 다루는 글을 많이 쓰게 됩니다. 언제까지 칼럼을 쓰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는 이 부분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애착이 가는 글은 ‘어용노조 효과’라는 올해 2월 첫째주 칼럼입니다. 다른 칼럼들이 대부분 연구소에서 미리 연구가 됐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데 반해 해당 칼럼은 칼럼을 시작으로 보고서를 제작하게 된 사례였습니다. 그만큼 칼럼을 쓰는 데 보통 때보다 서너 배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마감시간을 한참 넘겨 글을 넘겼던 기억도 납니다. 편집자 역시 매우 고생했을 겁니다.

끝으로 부족한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타가 작렬하고 마감시간 넘기기를 밥 먹듯 하는 제 글을 꼼꼼하게 편집해 주신 매일노동뉴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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