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7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13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이번 예산편성지침은 지난 2007년 공운법이 생긴 이래 노동계의 요구가 처음으로 반영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내년 총인건비 기본인상률을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해 공무원과 임금인상 차별을 줄였다. 과거에는 공무원보다 0.5~1%포인트 낮게 책정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기관 간 임금격차를 고려해 차등인상률을 적용한 것도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정부는 기관별 임금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 임금인상률을 적용했다. 그 결과 기관 간 임금격차가 무려 5.4배까지 벌어져 공공기관의 양극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으로 생겨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복리후생 예산비를 별도로 신설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반면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예산편성지침이 공공노동자들의 임금·복리후생 등 노동조건을 규제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기재부가 사용자 역할을 하며 노사가 현실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까지 과도하게 규제하고, 임금·단체 교섭을 형해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대위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공정한 임금 제도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은 노정교섭 여부에 달려있다"며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는 제대로 된 예산편성지침의 실현을 위해 정례적인 노정 정책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창호 사회보험개혁공대위 대변인은 "기재부의 정책변화는 바람직하지만 여전히 초임 양극화 문제, 동일직급 임금이원화 문제 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효율적 발전을 위해 최소한 소관 부처 장관에게라도 산하 기관에 대한 임금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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