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동운동의 명품조연 ‘한비네’로 놀러 오세요.”

전국 40여곳에 달하는 비정규직센터 가운데 20곳이 동참을 선언한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준)(약칭 한비네)가 오는 29일 공식 출범한다. 한비네는 "노동운동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시어머니 역할을 자처했다. 중앙의 의제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지역으로 끌고 내려와 현장밀착·실사구시의 정신에 입각해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포부다.

매일노동뉴스와 한비네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당산동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회의실에서 기획좌담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현주소, 그리고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명등룡 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문종찬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소장·박현준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하윤성 고양시비정규직센터 상담실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좌담회의 사회는 박운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장이 맡았다.

사회 : 한비네가 29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

이남신 : 각 지역에 비정규직센터가 꽤 생겨났지만 서로 교류가 드물었다. 그러던 중 2010년 9월 각 센터 관계자들이 수원에서 1박2일 모임을 갖게 됐다. 그게 인연이 돼 지난 2년간 꾸준히 정기모임을 해 왔다. 자주 만나니까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뭉쳐 보자는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소박한 출발이었다. 사실 지금도 의기투합하는 수준이다. 29일 서울 홍익대 근처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총회출범식을 갖는다.

사회 : 한비네의 설립목적은 비정규직 철폐인가.

이남신 : 한비네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물론 비정규직의 철폐를 바란다. 하지만 철폐라는 담론은 추상적이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거대 담론에 갇히고, 입법정책 과제도 중앙의제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같이 지역의 노동현장에 밀착한 활동가들은 실사구시적인 해법이 비정규직 당사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이 비정규직 공약 낫지만, 노무현 전철 밟을까 걱정"


사회 :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명등룡 : 모든 정당이 비정규직 해법을 내세우지만 대부분 실현가능성이 낮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약이 특히 그렇다.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의 공약은 세부적이고 원칙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슈로 떠오르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정규직화’다. 이 안에 기간제·파견·특수고용직 문제가 다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한 방식은 양대 비정규직법인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운동을 해 온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공공부문의 상시업무 비정규직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데, 총액임금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하나 마나 한 얘기다. 한미FTA를 그냥 놔 두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도 논리적 모순이다. FTA 재검토를 얘기하던 민주통합당도 선거 후반에 이르니 FTA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있다.

사회 : 주요 대선후보 누가 당선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인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

문종찬 : 비정규직의 헌법적 권리가 완전히 무너진 것도 문제다. 사회헌장운동이라는 것이 있는데, 인간으로서의 노동자권리를 사회적으로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이 없으면 정책이 시혜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임금이 적어? 고용이 불안해? 이거 심각한 문제네. 어떻게 해결해 줄까?’ 이렇게 접근하니 근본적 해법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남신 : 소위 '빅3' 대선후보 중에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가장 나아 보인다. 정책적·제도적 대안을 만들기는 했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한마디로 오리무중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수준의 미사여구 외에 핵심적 내용이 없다. 박근혜 후보는 사내하도급 보호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강조하는데, 공약들이 서로 상충한다. 공약 내용만으로는 문 후보가 가장 전향적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안철수 후보도 찾아간 울산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철탑농성장을 문 후보는 찾지 않았다. 우리가 진보정당 후보들에게 기대하는 수준만큼 문 후보가 비정규직 공약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하윤성 : 모든 논의가 대선 위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후보가 되면 좋고 누구는 나쁘고 하는 식의 손익계산은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대선후보들을 비정규직 철폐, 적어도 비정규직 차별 철폐까지는 견인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노동진영도 주저앉고, 진보정당도 주저앉은 마당에 누가 이들을 견인할 것인가. 노동·진보진영이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면에서 한비네에 거는 기대가 크다.

명등룡 : 지난해 광주 광산구청이 공공기관 중 최초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내용의 규칙을 제정하고 구청 내 비정규직 3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컸다.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타 지역으로 유사한 사례가 확산됐다. 해당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의 사기도 높아졌다. 그리고 이달 15일에는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가 산하기관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생활임금'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최저임금보다 34% 정도 많은 월 135만7천원으로 급여를 인상하기로 했다. 이런 사례를 지켜보면서 진보정당 출신 구청장들은 왜 저렇게 못했을까 당혹스러웠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한비네가 앞으로 이런 일들을 제안하면 어떨까.

"양대 노총 위원장 모두 사퇴, 조직노동운동 위기"

사회 :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전망을 살피려면 정규직 중심의 조직운동부터 진단해야 한다. 노동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올해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정치방침 갈등으로 사퇴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은 임원직선제 문제로 사퇴했다. 예컨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퇴하겠다”고 말한 게 아니다. 정규직 중심의 조직노동운동, 어떻게 보나.

이남신 : 양대 노총이 이렇게 정치방침도 없이 무력하게 큰 선거를 맞았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유력후보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떠나, 노동자계급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주 요긴한 수단을 잃어버렸다. 양대 노총을 합치면 150만표라는 현금을 쥐고 있는 셈인데, 이렇게까지 무력할 수 있나. 최근 창조컨설팅에 깨진 민주노조들은 사실 전통적으로 조직력이 강한 ‘노조다운’ 노조들이었다. 이런 조직이 어이없이 깨지고 만도처럼 노조활동가만 수백 명에, 제정파가 모조리 들어가 있는 단위도 무너지는 현실이다. 내가 보기엔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양대 노총이 가졌던 자산이 지난 20년 동안 모두 고갈된 것 같다.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올해 양대 노총의 정치방침 부재다. 일상적 조직활동에 퍼져 있는 무기력증을 치유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미래를 얘기하기 어렵다. 새로운 노동계급의 형성이 필요하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필요한 때다.

문종찬 : 최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전야제에 갔는데 많이 아쉬웠다. 비정규·저임금·고령·여성노동자나 자영업자를 초청하는 대회를 개최할 수는 없는 것일까. 발상의 전환을 못하는 민주노총의 수준이 아쉽다. 거칠게 말해 노동운동의 상층부가 밥그릇 싸움에 경도된 결과가 아닌가. 정파 문제가 대표적이다. 자기들만의 진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으니 다른 데 쓸 힘이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시도나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민주노총이 깨져서는 안 된다. 정치방침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조직을 깨느니, 이렇게 무리하지 않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는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새로운 노동자 부대가 조직되지 않는 상태에서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조건에서 조직에 역동성을 불어넣기는 어렵다.

명등룡 : 요새 집회에 가도 ‘노동해방’이라는 말을 듣기 어렵다. 민주노총을 이루고 있는 사업장의 90%가 대기업이고, 조합원들의 연봉만 봐도 먹고살 만한 중산층 집단이 됐다. 자기 밥그릇이나 유지하고 임금 올려받는 싸움이나 하지,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싸움에 누가 얼마나 나서나. 연대라는 개념이 다 사라졌다. 노동계급을 자처하던 이들이 ‘노동해방’을 외치기 쑥스러워진 것이다.

박현준 : 87년 이후 노동운동이 성장한 크기에 비해 질적·내용적으로 빈약하다. 단적으로 자본의 분열책에 대해 노동진영이 어떻게 대처해 왔나. 96~97년 노개투 총파업 이후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했다. 그 뒤 ‘뻥파업’만 연달아 하면서 제대로 된 파업투쟁을 하지 못했다. 이미 노조에도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이 상당 부분 침투해 있다. 대기업 노조간부들과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면, 이들이 어떻게 같은 계급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정규직은 그래도 1년에 한두 번 해외에도 다녀오는데, 비정규직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상태에서 계급적 연대가 가능하겠나. 또 하나는 이러한 현실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묶어 내는 고리역할을 하는 노조간부들의 문제다. 노동운동은 간부 육성에 실패했다. 노조 현장조직의 간부들을 만나 보면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을 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누가 더 선명한가’를 놓고 싸운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전략이 부재했던 민주노총 '비정규 전략조직화사업'

사회 : 민주노총이 1·2기에 걸쳐 전략조직화사업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스스로 비정규직 문제를 받아안으려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업의 결과에 대해 평가가 분분하다.

문종찬 : 처음부터 민주노총이 사업의 개념을 잡지 못했다. 명칭은 전략조직화사업인데 정작 민주노총에는 전략이 없었다. 2기 사업만 해도 산별연맹이 아이디어를 낸 것을 심사해 지원하는 수준이었다. 총연맹이 컨트롤타워로서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남신 : 민주노총이 전향적으로 비정규직 사업을 시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1기 때 50억원이라는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비를 걷겠다는 시도는 획기적이었다. 그런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로드맵에 없었다. 결국 산별연맹 상근자 나눠 주기로 끝나지 않았나. 2기는 1기보다는 잘했지만, 산별연맹의 집중조직화사업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총연맹의 위상에 맞게 사업·지역·업종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마스터플랜에 따라 최정예 선수를 투입해 성과가 날 때까지 올인해야 되는데 역부족이었다.

명등룡 : 민주노총에는 비정규직 전담부서가 없다. 꼭 ‘미조직’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 ‘미조직·비정규실’이라고 한다. 지금 상태에서 미조직 대상이 비정규직밖에 더 있나. 인력과 재정의 투여는 필수적이다. 비정규직 전담인력 투입을 꺼리는 민주노총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 :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바로 서지 못한 상태에서, 비정규직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나. 정규직노조를 견인할 것인가, 독자적 역량을 형성할 것인가.

조광복 : 민주노총은 전형적인 관료제 시스템 속에서 운영된다. 상명하달·위계질서·분업 등으로 대변되는 관료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문제는 관료제의 한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이 더디고 현장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관료제 사회에선 무엇보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상상력이 떨어진다. 민주노총이 할 일을 외곽단체가 대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같은 단체들이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본다.

하윤성 : 예전에 청년유니온 기획단계에 참여했었다. 그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으로 가라”고 하고, 민주노총은 “왜 노조를 따로 만드나. 산별로 가라”고 했다. 결국 청년유니온은 지금까지 상급단체 없는 독자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전략조직화를 얘기하는 민주노총이 그만큼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비정규직 사업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내가 만난 비정규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보수 수준이 낮고, 교육이나 의식수준도 높지 않았다. 스스로 ‘차별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민주노총 깃발 아래 모이라고 하면 과연 모일 수 있을까. 사업장 중심의 비정규직 조직화 방식에 대해 현재로서는 반대한다. 이런 방식은 비정규직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자칫 색안경을 끼게 할 수 있다. 비정규직 사업은 ‘소프트한 방식으로 슬림한 조직에서 스피디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 지역 중심의 ‘3S’ 전략이 필요하다.

문종찬 : 비정규직센터가 사용사유 제한처럼 ‘입구’를 통제하는 정책사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건 총연맹이 더 잘한다.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이다. 일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고용안정 방안을 찾는 식이다. 반드시 노조라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비정규직 스스로 연대할 수 있게 징검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문제는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최소한 3년을 바라보고 일을 해야 되는데, 배고픈 활동가들에겐 잔인한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지자체의 지원이 들어오고 있다. 중요한 총알이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도 불거지고 있다.

"주연이 엉망이라 조연들이 나섰다"

사회 : 금속노조의 경우 ‘1사1노조’ 원칙을 갖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산별연맹이 대공장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지역의 영세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센터와 지역사회가 연대해 조직하는 방식은 어떤가. 소위 ‘투 트랙’ 방식인데.

명등룡 : 이미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에서 전면화돼 있다. 어느 사업장도 사업장 스스로의 힘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 지역사회나 중앙정치가 결합해야 실마리가 풀린다. 비정규직 인구가 1천만명에 육박하고, 앞으로 조직해 나가야 할 대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그 임무를 맡기고, 이들을 보좌하는 것으로 비정규직센터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사회 전체적으로 억압받는 비정규직의 소외와 차별을 해결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방향이라면, 그걸 노조운동의 몫으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다.

조광복 : 무 자르듯이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역에도 민주노총이 있고, 비정규운동본부도 있고, 비정규직센터도 있다. 서로의 활동영역이 있다. 아무래도 민주노총은 조직화의 관점에서 비정규직 사업을 보려 할 것이고, 비정규운동본부는 사안이 터졌을 때 기자회견과 같은 이슈파이팅에 강하다. 반면 센터들은 비정규직 문제 이면의 인권이나 차별문제를 폭넓게 볼 수 있다. 획일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기보다는 서로 물 흐르듯이, 비정규직 문제가 지역사회 내에서 회자될 수 있도록 내용을 충실히 채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 그럼 전국 비정규직센터의 연합체인 한비네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이남신 : 한비네에 요구되는 시대적 역할은 노동운동 내의 ‘명품 조연’이다. 노동운동 안에서 노조가 주연이라면 센터는 조연이다. 주연이 연기를 잘하면 조연이 묻어 가면 되는데, 주연이 엉망이니 조연들이 나서게 됐다. 노조운동에 쓴소리를 하는 시어머니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지금 센터가 갖고 있는 자원은 빈약하지만, 문제의식은 올곧고 크다. 지금 센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할이 조직노동을 살리는 데도 중요한 알짜배기 영역이다. 민주노조운동이 길을 잃고 놓쳐 온 지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로 가는 분기점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조광복 : 처음 청주노동인권센터라는 이름을 지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좋은 말은 다 넣자’는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다. 노동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운동은 노동·인권·사회운동이 돼야 한다. ‘공동체가 전체주의로 가는 데에는 한 발짝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확고한 신념이 독재나 관료화로 가는 것도 한 발짝이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한비네는 소박해야 한다. 한비네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띨 수도 없고, 그것을 표방해서도 안 된다.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된다. 한마디로 실사구시다.

사회 : 오늘 좌담회 기사의 제목이 나온 것 같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명품조연 되겠다’로 하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양대 노총에 비정규직을 전담하는 실·국이 없고 물적·인적 투입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한비네가 양대 노총에 이 문제의 개선을 정식으로 제안해도 좋을 것 같다. 한비네가 비정규직 주체형성의 주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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