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자체 마련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 사내하도급 노동조건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자랑을 하면서도 근거가 된 실태조사 원자료는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노동부는 올해 감사원과 국회에서 자료 미공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고도 이러한 관행을 바꾸지 않고 있다.

14일 노동부에 따르면 교수·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된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 서포터즈는 지난 13일 한 회의에서 철강·금속·전기장비 등 제조업체 44곳의 사내하도급 활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내하도급 문제는 현대차 불법파견 논란의 핵심이고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법'을 민생법안 1호로 내놓을 정도로 주요한 이슈다. 특히 실태조사는 올해 들어 처음 진행됐다.

노동부는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조사 기업들은) 가이드라인 인식정도가 높았고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이드라인 준수 모범사례라며 포스코·대한제강·현대위아 등 11곳의 기업을 상세히 소개했다.

문제는 노동부가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사결과는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의가 열렸던 13일 오전 일부 기자들이 실태조사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노동부 담당부서는 "대변인실과 협의하겠다"고 말한 뒤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14일에도 재차 공개를 요구했지만 해당부서는 "자료 보완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노동부의 자료 공개 거부는 다른 의혹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자료가 부실하거나 노동부가 공개하기 싫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동부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가이드라인이 도움이 된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의견을 밝힌 기업이 있었다는 것이지 비율로 따진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또 보도자료에는 "직접생산 업무에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고 적시했는데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불법파견일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못했다. 다만 “직접생산 업무에서 일한다고 다 불법파견은 아니지 않냐”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특히 당시 서포터즈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보고서는 이미 완성돼 노동부로 넘어간 상태"라며 "민감한 내용이 다소 있어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의 불성실한 자료 공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올해 6월 노동부 감사에서 “2010~2011년 수행한 236건(계약금액 143억5천200만원)의 정책연구용역 중 80% 정도인 194건(금액 131억4천900만원)을 제때 공개하지 않았다”며 “길게는 734일(감사일 현재까지) 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노동부가 연구용역보고서를 6개월 이내에 공개하도록 한 관리규정을 여전히 어기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로 만드는 보고서는 발주부터 결과물 공개까지 철저히 법률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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