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민생1호 법안으로 발의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인권위는 "지난 12일 전원회의에서 '사내하도급법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을 상정해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현재 사내하도급법에 대한 의견 결정문을 작성 중이어서 구체적인 것은 결정문이 나와야 알 수 있다"며 내용 공개를 꺼렸다.

◇ 인권위 사내하도급법 논의 배경=인권위가 사내하도급법에 대한 의견을 밝히게 된 이유는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법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국회나 정부는 인권에 관한 법이나 제도·정책 등에 대해 인권위의 의견을 조회할 수 있다. 인권위의 의견조회가 입법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조항은 아니다.

지난 5월 새누리당이 "비정규직 차별해소법"이라며 국회에 제출한 사내하도급법은 입법발의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라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많은 새로운 비정규직 영역을 만들어 불법파견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는 게 핵심 쟁점이다. 더구나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확정 판결이 내려지고 사내하도급의 고용형태를 금지하는 판례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역행하는 법 제정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노동부도 사내하도급법 제정에 반대했다. 하도급은 민법 상 도급계약에 해당돼 노동법에서 다룰 영역이 아니며, 법률적으로도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노동부는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이후 법률 개정이 아닌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이라는 형태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차별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 어떤 논의가 오고갔나=인권위는 사내하도급법 검토 의견을 9월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했으나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해 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전원회의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8일과 22일 전원회의에 상정됐지만 이견이 커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이번에 가까스로 의결했다.

당초 보고서에는 "사내하도급법이 불법파견을 적법한 사내하도급 범위로 편입시켜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할 간접고용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사내하도급법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차별시정제도 역시 지난 5년간 시행결과에서 드러나듯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적법도급과 불법파견 구분기준을 입법화하고 불법파견의 경우 고용의무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는 내용의 입법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법파견을 적법한 사내하도급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내하청 노동자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사내하도급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사내하도급법 범위에 '위임'을 포함시켜 도급과 파견의 구분기준을 모호하게 만든 조항을 수정하고, 법원이 판례를 통해 파견의 주요 징표로 본 요소들을 사내하도급 계약내용에 편입시킨 제4조 제1항 등은 삭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불법파견시 파견법 고용의무 조항에 따르도록 하자는 '직접고용 의무 규정' 신설 안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종 결정문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인 의견들은 모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사내하도급법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입장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추천 강명득 비상임위원은 "파견법에서 제조업을 제외한 것은 헌법 제33조의 기본정신이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내용의 소수의견을 보고서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 타격=인권위의 이번 결정으로 당장 새누리당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사내하도급법은 새누리당이 밀고 있는 민생·노동공약의 핵심이다. 그런데 사내하도급법은 국회 제출 당시부터 노사 양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인권위까지 사내하청 노동자의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할 경우 사내하도급법은 아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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