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조합원 중 37%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1주 12시간)를 넘겨 가며 장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정책본부와 중앙연구원이 지난 6~7월 조합원 1천188명과 107개 노조를 대상으로 노동시간 실태를 조사해 7일 발표한 결과다. 정책본부와 중앙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을 모색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주당 평균 초과근로시간 12.4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은 49.9시간이고, 응답자 중 초과근로를 하는 사람의 비중은 79.4%에 달했다. 10명 중 8명꼴로 초과근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초과근로 노동자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은 52.4시간,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2.4시간으로 집계됐다.

초과근로 노동자 중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 한도(1주 12시간)을 웃돈 사람은 36.8%로 조사됐다. 특히 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61.4%가 1주 12시간을 초과해 시간외근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30%로 파악됐다. 제조업 노동자의 57.0%, 의료업 노동자의 63.7%가 교대제로 일했다. 교대제 노동자 중 52.6%는 현재의 근무체계에 불만을 드러냈다. "잦은 야간노동으로 건강과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38.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불규칙한 노동시간으로 인해 가족 및 사회생활의 어려움이 커서"(31.8%)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초과근로를 하게 되는 이유로는 "작업물량이나 업무량이 근무시간에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38.9%), "업무의 특성상 정규근무시간 외에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24.4%), "정시에 퇴근하지 않는 직장 분위기 때문"(6.9%)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회사가 추가고용 없이 초과근로를 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요나 일감 예측이 어려워 인력을 최소화해 고용하기 때문"(32.7%), "노동자 추가고용보다 초과근로를 하는 편이 인건비가 낮기 때문"(30.9%), "정부에 의해 인건비 통제를 받기 때문"(22.5%)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초과근로가 생활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항상 피곤하고 지친 상태"라는 선택지에 절반 이상(54.4%)이 공감했다.

초과근로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초과근로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선택지에 52.6%가 동의했지만, "노동시간이 단축된다면 초과근로수당의 감소를 감수하겠다"(51.7%)는 데 동의하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정규인원 확충(21.3%)·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인식 변화와 기업문화 개선(12.7%)·기본급의 비중 증가(8.7%) 등의 대답이 나왔다.

제조·우정·운수업종, 장시간노동 심각

이날 좌담회에서는 업종별 노동시간 실태에 대한 사례발표도 진행됐다. 금속노련이 지난달부터 46개 자동차 부품사 노조를 조사한 결과 부품사 노동자 중 87%가 주야 맞교대로 1주일에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교대제 개편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50%였다. 교대제를 개편할 경우 총액임금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고정 OT를 수당으로 지급하는 월급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0%로 가장 많았다.

우체국 집배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도권 집배원의 경우 1일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 외에 오전과 오후 4~5시간의 시간외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1~12시간, 1주일에 60시간, 연간 2천952~3천216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은 미흡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우윤근 민주통합당 의원의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집배원의 시간외수당 지급 인정시간과 지문인식기에 기록된 초과근무시간의 차이가 최대 29.1%나 됐다. 일한 만큼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금액은 최대 집배원 월급의 10%에 달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되는 버스업계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1일 2교대가 이뤄지지 못하는 일부 시외버스 운전자의 경우 주당 67.7시간, 월 294시간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버스운전자의 70% 이상이 피로를 호소하고, 이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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