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끝내 구속됐다. 그래서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서울교육감 재선거가 치러진다. 보수진영은 문용린 후보로 단일화를 했다.

이에 민주진보진영은 교육운동과 민주노총 등 100여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 후보 추대위’를 구성했다. 6일 현재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을 치르고 있다. 경선에는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 후보,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부영 후보, 문재인 담쟁이캠프에 결합한 한신대 교수 김윤자 후보,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동국대 교수 정용상 후보, 하나님나라 실현이라는 독특한 공약을 제출한 감신대 교수 송순재 후보, 이렇게 5명이 참여하고 있다. 선거인단 40%, 여론조사 40%, 배심원단 20%의 비중으로 각자가 얻은 표를 합산해 최고 득표를 한 후보가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된다.

후보들은 각각 선대본을 구성해 선거운동에 나섰다. 경선은 별다른 무리 없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지난 2일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민주통합당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서울시당은 당일 당협위원장 회의를 열어 황당한 방침을 결정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결정된 방침은 다음과 같다.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 예비경선을 그대로 두면 이수호가 된다. 이수호는 전교조라서 안 된다. 또한 이수호가 교육감이 되면 민주통합당에는 도움이 안 되고, 진보정당만 좋은 일 시킨다. 따라서 교수 후보 3인을 단일화시키고, 민주통합당은 그를 조직적으로 지지한다. 이인영·김부겸·노웅래 3인의 국회의원이 책임지고 단일화시킨다.”

민주통합당이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이수호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큰 차이로 1등을 하는 결과가 나왔고, 그래서 다급하게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민주통합당은 48개 지구당에 선거인단을 100명 이상 조직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순탄하던 경선에 파란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노총과 추대위는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을 항의방문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민주통합당은 부랴부랴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누구라도 이 입장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중앙당에서 징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지금도 선거인단을 조직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선거인단 목표를 자체적으로 상향해서 추진하는 지역도 있다.

이수호 선본에는 비상이 걸렸다.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앞날에 주요한 변수가 되는 학교비정규직 동지들도 다급해졌다. 민주통합당은 선거인단 방식의 경선에 훈련이 돼 있는 조직이다. 반면에 이수호 후보를 지지하는 노동·빈민·장애·문화예술·민생·진보기독교계 관계자들은 선거인단 경험이 거의 없다. 지난 1년 전 박원순(시민후보)-박영선(민주당)-최규엽(민주노동당)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치를 때 확인된 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 이수호 후보를 지지하는 각 단위는 악착같이 선거인단을 모으고 있다. "이수호는 전교조라서 안 되고, 진보정당에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민주통합당의 논리에 맥없이 무너질 수 없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전교조와 민주노총, 그리고 진보정당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됐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교육만의 사안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문제이고, 장애인의 문제이고, 소수자의 문제이고, 또 우리 모두의 문제다. 우리 아이들의 문제다. 이수호 후보는 전교조의 공식명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 정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교조 내부에서 교사냐 교직원이냐를 두고 논쟁할 때 "교직원이어야 한다"고 밀어붙인 사람, 교사단체냐 노동조합이냐로 다툴 때 "노동조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 그가 바로 이수호 후보다.

출마한 나머지 후보들도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수구보수 교육마피아들에 맞서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혁신을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적임자로 이수호만한 사람이 없다고 확신한다.

끝으로 한 가지 바람을 전한다. 노동운동 노선이었고 이제는 케케묵은 구도가 돼 버린 현장파·중앙파·국민파 구도로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수호와 이부영이 국민파였다고, 나머지 후보가 중앙파나 현장파였던 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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