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공기관 사상 초유로 전체 직원들의 임금 18억원을 체불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단은 중앙노동위원회·서울행정법원·고용노동부·국회의 지시도 따르지 않는 배짱을 보이고 있다.

4일 공단 노사에 따르면 노사는 올해 6월 임금교섭을 시작했으나 직원 1천400여명의 체불임금 18억원의 지급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9월에는 교섭이 결렬됐다. 노사는 지난해 말 △임금총액 대비 4.1% 인상(1항) △기본급에 산입된 시간외수당·연차유급휴가수당분을 기본급에서 제외하고 실적급수당으로 전환(2항) 등을 골자로 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서를 받아들였다.

공단은 그러나 "2항에 따라 실적급수당분 2.8%(18억원)를 기본급에서 제외해 2011년 임금인상은 4.1%에서 2.8%를 뺀 1.3%만 인상한다"고 해석하면서 차액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중노위는 견해제시를 통해 "2011년도 임금인상분 '2010년 총액 대비 4.1%’(1항)를 2011년 12월31일까지 전액 지급하라"고 다시 못 박았다.

이에 공단은 "중노위가 월권을 행사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도 소송을 기각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도 올해 9월 "전 직원의 임금인상분 체불은 노조법 위반”이라며 '기소의견'으로 대전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공단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맞서 공공운수노조연맹 철도시설공단노조도 "중노위와 법원·노동청이 모두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했음에도 공단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혈세로 오기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대전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단은 임금체불로 인한 소송비용 2천400여만원 등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심판비용으로 1억5천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2항에 따르면 실적급수당이 전환돼 고정급처럼 줄 수가 없어 임금체불이 아닌 만큼 명확한 법적판단이 필요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안종탁 노조 사무국장은 "공단이 유리한 조항만 뽑아 해석하며 대법원까지 버티려고 한다"며 "중노위 조정에서도 사측의 변화가 없다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제기한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오 의원은 "중노위 견해제시가 취소된 사례가 없음에도 대법원 판결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의 도리가 아니다"며 "공단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무리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만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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