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에 대한 학부모 단체의 반발과 교원단체들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진정한 의미의 교권보호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김상희 민주통합당 의원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주최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교과부의 교권보호대책, 교육을 살리나 죽이나’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 3주체들은 정부의 교권보호 종합대책이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을 외면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생·교사를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 교육정책과 권위적 학교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권침해의 근본 원인은?=교사에게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학부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교권보호 종합대책은 교육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를 교권 침해의 주범으로 대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참교육학부모회 고유경씨는 “학생과 학부모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가 폭언·폭행하는 경우는 권력의 불균형 상황에서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방법과 통로가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를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피해자로, 학부모와 학생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시각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며 “교권침해의 프레임에서 교육주체 간 갈등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준영씨는 “단순히 수업시간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학생인권 보장에 의해 교권이 침해된다’는 공식이 등장한다”며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이 전혀 없는 엄격한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정말 교권을 보장하는 길이냐. 이런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체벌이나 처벌 위주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게 과연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서씨는 “교권은 자유롭게 교육할 권리이지 자유롭게 폭력을 휘두를 권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영선 경인고 교사는 “교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교권보호위원회가 학교 폭력자치위원회와 같은 위상을 가지고 교권 침해의 가해자로 규정된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징계조치로 이어질 때 학교는 또다시 서로가 서로를 고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교사는 “진짜 존중돼야 할 것은 교사의 인권과 교육과정 편성권·평가권 등의 직무상 권한”이라고 말했다.

고유경씨는 “교권보호 명분으로 학생·학부모와 교사를 분리시켜 갈등을 조장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개정 법률안은 폐기돼야 한다”며 “교육주체 간 갈등을 예방하고 적극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기구를 담은 입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중·등 교육법 개정해야”=최근 교과부는 교권보호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교원지위향상 및 교권보호를 위한 특별법’ 등 관련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교권보호를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학급당 학생수 감축·교원업무 정상화 등 교육여건 개선 △교육과정 편성권 및 평가권 보장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 및 학교교육고충상담실 설치 등 분쟁조정제도 의무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영구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교사와 학생·학부모를 싸움 붙이고, 그 뒤에서 훈수를 두는 게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고 학생은 교사로부터 받은 존중과 배려를 다시 교사에게 돌려주는 제도와 여건을 어떻게 만들고 지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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