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주제 :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토론회

 

일시 : 10월22일(월) 오후 4시~오후 7시30분

장소 : 민주노총 교육원

주최 : 민주노총‧매일노동뉴스

참석자 : 박운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장(사회),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정광진 좌파노동자회 공동대표, 김용식 민주노총 경북본부 사무처장

 

 

  사회 : 민주노총 임원직선제 토론회를 시작하겠다. 직선제 경과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을 생략하겠다. 최근 상황을 말씀드리면 민주노총 집행부에서 직선제 유예안을 제출했고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오늘 토론회는 10월30일 대의원대회에 앞선 사전토론회 성격을 띤다. 활발한 토론으로 합리적 대안을 도출했으면 좋겠다.

(토론회 참가자 인사)

사회 : 토론회 진행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린다. 토론은 4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첫 번째로 직선제가 과연 조직혁신 과제인지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고, 두 번째로 직선제 준비상황을 토론하고 휴식하겠다. 세 번째로 현재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집행부의 직선제 유예안을 점검한다. 네 번째로 직선제를 어떻게 실시할 수 있는지 여러 조건과 상황을 살펴보겠다.

자 그럼, 첫 번째 토론 들어가겠다. 직선제가 과연 조직혁신 과제인가. 어느 분이 먼저 말씀하시겠나.

김태연 : 그동안 혁신이라 했으니깐 이 시기에 혁신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이 먼저 해 주셔야 한다. 아니라고 하시는 분이 먼저 얘기를 하셔야 한다.

김영훈 : 오늘 토론회 대단히 뜻 깊다. 직선제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중요한 내부적 쟁점이나 이런 것이 있을 때 이런 활발한 토론이 있기를 기대한다. 첫 번째 주제와 관련해서 말씀드린다. 선거제도라는 건 조직 내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의 수단이다. 그런 면에서 전제가 중요하다. 물론 제도가 어떤 조직의 성격이나 운용방식을 규정하는 규범적 역할로 대단히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어쩌면 민주노총에 제기됐던 혁신의 주요한 요구에 상당한 것인 것처럼 과도하게 진행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민주노총 직선제가 왜 조직혁신의 중요한 기제로 제출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다름 아닌 민주노총의 위기, 고질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출됐다. 위기나 고질적 문제는 과도한 정파 간 갈등, 그것이 선거를 통해 증폭된 과정, 그 과정에서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나 민주노총 내의 의견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 의제에 참여하는 리더십을 만들지 못하는 점들이 직선제를 요구하는 중요한 것들이었다. 이와 함께 왜 직선제가 민주노총 혁신의 중요한 문제, 거취 문제까지 왔을까. 민주노총 위상을 둘러싼 다른 의견이 존재했다고 본다. 틀렸다기보다는. 예컨대 민주노총이 단일한 노조나 단일한 산별처럼 운영돼야 한다는 것에 비춰 볼 때 직선제는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아니면 노총이 산별강화를 통해 산별의 자율성과 투쟁, 이런 것을 잘 조정하고 조율하는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원천적으로 직선제는 내용형식의 불일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후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 잘못 준비된 직선제가 오히려 선거에서의 차이성을 부각하기 위한 경쟁이라고 볼 때 상층 일부 정파갈등이 현장라인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민주노총 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가는 통합적 지도력이 민주노총 혁신의 중요점이라고 볼 때 선거가 패권주의의 확산을 더욱 공고히 할 우려가 있다. 그런 면에서 ‘조합원 참여를 통한 지도부 구성’이라는 긍정적 제도의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처해져 있는 민주노총이 가야 할 방향을 볼 때 직선제가 부합하는가에 대한 기본적 우려가 있다. 끝으로 선거제도가 중요하지만 그것은 민주노총 내의 단결과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하고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이지, 선거를 하나 치르기 위해 모든 조직의 역량을 투여하는 모순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유예안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결정을 집행하지 못한 무거운 책임감을 피할 길은 없다. 오늘 토론회와 30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책임공방을 넘어서서 민주노총의 혁신과 단결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주요 혁신과제인가 본말전도인가

사회 : 직선제가 조직혁신 과제 중 하나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김영훈 : 간·단선제로 치러지는 현 제도가 완벽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제도를 혁신하는 것은 민주노총 혁신 중 중요한 하나의 방편이긴 하다. 하지만 2007년 만장일치로 결의됐던 정률제와 직선제를 보자. 조합원의 조합원비와 의무금으로 운영되는 연맹단위의 상급인 민주노총이, 마치 조합원 급여수준에 따라 정률에 따라 조합비를 징수하고 강력한 중앙에서의 권한을 지니면서 직선제를 하자는 것이었다. 정률제 실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직선제를 준비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선거혁신이 필요하지만 유일한 방안이 현재 준비되고 있는, 2007년 ‘준비된 직선제’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옳고 그름을 떠나서 결정된 상항이기 때문에 이것에 맞게끔 준비를 하려고 규약개정, 전면적 규칙제정까지 했다. 그러나 완벽한 제도, 사전에 고도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무결한 선거제도를 만들려 중앙에서 노력해야 하고,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장과의 불일치가 계속 발생하는 상태에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사회 : 앞으로 토론은 2분 내지 3분 안에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다.

김태연 : 직선제가 혁신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직선제가 처음 논의될 때 그런 얘기가 있었던 걸로 안다. 김승호 동지가 아시겠지만. 예를 들어 오늘은 위원장도 말하셨지만 총연맹이란 조직형식에 직선제가 맞느냐는 그런 제기가 있었다. 민주노총 자료에도 나오는데, 다른 나라 내셔널센터에서 직선제 하는 예가 있느냐고 했다. 총연맹의 역할이 무엇인가. 민주노총 80만 조직에서 산별노조 조직률을 보자. 사실 산별이 한 산업에서의 산업부문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행사할 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은 다른 나라와 출발부터 다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투쟁의 구심으로 만들어졌다.

서구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건 그쪽 역사가 있다. 한국에서 민주노조운동이 시작되고 민주노총이 만들어지고 신자유주의 공세가 들어오고, 산업은 물론 노동자 개개인의 모든 삶이 국가 정책에 직결돼 있다. 생존권 자체가. 임금 요구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국에서 민주노총이란 총연맹은 산별연맹의 연합체 조직으로서 전국적인 실질적 투쟁구심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힘이 달리긴 했지만 그런 역할을 하려고 안간힘을 써 오고 있다. 서구 산별을 보면 투쟁은 산별이 하고 총연합체는 사회당 정권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정책을 수렴하고 관철하는 역할을 한다.

노조가 어떤 전술을 채택하고, 제도를 채택하는 게 불변일 순 없다. 한 가지 첨언하면 서구에서 그런 제도 갖고 있는, 내셔널센터들이 과연 전체 노동계급의 중심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다. 꼭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다.

직선제가 현재 상태에서 혁신과제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아까 위원장께서 직선제 취지를 말씀하시면서 여러 가지 중 하나로 정파갈등 해소를 얘기했다. 대의원 선거에서 정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직선제로 가는 것이다? 2008년~2009년에 저도 집행부에 있었는데 그런 얘기는 없었다. 직선제가 된다 하더라도 지금 노동운동에 있는 제 정파의 차이와 대립이 해소될 수는 없다. 직선제 도입의 취지가 선거제도를 바꿔 정파갈등을 해소하자는 건 아니다.

핵심적인 것은 지금의 민주노총이 총파업과 사업, 일상적 관심사까지 밑에서부터 자발적 참여가 요청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전제와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직선제라는 과정을 통해 조직을 밑바닥에서부터 점검하고, 체계를 정비하고,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발전시켜 내야 하는 것이다. 현 집행부의 직선제 준비 과정을 보니 조합원 명부 파악이 잘 안 되는 등 바닥에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제가 볼 때는 2012년 현재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지금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직선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조합원 중심의 조직운용이 어렵다. 계속 상층에서 뭔가를 결정해도 막히는 것을 뚫을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직선제는 조직을 혁신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직선제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혁신과제임에는 분명하다.

사회 : 직선제 도입취지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양측이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계속 듣겠다.

신인수 : 어렵고 힘든 주제다. 토론 주제가 직선제가 혁신과제냐는 건데. 제 개인적 생각은 혁신과제는 맞지만 10월22일 현재 지금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를 뒤흔들었던 통합진보당 사태를 돌아봐야 한다. 당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통합진보당에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한번 찬찬히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자. 통합진보당의 선거제도는 보수정당보다 민주적이었다. 당원들의 의사를 집결하는 방식이었다. 보수정당은 지도부가 낙점해서 순번을 매긴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은 후보를 추천하고 추천한 이에 대해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다. 한국 정당 가운데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게 됐나. 굉장히 욕을 먹었다. 재기불능 상태 빠졌고 결국 두 진영으로 쪼개졌다. 준비되지 않고, 하지 못하는 걸 할 경우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직선제가 조직혁신 과제로 되려면 인적·물적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60만이 직선제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아래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물적 구성이 돼야 한다. 투표구에 선관위를 구성하고 선거인명부를 확보하고 선거관리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져야 한다. 그렇다고 책임을 떠넘길 일은 아니다. 왜 우리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망한다면 상하분열로 망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 현장 조합원이 상층을 지지하고 신회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의사 표현력과 힘은 점점 축소될 것이다. 직선제는 혁신과제로 실시돼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적·물적 한계가 있다. 이를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 중간 입장이 아닌 것 같다.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계시다.(일동 웃음)

정광진 : 직선제는 민주노총 조직혁신을 위한 전제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전제로 직선제 논의는 어제오늘 불거진 문제가 아니었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민주노총 내에서 직선제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물론 외적으로는 외환위기 문제가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썩고 부패한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난 재정위원회 사건이 이 시기에 있었다. 2대 위원장인 이갑용 위원장이 오늘 토론회에 참석했으면 논의가 풍성했을 것이다. 당시에 조직 내 민주주의 강화와 현장 투쟁력 복원이라는 민주노총 양대 과제를 화두로 던지면서 조합원들로부터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기풍을 올곧게 세워 내고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사회적 과제를 실현시켜 나가는 흐름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직선제라는 과제가 제출됐다. 지금 과도한 정파갈등이란 문제로 호도되고 있는데 동의 어렵다. 좌파노동자회는 직선제 즉각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파적 입장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민주노총 내에는 십수 년 동안 이런 문제들이, 시시비비가 반복돼 왔다. 2006년에 조준호 집행부조차 선거인단제를 통한 민주노총 임원선거 방안을 철회했다. 모든 제 정파단위가 민주노총 혁신의 전제가 직선제라고 인식했다. 그렇기에 2006년 이후 2007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하자고 한 것이다. 다만 직선제 실시를 위해서는 신인수 원장의 말처럼 검토해야 할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 사실 직선제를 하기 위한 섬세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2009년에 임기선거 앞두고 3년 유예하지 않았나. 이때도 이유가 준비부족이었다. 김영훈 위원장은 당선되면서 직선제를 반드시 관철시켜 내겠다고 임기 중에 하겠다고 했다. 철도노조에서 어용굴레를 극복하고 직선제를 실시한 경험도 말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나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직선제가 안 된다고 한다. 사상누각이다.

직선제는 비단 민주노총의, 67만인지 80만인지 모르겠는데, 조합원들에게 소중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만들어지는 비정규 불안정 노동을 한국노동자 운동의 핵심이라는 민주노총이 어떻게 조직해 나갈 것인가. 비정규를 노동자 운동의 중심으로, 민주노총 중심으로 세워 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직선제에 녹아 있었다. 기업별 노조 질서에 기반하는 산별체계에 대한 문제 역시도 조직발전 논의에서 거론됐다. 따라서 직선제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비정규 불안정 노동 문제에서도 같이 검토돼야 한다.

신인수 원장이 통합진보당 문제를 언급하면서 인적·물적 전제조건을 말했다. 물적 조건은 추후에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인적 조건은 조합원 문제라고 판단한다. 외람되지만 김영훈 위원장은 직선제를 위해 현장을 얼마나 순회하고, 조합원들의 직선제 요구를 얼마나 수용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제가 알기론 직선제 의제로 현장을 순회한 적이 없다. 직선제준비팀의 실무적 과제로 역할을 축소시킬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위원장이 직접 내건 공약이고 그 공약을 실현시켜 내야 하는 과제였다. 3년 유보 과정을 겪었던 것도, 준비과정을 위해 유보됐던 것이다. 위원장이 현장행보를 했어야 했는데, 그 활동을 게을리 했다고 본다. 위원장이 오늘 토론회에서 직선제를 다시 논의하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김승호 : 토론회에 오기 전 예전에 했던 말들을 뒤져 봤다. 2006년인가 2007년인가 쟁점토론을 했다. 오늘 토론회 성격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직선제가 혁신과제냐 아니냐를 얘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토론회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 고민했는데 솔직히 할 얘기가 별로 없을 것 같더라.

직선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취지와 근거를 말하고 있는데, 그 근거와 이유를 그 자체로 논박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토론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민주노총이 가진 모든 문제의 근원을 직선제에서 찾고 있는 측면이 엿보인다. 다른 문제를 지적하려면 여러 가지를 애기해야 하는데, 오늘 토론회 자리에서는 그런 것을 얘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몇 가지만 말하겠다. 80대 중반에 현장에 들어가서 노조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어용노조 민주화를 말할 때 가장 핵심적인 요구가 조합원에 의한 직접선출이었다. 왜 그런 요구를 했을까. 기존 집행부가 조합원 의사에 반하는 친사용자 성향의 어용노조였기 때문이다. 그런 어용노조를 뒤집기 위해 우리가 했던 작업이 조합원들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직선제만 하면 집행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돌아와서,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방식이 직선제뿐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실제 민주주의 관련 책을 보니 민주주의의 종류만 40가지가 넘는다. 직선제와 간선제는 어느 쪽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장·단점을 가진 제도다. 그런데 왜 직선제만 고집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것이 과연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뒤덮을 만한 사안인지. 아니라고 중간 중간 말하는데, 조직혁신 과제로 왜 조합비와 직선제를 얘기해 왔는지 다른 각도에서 얘기해 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그동안 취했던 전략을 보면 민주노총이 가진 위상과 역할이 드러난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잘못한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행부 의지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있다. 실무적인 문제와 현장순회 등의 문제가 제기됐는데, 사실은 산하조직들이 직선제와 관련해서 긴급한 사안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 아니냐. 직선제가 이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한다. 그 만장일치 내용이 보면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 아무 생각 없이, 굳이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해 통과시켜 놓고 조직의 가장 중요하고 화급한 문제로 인식 안 했던 것 아니냐. 조직이 사업을 주요하게 하려면 가장 먼저 투입하는 게 조직과 사람이다. 민주노총이 중앙조직, 내셔널센터로 수행해 왔던 전략을 보면 민주노총 재원은 제약이 많다. 산별이나 지역본부가 지원해 줘야 하는데, 여기서도 직선제 준비나 논의 과정에서도 산하 중심조직의 열의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조합원들의 요구를 산별지도부나 민주노총 지도부가 잘 반영하지 않았다면 달리 따져 봐야 하겠지만.

조합원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뭘까. 그 내용과 형식이 뭘까를 생각하고 강화시켜 나가는 게 맞다. 3~4년에 한 번 선거를 한다고 해서 민주노총 가진 절차적 민주주의의 문제가 해소될까. 수적우위로 결과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게 선거다. 그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파행을 겪었던 걸 봐도 알 수 있다. 소수는 저항을 한다. 몇 년 전에도 소수가 극렬하게 저항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나.

당시에 집행부가 여유를 가지고 소수의견을 끌어안으려 노력하고, 소수의 입장을 가진 사람에 대해 자기의사를 100% 관철하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모든 투표행위는 정당화돼야 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고 집행해야 하는데 민주노총 내부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직선제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3년 유예하고 이후 해 보고 또 문제발견하고. 열심히 해 보고 문제를 발견할 거다. 민주노총 대전본부와 사무금용노조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보완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현재 안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정말 많은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사회 : 직선제가 토론회를 할 정도의 의제인가,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 아닌가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김용식 : 우연하게 저도 같은 의견이다. 오면서 참 갈등했다. 이 얘기를 작년이나 올봄에 했으면 어땠을까 고민해 봤다. 저는 1인1표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인가. 단 한 번도 민주주의적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미 6년 전에 안건을 가지고 돌아다닐 때 그때도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각 조직이 조직질서와 조합원 편제가 다른데 내용의 불일치를 억지로 꿰맞추면 지극히 형식적 직선제만 남고 내용은 사라질 것이라 우려했다. 지난 6월7일 토론회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냈다.

지금 직선제를 놓고 토론회를 할 수밖에 없는 게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처음 출범할 때 여러 과제가 있었다. 크게 보면 산별노조 건설을 뒷받침하는 민주노총,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뒷받침하는 민주노총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난번 직선제를 채택하면서 조직혁신 방안이 제출됐다.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전략적 접근문제와 대산별 원칙에 따른 조직편제와 갈등해소, 그리고 민주노총 지역조직 강화방안이 제출됐다. 그런 과제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미조직 전략조직 사업의 경우 민주노총의 기본사업도 아니다. 특별기금을 걷어 진행하는 사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 문제가 거론되지 못하고 직선제 문제만 거론되는 게 오늘날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집행부가 직선제 유예안을 대의원대회에 제출하고,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직선제 문제가 어떻게 되더라도, 대의원대회에서 유예가 되든 아니든 간에 혁신과제는 아니라는 거다. 만약 직선제가 혁신과제가 되려면 앞서 제기됐던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함께 승인돼야 할 것이다. 직선제를 통해 그것을 해 보겠다고 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실시하기 힘들어” vs “준비기간은 충분했다”

사회 : 두 번째 주제인 직선제 준비사항을 토론해 보자.

김영훈 :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조직을 점검하고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직선제 준비와 관련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직선제를 공약한 적이 없다. 제 의지와 무관하지만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집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철도노조 사례 중요하다. 직선제를 준비하면서 지난 3년간 몇 가지 고민에 빠졌다. 단위노조에서는 다 하는데 왜 못하냐. 최근에는 민주노총은 직선제 안 하면서 비정규 노동자에게 유권자 운동하는 걸 어떻게 설명하느냐. 민주노총을 단위노조와 일치시키는 경향이나, 노조 내 민주주의를 부르주아 민주주의나 마치 삼권분립처럼, 대의원들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조직 대표로서 송구한 얘기지만 대전본부 선거나 각종 선거, 특히 통합진보당 사태 때문에 마음이 바뀐 게 아니다. 대전본부를 굳이 얘기하는 건 현장 조합원과 얘기했냐고 질문해서다. 제가 아는 절대 다수 공조직은 직선제를 왜 하냐고 했다. 정말로 단 한 명이라도 위원장직을 걸고 직선제를 하자는 대표들이 있었더라면 모르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민주노총이 조직노동자들, 대공장노동자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노동계급 대표체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직선제 의제의 불일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조직된 유권자, 증세를 요구해서 낙선하는 기존 정치권처럼, 자기가 기반하는 조합원들의 이해에 반하거나 일치할 수 없는, 민주노조운동의 비전을 제시하고 합의하는 게 민주노총 선거일 텐데.

소수파나 좌파진영에서, 우파 포퓰리즘은 들어봤어도 좌파 포퓰리즘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불일치가 계속됐다.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행부가 결정적으로 고민한 것은 규정‧규칙의 복잡성과 불일치였다. 우리가 제정했던 선거관리 규정을 얼마나 습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몇 번을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도 선거를 치르려면 국가 행정에 준하는 기관과 감시기관이 없으면 부정‧부실 선거 논란을 피할 수가 없다. 선거는 조합원들의 축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선거를 규제하는 조항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준비과정에서 직선제를 유예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준비를 하면 할수록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꼈다. 조합원을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현장 조합원들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부실한 선거준비는 필연적으로 그러한 혼란을 부추긴다. 일부에서는 해 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냐고 비판한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직선제를 완수한 첫 위원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공명심에서, 민주노총에 거대한 혁신문제가 많은데도 직선제에 모든 조직역량을 투여한다는 건 오히려 더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태연 : 직선제는 12월에 하도록 돼 있다. 직선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현재 집행부는 올해 12월에 실시할 예정인 직선제를 준비하지 못했다. 현재 상태에서 직선제를 하기에는 준비가 안 돼 있고, 하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안 된다. 그건 맞다. 그런 얘기를 마치 견해가 다른 듯이 할 필요는 없다.

직선제 일반에 관한 문제까지 말하는데, 이 토론을 듣는 조합원들이 헷갈릴 것이다. 준비된 직선제를 할 것인가의 문제와 12월 하려고 했던, 약속했던 직선제가 준비되지 못했던 건 구분해서 따로 얘기해야 한다. 왜 준비하지 못했고 왜 그랬는지, 어떤 책임을 지고 대책을 세울 것인가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한다.

김영훈 위원장이 섞어서 얘기하셨는데. 좀 난망한데. 직선제가 공약이 아니라고 했다. 공약은 후보로 나왔을 때 공약집에 있냐 없냐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선거에 나왔을 때 직선제를 하기로 했었고, 지난 선거에서도 직선제 문제에 대해 후보들에게 확인한 바 있다. 그때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당연히 모든 후보가 직선제에 동의하는구나 그렇게 이해한 것이다. 굳이 공약이 아니라고 한다면, 반대했지만 민주노총 결정이라서 지킨다고 한 것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공약집에 들어 있냐 아니냐를 떠나 지난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직선제에 동의했다.

직선제 문제를 얘기하면서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어떤 의미인지 확인해 보고 싶다. 직선제를 주로 주장하는 쪽이 민주노조운동 내 좌파 운동진영이라는 것인지. 명색이 좌파가….

김영훈 :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사회에서 왼쪽이다. 소수자들을 말하는 거지 민주노총 내 좌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정하겠다. 좌파가 아니라 진보진영이다.

김태연 : 조합원 직선제를 포퓰리즘과 연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항간에는 역대 독재정권이 직선제로 우민정책을 펴서 정권을 연장했다고 사람도 있다. 그건 틀렸다고 본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과 포퓰리즘을 연동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직접 자기견해를 표명하고 행사할 때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가장 정확한 방향으로 갔다. 그게 역사다. 직선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그동안 준비과정에서 산별대표자나 많은 사람들이 직선제를 왜 하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반대로 해야 되겠다는 건 못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산별대표자들을 모시고 다시 토론해야 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를 결정한 것이다. 산별대표자들은 대의원대회 결정을 뭘로 바라보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하신다. 12월에 직선제를 하기 어렵다는 건 뒤에서 얘기하자고 하면서 직선제 일반에 대한 얘기를 한다. 토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김영훈 : 직선제 일반에 대한 얘기도 중요하다. 중집에서 토론해 왔다. 회의록 보시면 된다. 직선제를 했던 곳에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아까 좌파라는 표현은 소수파를 대변하고 소수진영을 대변하는 노동진영, 진보진영이라는 뜻이다. 선거제도는 권력분배 과정이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내외의 의제를 민주노총 의제로 받아안느냐 여부다. 다수파의 승리로 규정되는 직선제가 과연 그런 것에 부합하는지 원론적인 것을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금속연맹과 금속노조 지도부의 본질적인 차이가 뭔가. 지금 지도부가 나쁘다 그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나온 말이다.

사회 : 논의의 범위를 좁혀야 할 것 같다. 직선제 준비사항에 대한 평가와 현상을 짚어 달라.

정광진 : 직선제가 왜 아직 안 되는지 얘기하는 것이다. 자꾸 얘기가 옳고 그름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를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하고 조합원 수준까지 지적했는데, 마치 시계를 25년 전으로 돌리시는 것 같다. 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대통령 직선제를 얘기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내에서 조합원들에게 모든 권리를 부여하는 직선제를 실시하자는 게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조합원들이 요구도 안 하고. 마치 국민 문맹률이 높고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니 국민에게 표를 줘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김영훈 : 직선제가 유일한 방안인가를 얘기한 것이다. 제가 어떻게 조합원들을 우매하다고 얘기하나.

사회 : 공격적으로 흐르거나 비약이 되는 발언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 직선제 준비사항만 말해 달라.

신인수 : 직선제가 규약이 정한 과제라는 사실에서는 다툼이 없다. 개인적으로 싫든 좋든 이를 지키는 것은 위원장의 역할이다. 못 지켰기 때문에 어떤 책임을 질지는 모르겠다. 직선제가 좋다 나쁘다, 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를 떠나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직선제를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했다. 우선 조합원명부가 있어야 한다. 정광진 공동대표가 67만인지 80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 전체 조합원이 몇 명인지 우리도 모른다. 40만설, 60만설, 80만설이 있다.

그런데 조합비를 납부하고 규약에 의한 선거권을 가진 선거인 명부가 취합이 안 된다. 취합된 명부가 68% 정도다. 많이 누락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선제를 하면 시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민은 선거관리의 문제였다. 규약과 규정에 의하면 단위 사업장 선관위와 가맹 산하조직 지부 선관위를 구성해야 한다. 총연맹에는 중앙선관위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세 선관위 모두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가장 많이 지적됐던 문제가 선관위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선관위원이 비상임이어서 관리가 안 됐다. 민주노총이 직선제를 하려면 많은 상임 선관위원들을 둬야 한다. 엄청난 선거 관리비용과 최소한의 선거관리를 할 수 있는 인원이 있어야 한다.

조합원 명부와 선거인 명부를 취합하지 못하고, 선관위 구성을 하지 못하다 보니 직선제를 연기하거나 재논의하자는 얘기로 이어졌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구비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지 논의해야 한다.

사회 : 신인수 원장께 간단한 질문 드리겠다. 2007년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를 통과시킬 때 민주노총 법률원에서는 그런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건가.

신인수 : 올해 상반기에 앞서 말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투표를 논의했다. 한국에서 60만명이 현장에서 투표하도록 만들 수 있는 조직은 없다. 정당도 현장투표를 어려워한다. 모바일투표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직접비밀투표 미보장 문제다. 착신이 오면 제3자에 전달할 수 있는 거다. 모바일투표가 안 되는 휴대기기도 있다. 그래서 다시 현장투표로 돌아갔다. 2007년 대의원대회 당시에는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법적인 검토를 못한 것 같다.

김태연 : 모바일투표 폐기를 언제 결정했나.

김영훈 : 올해 7월24일이다.

김용식 : 직선제가 조직혁신 과제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직선제를 시행해야 한다면 선거관리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직선제를 하려면 투표구를 5천개 이상 지정해야 한다. 많으면 1만개까지 불어날 것이다. 규정에 따라 선관위원을 두면 5만명이다. 3명씩 관리위원을 두면 3만명이다. 투표기간은 5일이다. 이들을 5일간 상근시켜야 한다. 그런 규정 다 빼 버리고 토론만 하고 있다. 그럼 그 규정을 각 단위 사업장별로 연맹별로 바꿀 수 있나. 못 바꾼다. 그러면 어떻게 직선제를 치르라는 것인가. 조합원 80만명 중에서 5만명을 동원할 수 있나. 현실적 불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놓고 직선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규정대로라면 12월에 직선제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8월3일 이전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람은 투표권을 줘야 한다.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정할 경우 조합원 전원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 심각한 문제다. 상급단체를 정하지 않았어도 민주노총과 연대사업을 활발하게 하는 곳이 있다. 경북지역에서도 어떤 사업장은 민주노총 사업에 결합하지 않는데도 규약상 투표권을 가진다. 이러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그냥 일반적으로 투표권을 다 부여했다.

올해 1월 대의원대회 안건 설명회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다.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6월에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냥 명부를 받기 시작했다. 규약으로 정해져 있기에, 민주노총 간부라서 이를 수용했다면 실제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어야 했다. 시간에 쫓겨서 명부를 작성하지 못했고, 문제가 드러나니까 직선제 유예안을 낸 거다.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승호 : 법률적 기술적으로 접근 가능하지만 지금 제기되는 문제는 각 조직별로 안고 있는 조직역량의 편차에서 비롯됐다. 금속노조는 직선제를 하고 있다. 사업장이 밀집된 곳 중심으로 선거 치르기 때문에 관리하기도 쉽다. 반면에 다른 조직은 인원부족 문제보다는 조직이 분산돼 있거나, 조직역량이 선거를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 민주노총에서 이 문제로 고민한다면 한편으로는 선관위 문제 등 법률적 검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산하조직의 편차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 기술적 접근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편차를 줄이고 열악한 상황에 있는 조직을 끌어올리는 게 민주노총 조직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왜 준비가 안 됐나.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건 집행부에 책임을 물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건 집행부만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태연 : 왜 직선제를 준비하지 못했을까. 준비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직선제를 치르기 위해서는 세세한 규정‧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부정시비에 대비해 사전에 해석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 해결하려면 대전본부처럼 돼 버린다.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각 선관위도 못 만들었다. 왜 못 만들었나. 못 만든 이유와 관련해 총연맹은 할 만큼 했는데 가맹 산하조직이 따르지 않은 것인지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당장 민주노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거 아니냐.

조합원 선거인 명부가 60%대인데, 왜 안 들어왔는지 생각해 보자. 민주노총 산하조직 조합원들은 직접 대표를 뽑는다. 조합원 명부가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에 한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선관위는 그럴 때 어떻게 해석할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게 선거관리다. 어림잡아 90% 이상은 조합원이 확정돼 있을 것이다. 왜 명부를 모으지 못했는지, 그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줘야 토론이 된다.

직선제는 6년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3년간 시행착오도 경험했다. 소중한 경험이다. 김영훈 집행부 3년은 시행착오를 확인하고 준비한 기간이었다. 2011년에는 기본 규정도 만들었다. 그런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집행부가 모바일 투표만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모바일 투표 준비로 보냈다.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는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임기 3년 동안 준비를 안 한 것이다. 모바일 투표의 경우 통합진보당 사태가 없었으면 시도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집행한 사람들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말을 해야 한다. 집행의 문제이고, 판단과 정책의 문제다.

3년 동안 준비했는데 안 됐다는 것과 같은 기간 모바일 투표만 준비하다 직접투표 방식으로 바꿨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3년을 준비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준비과정은 짧았다.

답이 있다. 뒤에서 말하겠다. 선거구가 1만개라고 한다. 한 선거구에 3명해서 3만명. 민주노총 조직에서 5일간 3만명을 상근으로 풀가동해야 한다면 직선제 못하는 거다. 거기에 대해 다른 방식이 없는지 고민했나. 모바일 투표를 고민하다 깨지니까 아무것도 못한 것이다. 소상히 말해야 한다.

김영훈 : 모바일 투표만 준비하다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근본적 문제에 봉착했다. 모바일 투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유력하게 검토하기는 했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준비했던 것이지 모바일 투표만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

왜 안 됐을까. 몇 가지 예를 들겠다. 선거이기 때문에 그렇다. 위원장을 그만두면 다음 위원장에게 제가 알고 있는 직선제 관련 모든 것을 정리해서 전달할 것이다. 선거는, 사전에 합의되지 못한 선거제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인단 문제가 시기와 의제 문제인가. 선거는 직접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직선제를 하지 못하면 직접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직접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것이 부실한 직선제에만 있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더 많은 직접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해 더 많은 조합원이 선거인단으로 확보돼야 한다. 하나의 사업장을 예로 들어 보자. 서울지하철노조에 투표권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는 기술적 법률적 문제가 아니다. 법률적 문제로 접근하자면 화물연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애시당초 투표권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조합원 민주주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서울지하철노조에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반면에 직선제 취지에 비춰 보면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얘기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이런 것을 사전에 합의하지 못했다. 대중적이고 확고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축제가 된다.

기술적 문제를 보자. 단위노조에서는 다 하는데 왜 민주노총은 못하나. 단위노조는 조합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조합원 명부가 확보된다. 민주노총에는 5단계를 거쳐서 의무금이 올라온다. 다른 산별들도 조합비 말고 의무금이 올라온다. 분회 지부에서 100명이 선거한다면 올라오는 게 100명보다 적거나 같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선거인단 확보가 100% 안 된다는 거다. 80%만 되면 할 것이냐. 그렇게는 못한다. 20%를 배제한 직접민주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

끝으로 저는 선거준비를 못한 책임을 진다고 했다. 총연맹 선거준비는 중앙선관위 구성하고 관리규정 하달하면 끝이다. 위원장이 선거를 책임지지는 않는다. 중앙선관위가 선거시기에 모든 걸 해 나간다. 제가 해야 할 의무는 확고한 권위를 가진 중앙선관위원들을 선출하고, 선관위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제도에 대한 조직 내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 조직 내 선거권을 주는 문제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조직 내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되면 가능할 것이다.

정광진 : 총연맹 선관위는 언제 구성됐나.

김영훈 : 규정상 바꿔서 상설적으로 운영하게 돼 있다. 작년 중앙위원회에서 구성됐다. 지금 중앙선관위 입장은 현재적 수준으로는 못한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11~15명 내외다.

김태연 : 서울지하철노조 얘기하시는데 투표권 문제를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있나.

김영훈 : 토론한 적은 있다. 조직 내 분쟁사업장이 있다. 비슷한 예로 논의했다.

김태연 : 선거준비는 그런 구체적 문제와 곤련해 집행부가 판단할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안건을 제출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그동안 그런 것들이 공론화되지 않았다.

김영훈 : 판단은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승복의 문제다. 선거라서 규정으로 정해 놨다. 조직 내에서 광범위한 공감이 안 되면. 분쟁사업장에 대해서는 다른 투쟁방침이나 계획에 따라 다수결로 정하면 된다. 그러나 선거는 다르다. 완전무결한 합의가 되지 않았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 : 개별 사업장 사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10분간 휴식)

“폐기하자” vs “3년 유예하자” vs “비대위 구성해 내년 실시”

사회 : 다음 주제다. 집행부의 직선제 유예안을 어떻게 봐야 하나.

김영훈 : 직선제를 폐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유예안을 제출한 배경을 말하겠다. 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어 준비부족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3년 유예가 폭탄 돌리기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직선제 폐기도 고민했다. 그런 가운데 3년 유예를 결정했다. 모든 일이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 차례 홍역을 겪고 난 후 새로운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조합원의 광범위한 참여가 보장되면서도 실질적 혁신목표와 부합하는 대안이 3년 안에 합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유예안을 제출했다.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해법은 현재 설계했던 제도를 단순히 시간만 3년 유예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부족했는지 전 조직적으로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절대다수가 합의하는 새로운 선거제도에 합의하는 것이다. 대의원 직선제도 있고, 선거인단 제도도 있다. 전제는 조합원 직접선거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3년간 이런 것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유예안을 제출했다.

김태연 : 민주노총이 현재 상황에 대해 빨리 조직적 판단을 내리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시간만 계속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 9월26일 대의원대회에 집행부가 유예안을 올렸는데, 당시 이미 직선제가 어렵다고 판단한 거 아닌가. 그럼 그때 위원장이, 면전에서 얘기하기 죄송스럽지만, 사퇴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고 바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했어야 했다. 9월이라도 지금 직선제 준비로 보면 12월에 예정대로 시행하기 어렵다. 비대위가 구성돼 시행시기를 연장해서라도, 2013년 상반기 중에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어야 했다. 9월 이후 10월 다 지나고 대의원대회를 하자고 한다. 민주노총이 아무것도 못한 채 아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직선제 준비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를 고백하게 됐다. 민주노총이란 조직은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온 조직인데, 지금 조합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는 걸 실토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 명부 관련해서 부정선거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내부에서 부정선거가 자행됐는데,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조직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직선제를 유예하고 간선제 대의원대회에서 선거를 한다고 했을 때 민주노총이 얼마나 힘을 가지겠나.

직선제 준비를 6년이나 했는데 3년 유예하고 가자? 3년 유예는 답이 아니다. 정파적 입장을 떠나 모두 달라붙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통합력을 가장 발휘할 수 있는 게 비대위 형식이다. 저 같이 직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비대위 구성을 모른 척하고 발을 뺄 수 있겠나.

그런 체계를 가지고 준비할 때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선제를 규약이나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정파적 입장으로 보면 해결 안 된다. 각 주체가 나설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비대위다. 이런 점에서 집행부가 사퇴를 하고 제 세력이 같이 비대위를 구성해서 신속하게 내년 상반기까지 준비한 뒤 직선제를 해야 한다. 그게 조직을 살리는 길이다.

사회 : 집행부 총사퇴를 말하는 것이냐.

김태연 : 비대위 구성하려면 총사퇴를 해야 하는 것인가. 거기까지는 고민 못했다.

김영훈 : 책임을 피해 가지 않겠다. 비대위 구성하려면 임원 전체가 총사퇴를 해야 한다. 직선제 실시 여부로 임원 전체가 총사퇴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취지는 알겠다. 임원들도 직선제에 대해 찬반의견이 있다. (직선제 유예가) 마치 거대한 비리를 저질렀거나 파렴치해서 전체가 함께 정치적 책임을 저야 하는 문제인지 모르겠다.

사회 : 주제를 묶어서 자유롭게 토론해 보자.

김용식 : 지금 현재 준비된, 그래서 말 그대로 규약과 규정에 의해 준비된 직선제는 폐기되는 게 맞다. 만약 준비한다면 거기에 대한 조합원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체 조합원 90%를 선거인단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급조직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다하지 않은 이들에게 조건 없이 선거권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명부 작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건설일용노동자의 경우 비정규 노동자는 상시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1년에 9개월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일하지 않는다. 소속사업장에서는 연속해서 몇 개월 이상 조합비를 지속적으로 냈을 때 권한을 준다. 그래서 조합원 명부 등재는 1만명이지만 실제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은 1천여명이다. 규약대로라면 7월3일 이전에 조합원 명부에 등재됐다면 모두 투표권을 줘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신인수 : 저도 규약과 규정에 의하면 집행부 임원이고 상집이다. 의결권은 없지만. 제가 저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는 자기모순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규약을 위반한 것이고, 김영훈 위원장뿐 아니라 상집·중집·활동가 전체가 조합원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에 대한 책임을 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질 것인가는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 문제가 비롯된다. 민주노총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민주노총 위원장 가운데 임기를 제대로 마친 분이 거의 없다. 고민해 봐야 한다. 이건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직선제는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데, 위원장 임기를 지키는 것도 민주주의 원칙 중 하나다. 위원장 자리는 스스로 그만둔다고 그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김영훈 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는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대위 구성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시기상조다. 대선이 곧 있고 내년에는 새 정부가 출발한다. 향후 5년간 노동권에 대한 기본입장을 정부가 세워 나갈 것이다. 조합원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를 어떻게 해결하고, 특수고용직 노동권 문제와 비정규직 권리를 찾는 데 관심이 있다. 이를 비대위가 할 수 있겠나. 규약과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뽑힌 임원들이 나서도 교섭력이 약한데, 비대위가 대정부 교섭을 할 수 있겠나. 지금 집행부가 잘하고 예뻐서가 아니라 그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 : 궁금한 질문 하나 드리겠다. 직선제에 대한 의미나 배경에 관해 양측 주장을 들었다. 집행부가 7문7답 형식으로 직선제를 못하는 이유를 자료로 배포했는데. 반대하는 측에서 반박을 해 줬으면 한다.

김태연 : 오늘 토론은 이렇게 할 문제가 아니다. 직선제는 구체적인 걸로 얘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표관리 문제 등 해결과제가 많이 있다. 사업장이 분산돼 있는데, 이동투표는 안 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

오늘 당장 12월 직선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물 건너간 얘기다. 그것은 오히려 비대위를 구성한 뒤에 토론하고 안도 내고 시뮬레이션도 해야 할 문제다. 짧은 시간에 해결방안을 내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사회 : 토론주제에 법률적·행정적 검토를 중심으로 얘기하기로 돼 있어 질문드린 것이다. 토론주제와 순서는 사전에 합의된 것 아닌가.

김태연 : 7문7답 여기에 와서 처음 봤다.(웃음)

정광진 : 집행부가 7문7답에서 3년 유예안을 설명했다. 현재 방식으로 할 건지 선거인단으로 간선제를 보강할 건지 등의 내용이 나온다. 신인수 원장 말처럼 민주노총 직선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명부를 확보한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 물론 그 규모가 66만7천명에 달하는, 그게 전체 조합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중 67%인 조합원 40만명의 데이터를 확보한 것도 성과다. 직선제를 추진하면서 관건은 전체 조합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그런데 직선제를 유예하면 이 문제 자체를 닫아 버리게 된다.

선거관리 문제도 유예 배경이 된 것 같다. 임원직선제는 민주노총 임원을 조합원들이 직접 뽑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 임원선거를 위한 조합원 명부는 총연맹에 구성된 중앙선관위가 취합하는 게 맞다. 위원장이 말한 2단계나 5단계 문서수발 과정을 거치는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부 연맹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제기한다. 그 얘기를 접하고 나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민주노총에 명부를 올리는 게 개인정보 유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노총은 법률상 단위노조의 총연합체이지만 제3자로서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되는 상대는 아니라고 본다.

조합원 명부를 확보하는 문제는 사실상 지금까지 안 해 왔던 것을 보강해 나가고 집행에 대한 여력을 확보·담보해 나가는 것으로 보충할 수 있다. 그런 노력 없이 직선제 유예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통합진보당 사태도 유예의 배경이 된 것 같은데 그런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한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조직혁신의 전제라고 했다. 조직혁신을 위해 부패하고 썩고, 관성적으로 덮어 뒀던 것을 이번 기회에 들어내야 한다. 양성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치유와 보강을 할 수 있다. 계속 덮어 두면 17년 민주노총 역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합원들은 조직혁신을 위해 직선제를 기대하고 있다. 이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집행부의 태세가 안 갖춰져 있거나, 조합원과 밀도 있는 소통이 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무관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민주노총이 현장투쟁에 복무해야 하는 과제도 있고, 전체 전선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 역시 중요하다. 이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직선제는 시행돼야 한다.

민주노총 전 조합원 총파업투표 찬반투표 용지를 가지고 왔다. 민주노총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투표를 안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체 조합원에게 총파업투표를 조직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 속에서 현장 조합원과 소통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을 모아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직선제와 관련해서는 최소한의 노력도 엿보이지 않는다. 답답하다.

김영훈 : 계속 강조하지만 일반적 조합원 총회와 선거를 등치시킬 수는 없다.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역설적으로도 찬반의사를 묻지 말라는 의견을 내는 산하조직이 많았다. 총파업은 지도부의 의지로 하는 것인데, 찬반투표를 하는 것은 지도부가 총파업을 못하는 이유를 대중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있었다.

민주주의, 인민에 의한 지배와 통제가 선거제도로 등치될 때 모순에 부딪친다. 선거는 권력을 위임하는 거다. 직접 인민에 의한 통치 대신 과두적인 지도부를 형성해 그들에게 위임하는 절차다.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우리가 고민하는 것이지,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해서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김승호 : 기술적 부분을 말하면 위원장은 60% 정도의 명부를 말했고,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90% 가진 것 아니냐고 했다. 총회와 선거가 다르냐고 반문하겠지만 분명히 다르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100%가 안 됐기 때문이다. 5%에 의해서 결과가 뒤집히는 게 선거다. 그래서 기술적·법률적으로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 모두에게 균질적으로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선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념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직선제가 조직혁신의 전제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왜 혁신과제인지는 다른 방식으로 설득·주장돼야 한다. 조직에서의 관료주의는 복지부동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전체 조직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도 자기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도 관료주의다.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면 공감한다. 그것에 대해 반론을 펴는 입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론적 주장에 반대하는 것과 조직 내 부딪치는 현실에 대한 것이다.

직선제를 주장한 근본적 이유가 무엇일까. 조직강화와 관료주의 해소가 목표라면 유예 말고 다른 방안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합원이 민주노총의 주인이 되는 방안이 직선제 말고 다른 무엇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직선제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 같다. 밖에서 이런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조직 내에서 직선제 시행을 강하게 주장하는 쪽은 고민을 해야 한다.

김태연 : 조합원 명부가 42만명 가까이 된다. 그런데 공무원노조가 명단에 없다. 보건의료노조가 3천명만 들어와서 3만명 가까이 안 들어 왔다. 언론노조도 그렇다.

공무원노조가 명부는 가지고 있는데 조합원들의 문제제기로 명부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조합원 파악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가 우려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공무원 신분인 만큼 탄압을 피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도 일상적으로 잘 돌아가는 조직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수를 파악하지 못했겠나. 선거와 관련한 관행의 문제인데, 그 관행이 옳은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자료에 나온 것을 보면 보건의료노조 선거는 지부에서 제출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조합원 파악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는 준비가 미흡해서 봉착한 문제들이다. 민주노총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3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지금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조직적으로 논의하고 판단해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가의 문제다. 선거관리도 살펴보자. 지금 민주노총 단위 사업장 상근자들이 몇 명쯤 되나.

김영훈 : 말씀하신 취지는 알겠다. 그런데 상근자들은 선거관리만 해야 한다. 선거운동은 못한다.

김태연 : 단위노조 상근자들이 선거운동기간에 다 선거관리를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단위노조 상근자가 2천~3천명이라고 들었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논의해 봤는지 궁금하다. 부정투표 얘기를 하는데. 보건·금속 선거하면 선거관리요원이 크로스 체크를 한다. 우려되는 부정투표는 모든 장치를 가동하면 줄일 수 있다. 100%는 안 되지만 그런 장치를 두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미리 장치를 두는 것이다. 분쟁으로 사회나 조직이 파탄나지 않도록 하는 게 선거관리다. 그런 안을 준비하지 않은 것 같다.

아까 신 원장이 위원장 임기 채우는 것을 말했다. 임기 채우는 집행부, 일을 잘해서 조합원 열렬한 지지를 받는 집행부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다. 직선제가 이렇게 돼 버렸는데, 임기 채운다고 될 일인가. 지금 있는 문제를 어떻게 빨리 조직적으로 수습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한다. 임기를 지킨다는 건 조합원들이 들으면 통탄할 일이다.

집행부 총사퇴를 할지 말지 집행부가 진지하게 고민하셔야 한다. 10월30일 대의원대회가 열린다. 유예안이 결정되면 사임하는 것인가.

김영훈 : 그렇다.

김태연 : 유예안이 결정되지 않거나 대의원대회가 잘못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없이 사퇴하겠다는 건가.

김영훈 : 중집에서 의견이 많았다. 유예되면 물러나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고, 직선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민하고 있다. 거취와 관련해서는 의견이기 때문에 듣도록 하겠다.

김태연 집행위원장 말처럼 해결방안에 관한 아이디어는 중요하다. 다만 집행부는 그럼에도 우려를 갖고 있다. 67만명은 의무금 납부 기준이다. 직선제는 조합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큰 노조를 설득해서 할 수 있지만 의무금으로 관리·집계 됐던 것보다 훨씬 많은, 조합비를 납부하는 사람까지 줘야 하는 불일치 문제가 발생한다.

김용식 : 그런 문제 때문에 직선제를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총연맹 준비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투쟁을 통해 제도가 만들어진 정부의 선관위조차도 중앙선관위에서 선거인명부를 다 확보하지 않는다. 선거구에서 확보한다. 선거명부를 반드시 총연맹이 확보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조합원 42만명의 명부를 확보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조직강화라면 의미 있지만 선거인명부라면 실패한 것이다. 조합원으로 구분 가능한 등록정보까지 확보된 것은 10%도 안 될 것이다. 이름만 올라온 것이 선거인명부로 적절한가.

산별이 선거인명부를 확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산별이 먼저 직선제하고, 거기 관리된 대로 총연맹 직선제를 시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만일 조합원 68만명의 명부가 들어왔으면 직선제가 가능했을까. 그래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직갈등 사업장,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선거인 명부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총연맹의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산별이 선거인 명부를 확보하고, 산별부터 직선제를 한 뒤에 그래도 굳이 해야 한다면 그 다음에 총연맹 직선제를 실시해도 될 것 같다.

신인수 : 돌직구 한두 개 던지겠다. 오늘 토론에서 각자 조합원들의 생각을 말한다. 토론회 볼 때마다 서로가 생각하는 조합원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직선제가 의미 있거나 중요한가.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돌직구다.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왜 참여해야 하는지, 왜 단위사업장 임원들이 선거관리를 해야 하는지 토론해서 설득해야 한다. 2007년 대의원대회에서 이걸 안 했던 것 같다. 이런 작업은 비대위나 높은 사람들이 할 게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이 현장을 직접 하방해서 욕먹고 1년 내내 해야지만 가능하다. 그래야 ‘직선제 해 볼 만한 거구나’라는 분위기 살아날 것이다.

직선제를 시행하려면 닥치고 토론을 해야 한다. 닥치고 조합원 의견을 모아 내는 것이다. 그게 다음 집행부의 임무다.

물적 조건을 하나 더 말하겠다. 올해 직선제사업팀 만들어졌다. 팀장과 팀원 2명 있었다. 비판하시는 분은 안 하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다른 실도 한두 명뿐이다. 직선제를 하려면 투자도 해야 한다. 민주노총 직선제사업팀을 확대하거나 조직혁신팀을 만들거나, 이런 것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하고,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해 줘야 한다. 그런 다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은 엎어졌으니, 누가 엎었는지 확인하고 책임을 지우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물을 엎지 않으려면 광범위한 토론을 해야 한다.

1년은 조합원과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 정도 해야 조합원들이 직선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물적 토대가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다.

김태연 : 조합원들은 대부분 자기 관점에서 볼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직선제와 관련해 열화와 같은 기운이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직선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직선제와 다른 문제는 조금 차이가 있다. 지금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직선제 의지가 없긴 하다. 그렇다고 직선제를 왜 해야 하는지 그렇게 많은 설명을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투표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직접투표로 뽑는 것에 대해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조합원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죽어도 해야 한다는 열기가 없다고 하는데, 그건 직선제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민주노총을 보는 시각이다. 조합원 명부를 제출할 것인가 아닌가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아니다. 각급 집행부가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직선제를 하려면 엄청난 준비를 해야 하고, 현장토론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설문조사만 해 봐도 알 수 있다. 직선제가 맞는지 틀린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답은 나올 거다.

조합원이 하지 않겠다면 설득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노동운동 상층의 문제다.

정광진 : 조합원 명부를 취합하는 것은 총연맹에서 조직하는 중앙선관위에서 파악하는 것과 산별에서 몇 단계 거쳐 올라오는 게 한계가 있다면, 명부 확보를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16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명부를 취합하는 방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나. 민주노총을 구성하는 사업장이 1천706개라는데, 그 모든 사업장에 투표구 선관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을까. 지역본부나 지부단위에서도 충분히 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명부가 충분히 등재하고 열람하고 보강할 수 있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부여돼야 한다. 이런 게 없는 상태에서는 조합원 명부도 안 올라오고, 선거인 명부도 안 될 것이다. 비약하면 투표하더라도 과반수가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직선제를 실시해 봐야 이러저런 오류와 한계가 나온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해 보지도 않았는데 민주노총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연맹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노총 조직혁신과 직선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김영훈 : 치열한 선거가 민주주의를 앞당길 것이다. 부르주아가 3권 분립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방점이 있다면 노조는 목적의식적으로 조합 내 분열요소를 어떻게 차단해 내고 단결해 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직선제를 해 보고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 보강하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에 동의 못한다. 또 연맹에 맡기자고 주장한다. 한번 보자. 연맹들은 직선제 방식이 다양하다. 각자 고유한 방식대로 하고 있다. 조직 내 특성에 맞게끔 조직 내 단결을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설노조의 투표방식의 경우 일반 선거방식 잣대를 들이대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지만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통돌이’ 문제도 1~2명 있는 곳에서는 문제가 안 된다. 전국에 흩어진 화물노동자들은 ARS 등 그들만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무리하게 묶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ARS 전화를 못 받았다고 치자. 그것은 평등주의에 어긋난다. 왜 난 못 받았나. 일반적인 민주주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본질적 문제가 확대되는 그 오류를 범하고 나서야 우리가 다시 거듭날 것이라고 하는데, 근본적으로 노조 민주주의를 일반 민주주의로 등치시키는 과정에서 비슷한 양상이 계속될 것이다.

더 많은 조합원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자는 것이 기준 없는 선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직격탄을 때리는 행위가 내부에서부터 나오는 우를 스스로 만들 수는 없다.

책임을 안 지겠다는 말이 아니다. 선거문제로 지도부 용퇴문제까지 나오는 상태에서 이후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가 패자에게 아량을 베푸는 일반적 얘기를 하기에는 더 많은 혁신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태연 : 10월30일 대의원대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규약 개정안이 부결되거나 혹은 결정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규약에 따라 직선제를 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 돼 있다. 규약을 개정하지 못했으니 간선제로 뽑을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어떻게 하실 건가.

김영훈 :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대의원대회도 못하면서 어떻게 직선제를 하려고 하냐다. 대의원대회에서 가부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김태연 : 부결될 수도 있지 않나.

김영훈 : 부결되면 그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유예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대의원대회 유예를 의장이, 예전에 보니 의장이 필리버스터를 하기도 하던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장은 가부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소수파가 양심에 비춰 도저히 결과에 승복 못할 수도 있는 것처럼 조직 내 민주주의는 다원적이고 다채적이다.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중집에서 논의된 것은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 직선제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중집에서 한 차례 논의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 직선제를 치러야 한다. 유회가 돼서는 안 된다.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 천하없어도 현행 규약에 따라 직선제를 치러야 한다. 12월 말로 돼 있는 규정을 바꾸면 된다. 제 임기는 1월29일까지다. 유예안이 부결됐을 경우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3분의 2를 못 넘겨 부결됐다 하더라도 규약상 부결이다. 이에 따른 책임은 더 무겁게 져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김태연 : 집행부 유예안에 대해 집행부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조직이 어떤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집행부 안이 통과되기도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부결될 수도 있다. 부결됐을 경우 중집 입장은 현 집행부가 현 규약대로 직선제를 치러야 한다는 것인가.

김영훈 : 부결이 아니라 유회됐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유회는 아무 결정을 못한 상태가 되니까.

김태연 : 유회되든 부결되든 현재는 규약이 살아 있다. 현재 준비상태로는 12월 직선제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다 얘기하는데 그럴 경우 그냥 한다? 이게 어떻게 조직을 이끄는 지도 집단에서 할 수 있는 얘기인가.

김영훈 : 전체를 놓고 판단하고 있다.

김태연 : 규약 개정이 안 되면 대책이 없는 거 아닌가.

김영훈 : 어떤 집행부가 원안을 내고 가결을 호소하면서 ‘안 됐을 때 이러겠다’고 말하는가.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김태연 :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사회 : 그 문제는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하셔야 할 것 같다. 오늘 토론주제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김태연 : 지금 토론에서 집행부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왜 집행부안에 반대하냐면 복잡하고 중대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행부가 사퇴하고 즉각 비대위를 구성하라는 것이다.

김영훈 : 직선제 유예안을 제출한 것이다. 집행부가 사퇴하고 말고는 대의원대회에 제출할 안건이 아니다. 사퇴안을 내면 복잡해진다.

사회 : 토론회에 집중해 주시라는 얘기다. 지금 주제는 직선제 실시방안이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질문을 하나씩 드리겠다. (김영훈 위원장에게) 3년 유예안 통과되면 3년간 준비해서 직선제를 시행할 수 있나. (김태연 집행위원장에게) 내년 상반기에 직선제를 시행한다는데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있나.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김영훈 : 물러나겠다는 사람이 대안을 말하기 마뜩잖다. 사퇴 표명도 9월 대의원대회에서 이미 말했다. 대안과 관련해서 직선제, 조합원들의 직접참여 보장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것이다. 현재 대의원대회 선출방식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전제는 대의원 직선제 실시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부결됐다. 조합비를 정률제로 하자는 안은 통과됐고, 대의원 직선제는 부결됐다. 대의원 직선제가 된다면 이건 직접민주주의 확대로 볼 수 있다.

선거인단제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수자가 들어오고 권력을 분점할 수 있다고 본다. 조금 더 나아가 위원장 후보가 격돌하는 게 맞는가 싶다. 승자독식 폐해를 피할 수 있다면 최다 득표자나 차점자 순으로 권위를 부여하고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선거인단도 직접투표로 뽑혀야 한다. 그건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뽑아도 상관없다. ARS를 하든 통돌이를 하든, 이것은 마치 연방제처럼 운영되는 민주노총에서 직선제를 하자는 불일치와 비슷하다. 이런 것을 3년 동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의원대회에 이러한 고민을 담은 안건을 제출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직선제가 가능하도록 방법을 찾다 보니 역설적으로 대안을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정광진 : 3년 유예안이 가결되건 부결되건, 혹은 회의 자체가 성사 안 되고 유회가 되는 것 셋 중 하나가 예상된다. 김영훈 위원장이 가결을 호소하면서 글을 썼는데. 그 호소문에도 이미 민주노총 규약을 위반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심정으로 통감한다는 내용이 있다. 직선제 유예안 가결을 호소하면서 대의원대회를 치르는 게 위원장의 의중이다. 그중에 대의원 직선제와 선거인단 문제는 오늘 토론의 주제가 아니라서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김영훈 위원장이 직선제를 실시하기 어렵다고 하고, 현 집행부가 이미 규약을 위반한 상태다. 냉정하게 보면 직선제를 할 의사가 없다. 그러면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회자가 말한, 현 집행부가 물러나면 비대위 체계에서 직선제를 실시할 것이냐 문제의 경우 직선제를 실시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그와 같이 직선제 실시에 동의하는 제 단위가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비대위는 직선제를 실시하기까지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직선제준비팀과 민주노총에서 검토했던 실무적 요소를 보강할 것인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 되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직선제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이 산하 연맹과 산별 단위에 다양한 방식의 선거룰이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큰 원칙하에 이를 포괄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면 직선제 선거에서 투표권을 당연히 부여하고, 부여된 투표권을 가지고 선거인단을 공고하면 된다. 그러면 여러 문제가 나올 것이다.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보강할 방안도 있을 것이다. 총연맹 선관위에서 조합원 전수조사가 불가능하고, 산별에서 충실히 조합원 정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이런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김영훈 : 중앙선관위를 구성해야 한다. 비대위는 선거만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선거를 전담하는 기구는 중앙선관위다. 투표권을 줘야 한다 말아야 한다, 선거인단 확정과 당선공고까지 비대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지도부 사퇴 거취와 무관하게 정파적 이해와 직선제 찬반의사를 가진 단체가 선관위를 구성해서 선거 얘기를 하면 된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선거 잘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직선제를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다양한 세력이 포함된 중앙선관위가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

김태연 : 집행부가 사퇴하면 바로 선거를 못하니가 비대위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집행부와 선관위의 역할은 다르다. 비대위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질문하셨는데, 역으로 모바일 투표를 보자. 집행부는 모바일 투표와 관련해 문제를 발견하고, 통합진보당 사태와 연결해서 보고 있다. 진보정당뿐 아니라 민주노총까지 부정선거의 구렁텅이처럼 손가락질을 받게 됐다. 거기에다 직선제가 유예될 경우 부정선거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를 돌파해야 한다.

직선제 문제로 집행부가 사퇴하고 비대위가 구성된다는 것 자체가 각급조직과 조합원들에게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집행부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선관위만 새로 구성되는 것과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비대위 역할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집행부가 결단을 하면, 구체적 기술적·법적 문제와 조직가동 안 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한번 하자. 그간 민주노총 집행부와 선관위가 내놨던 안을 넘어서는 안이 지금도 나오고 있다. 이리저리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이동투표 안 되는 걸 전제로 얘기하고 있다.

김영훈 : 투표소가 이동한다는 건 안 된다.

김태연 : 어디서 나온 전제냐. 통돌이가 문제다. 이 피해를 우리가 안다. 거기서 부정선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장이나 지역투표소 설치해서 나와서 투표하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선거관리 체계를 구성해서 갈 수는 없는 것인가, 열어 놓고 고민할 수 있다. 이건 안 되고 저건 안 되고 전제해 놓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투표함이 이동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집행부 한 사람이 가지고 다니면서 생기는 문제다. 조직이 논의를 해서 이 경우 관해서는 조합원 직접선거의 원칙 위배 안 되니 이동투표를 할 수 있다. 이런 걸 논의해서 검토해 볼 수 있다.

김영훈 : 말씀하신 것들 다 검토했다.

김태연 : 여기 나온 7문7답이 준비된 것의 다고, 이건 안 되고 저건 안 되니까 현재 불가능하다고 하면 안 된다.

김영훈 : 많은 가능성을 검토했다는 얘기다. 아까 단위노조 간부 숫자를 말했는데, 선거관리는 전임자들이 해야 한다. 선거관리를 하는 순간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절대 다수 활동가나 간부가 선거사무에만 종사해야 한다. 누가 선거하나. 선거 하나 제대로 치르기 위해 투여해야 할 노력에 비해, 정책을 내놓고 투쟁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선거라고 봤을 때, 이렇게 되면 ‘선거 치르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민주노총을 이끄는 절대 다수 활동가들이 선거운동을 못하고 조합원 의식화 사업을 못한다. 선거부정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정광진 : 선관위를 어느 정도 규모로 구성할 것인가는 협소한 이야기인 것 같다. 선거를 진행할 경우 선관위가 민주노총 각급 단위 상근활동가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활동가들로만 구성하는 건 협소한 것이다. 조합원들로부터 선관위원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투표구 선관위를 어찌 구성할 거냐. 지금 민주노총에서 검토하는 것은 각 단위 사업장에 있는 선관위원들로, 그들이 연맹 단위 선관위원들이고 하니, 이들이 민주노총 선관위를 구성하는 것과 동일시하고 있다.

조합원 선거인명부 작성 방식도 민주노총의 검토방식은 포지티브 방식이다. 결격사유 없어야 하고 조합비 납부해야 한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명부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게 안 되면 다른 방안을 찾는 과정을 밟으면 된다.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신인수 : 비대위와 직무대행은 구분해야 한다. 만약 비대위를 구성하려면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목적이 차기 직선제 도입이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이 바라는 비대위가 직선제를 위한 비대위일까. 정리해고 반대면 모르겠지만 직선제 비대위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조합원 토론이 많이 필요치 않다고 했다. 경청할 만한 의견이다. 그러나 지금 6명만 모여도 의견이 다 다르다. 제 결론은 민주노총 직선제는 실험이 아니라 현실이다. 하게 되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도덕적 책무가 있다. 10억~20억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조합원들의 피 같은 돈이고 비정규직 투쟁을 할 수 있는 돈이다.

그래서 직선제는 해 보고 고치고, 논쟁하고 고치고, 아니면 비대위 만들고가 아니라 하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지와 압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별에 ‘명부 주세요’ 그러면 될까. 아니다. 왜 우리 조합에서는 직선제 위한 명부를 제출하지 않냐는 압력이 아래로부터 제기돼야 한다. 직선제를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조합원이 민주노총의 주인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참여의식을 높이려는 것이다. 토론작업은 지난하고, 원칙적이겠지만 이를 회피하고는 방법이 없다. 차기 집행부가 원점에서부터 세밀하게 비판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관위 물적 토대에 중앙선관위가 있다. 이게 상근으로 바뀌어야, 다시 말해 욕먹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책임져야 한다. 직선제 안 되는 것에 대한 책임도 묻고, 직선제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선전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김용식 : 규약·규정을 그리 정리해 놓고 집행부에게 시행하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어쨌든 가결이든 유예든 집행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책임의 정점에 현 집행부가 있다.

규약·개정의 한계가 있었다. 직선제를 시행하려면 결국 우리 조건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은 안 된다. 하면 된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규약이나 규정의 모호함을 현실에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실현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런 얘기 지난 6월7일 토론회에서 했는데, 다들 가능하다고 했다. 10대 1로 가능하다고 했다. 현행에 규약·규정대로 직선제를 시행할 수 있는 조직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규약·규정부터 원점에서 개정하고, 정말 꼭 시행해야 된다고 간절히 원한다면 가능한 방법으로 고쳐야 한다.

김승호 : 공고를 해 놓고 이의가 들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한다? 이러면 선거 못 치른다. 금속노조 출범할 당시 선거규정 만들고 실제 치러 봤다. 투표행위 자체는 개인이 하는 것이다. 개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몇 군데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전 조직적 문제로 비화된다. 이렇게 하면 되고, 이런 경우는 저렇게 하면 되고, 이런 게 아니다. 사전에 예상가능한 문제를 다 검토해서 답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조직마다 선거 절차와 관행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서로 인정하는 조직 내 합의가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디서는 통돌이하고 어디서는 안 하고, 이게 문제가 되면 어찌 수습할 것인가. 선거인 명부 억지로 취합하면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단위에 맡겨 놓는 것과 그 명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책임 소재와 범위 자체가 다르다.

2만명, 4만명 선거에서도 예산이 엄청 들어간다. 실제 전임자가 필요하다. 그런 것을 민주노총 내부에서 검토했을 텐데, 검토가 잘 안 돼서 토론회에서 논란이 되는 듯하다. 조직 내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미 선거를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빨리 검토해야 한다.

김태연 : 집행부는 내용상 직선제 3년 유보안이지만 실제 집행하는 분은 3년 이상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폐기까지. 선거인단 제도나 그런 것은 옛날에 다 얘기됐던 것이다. 이게 대안으로 검토된다는 것은 직선제를 유예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6년 왔는데, 이 상황에서 집행부가 책임을 진다고는 하지만 불과 며칠 뒤 발생할 우려에 대해 ‘그냥 가 보지’ 하는 것 같다. 직선제에 대해 지금 민노총 상황에서 이 문제마저도 이렇게 되는 것에 대한 온도차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집행부 의견을 보니 같이 답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느낌이 든다. 답답하다.

김영훈 :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서 답답하신 건가.

김태연 : 전반적으로 그렇다.

정광진 : 일단 직선제는 조직혁신을 위한 전제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기에 직선제는 실시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새로 거듭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직선제 실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유예안을 낸 집행부가 문제다.

유예안을 제출하면서 그 어느 나라서도 직선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주장을 하는 동지들에게 220개 넘는 나라를 일일이 확인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직선제 통해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 현장으로부터 총연맹에 대한 애정을 불을 지펴 낼 수 있는 직선제의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그걸 또다시 유예시키는 것은 조합원에 대한 배신행위일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민주노총이 직선제 문제에 대해 슬기롭게 해법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사실상 비약을 한다면 유명무실해져 있는 총연맹의 지도력, 무색하게 흘려가는 80만 단결의 구심도 무너지는 건 순간일 수 있다. 직선제는 중요한 의미와 과제를 내포한다. 그냥 행정편의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김영훈 : 사실 저는 하반기 중요한 의제가 있음에도 오히려 직선제에 매달려서 거의 세월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전 세계 나라를 모두 검토해 보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몇 개월 운영해 오면서 중집 표결도 단 네 차례에 그쳤다. 다수결이 가진 근본적 한계에 직면했다. 그런데 왜 직선제가, 내가 사퇴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거 못하면 집행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과도한 얘기까지 나오는 것일까.

87년 도그마가 있는 듯하다. 직선제의 좋은 뜻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선거제도를 둘러싸고 지도부가 사퇴해야 하는, 이게 역설적으로 민주노총 혁신의 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직 내 민주주의를 복원하자는 것이고, 이게 추구하는 가치는 더 많이 단결하고 싸울 것이냐 인데, 지난 시기 어려워진 건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정파가 그것을 통해 분화했다는 말이 있는데,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선거를 치렀던 대중조직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왜 이거 하냐고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지 못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비대위 구성 등이 논의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겠다. 직선제를 하자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이리이리 하자고 하면 채택될 수 있다고 본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격조 있고 드높은 결정이 이뤄지면 그로부터 혁신이 시작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지탄받는 것은 아무런 결정도 못하기 때문이다. 소위 ‘대의원대회 유회’가 소수파의 유력한 전술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수결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직선제도 근본적으로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 10월30일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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