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11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사퇴의사를 공식화했다. 올해 연말로 예정됐던 임원직선제를 집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중집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선거제도가 혁신의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결정사항을 집행하지 못한 책임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저에게 있다”며 “제가 질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8일 열린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위원장·사무총장 동반사퇴, 정의헌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 구상을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은 “30일 임시대의원대회 이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중집에서 김 위원장은 “30일 대의원대회를 반드시 성사시켜 현장 대의원들이 활발한 토론을 하고 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전조직화를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김영훈 ‘사퇴 의사’ 배경은=김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임원직선제 유예안을 제출했다. 같은달 26일 대의원대회에는 2013년 임원선거부터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한 현행 규약을 2016년 임원선거부터 적용하는 내용의 규약개정안을 상정했는데, 성원미달로 해당 안건을 논의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유예안 제출과 관련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대의원대회 유회 이후 김 위원장은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직선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규약에 따라 10월8~9일 임원선거 공고를 해야 하는데,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면서 본의 아니게 규약을 어기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선제 실시를 주장하는 일부 의견그룹의 사퇴압박과 “유예안 통과를 위해서라도 위원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산별단위들의 압력도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상집에서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집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과 규약을 어기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위원장 사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또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의원대회 전에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고 중집에서 비대위를 꾸려 이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한 상집위원은 "김 위원장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직선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왜 위원장만의 책임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직선제 준비 부족이 이유라면 (준비를 제대로 못한) 산별대표자들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중집위원은 "대의원대회에서 유예안이 부결됐을 때 위원장이 책임지고 직선제를 치러야 한다"며 "사퇴하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직선제 유예안 통과될까=김 위원장의 사퇴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30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유예안이 통과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규약개정을 위해서는 출석대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최근 가맹산하조직들과 간담회를 하며 “위원장직을 사퇴할 테니 직선제 유예를 받아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난 번처럼 대의원대회 자체가 유회되지는 않겠지만 직선제 유예안이 부결될지 가결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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