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배전 하도급업체들이 서류상 거짓으로 전기원 노동자들을 고용해 3천억원에 가까운 인건비를 착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전기선로 개설·보수 업무를 하고 있다.

2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계약해 배전공사를 하는 대다수 하도급업체들이 정원 절반 이하 수준의 전기원 노동자만 고용하고 있었다. 한전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자격을 가진 전기원 노동자를 적정인원 이상 채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전 의원과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8월 한 달간 전국 배전업체 842곳 중 211곳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기원 노동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11곳에서 총 2천60명의 전기원 노동자를 보유해야 하는데, 실제 상근 전기원 노동자는 1천74명(52%)에 불과했다. 전 의원은 "배전업체는 한전과 계약을 위해 상근인력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서류상 거짓인원을 올려놓고 실제 작업현장에는 절반 정도의 노동자만 투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짓으로 등재한 인원의 인건비는 배전업체들이 착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한전의 2010~2011년 발주금액은 1조9천억원이다. 이 중 인건비는 5천800억원이다. 누락된 적정 보유인원 규모를 48%로 가정할 경우 같은 기간 배전업체는 2천800억원의 인건비를 착복한 셈이다.

적정인원 이하에서 이뤄지는 고강노 노동이 전기원 노동자들을 산업재해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해 노조에 신고된 전기원 노동자 사고는 사망 2건을 포함해 20건에 이른다. 김인호 건설노조 전기분과장은 "10명이 해야 하는 작업을 5명이 하니 사고가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전은 업체의 보유인원 현황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실사를 즉각 실시해 인원을 누락한 배전업체의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배전업체의 비리를 묵인한 한전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검찰은 이들의 비리와 유착관계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