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맹

공공기관의 임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정부가 노정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기관 노사 간 교섭의제인 임금과 노동조건이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진짜 사용자인 정부를 교섭 파트너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 어떻게 개선하나' 토론회에 참석해 "현행 공공기관 임금제도의 문제점은 모든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 의견이 반영될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와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노 부소장은 이날 '공공기관 임금제도 단체교섭 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형식적 사용자인 기관장은 노조요구에 '결정권한이 없다'는 식의 대처가 일반화돼 있어 기관별 교섭이 무의미한 상태"라며 "정부는 모범사용자로서 공공기관 임금결정 과정에서 최소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관별 격차 심각"=실제 역대 정부는 임금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공공기관노조와 교섭 또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관철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을 보면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 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실질임금이 삭감됐다. 공공기관의 임금은 흔히 ‘고임금’ 으로 비판받지만, 내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예산지침이 공공기관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데다, 과도한 성과주의로 공공적인 운영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공공기관의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6천만원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임금구성은 기관 유형별로 차이가 크다. 공기업은 상대적으로 기본급 비중이 낮은 반면 경영평가성과급과 기타성과상여금이 임금에서 20%를 초과할 만큼 성과형 급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위탁집행형)과 기타공공기관은 성과형 급여가 급여의 약 10%를 차지한다.

공공기관 임금수준이 높다는 인식 속에 그간 공공기관 내 저임금 사업장의 문제를 조명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임금수준은 산업 및 종사자 규모에 따라 민간기업보다 낮게 나타나는데, 30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표준산업분류상 비교가 가능한 14개 대분류 중 7개 분야에서 민간기업의 임금수준이 공공기관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국민 눈높이 감안해야, 노정교섭은 불가"=이 연구위원에 의하면 직원 평균연봉이 4천만원 미만인 공공기관이 전체 공공기관의 35%에 이른다. 대부분 기타공공기관이거나 다른 공공기관의 자회사들이다.

이들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공공기관 내 임금격차가 커진다. 자회사인 경우는 기업 실적이 좋더라도 모기업의 임금인상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의 정률인상 방식은 저임금 공공기관의 임금인상을 더욱 억제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공공기관 임금제도는 단체협약 차원을 넘어 정부의 재정전략과 폭넓은 사회적 의미를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며 "잘못된 공공부문 정책을 저지하고 공공의 사회적 역할을 키우는 사회개혁운동과 함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김성진 기획재정부 제도기획과장은 "공공기관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균형적인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 하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나 노정교섭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주체로 정부는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뿐"이라며 "교섭은 기관의 노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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