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쌍용자동차청문회가 열린다. 지금까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9년 구조조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먹튀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2천600여 노동자 해고사태 이후 노동자를 제외한 모든 행위자들이 이득을 챙겼다.

상하이자동차는 카이런 기술 이전, 코란도C 공동개발, 기술인력 빼가기를 통해 기술 획득이라는 목표를 100퍼센트 달성했다. 2004년 쌍용차 인수 당시 변변한 독자 차량 하나 없이 중국 내에서 조인트벤처로 미국·유럽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던 상하이자동차. 현재 중국에서 카이런 디자인에 코란도C 기술을 더한 자체 브랜드 SUV를 생산하고 있다.

법정관리인과 정리해고 사태에 관여한 회계법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 출신인 법정관리인 이유일씨는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등에 업고 2천600여명의 해고를 진두지휘했다. 결국 마힌드라에 쌍용차를 매각하고 현재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부정회계를 통해 쌍용차 자산을 5천200억원 넘게 축소시켜 쌍용차를 매장시키고,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만들어 낸 안진회계법인은 지금도 쌍용차의 외부감사로 활동 중이다. 정리해고 안을 만들었던 삼정KPMG는 마힌드라 매각주간사가 돼 떼돈을 벌었다.

이명박 정부는 회계부정과 이에 근거한 구조조정 덕분에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을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면제받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었다.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을 쌍용차에 찍자 사회적 논점은 정부 책임이 아니라 쌍용차 자체로 향했고, 정부는 금속노조를 사냥할 수 있었다.

결국 노동자들만 죽음으로 내몰렸다. 이번 청문회에서 묻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왜, 그리고 어떻게 노동자들만 이렇게 희생당했는가. 2008년 11월부터 2009년 8월6일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2009년 1월9일 쌍용차는 1월 말 만기 920억원의 어음과 4월 말 만기 1천5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중국에 2천400억원 상당의 대출계약, 상하이차에서 받을 600억원의 기술료와 260억원의 미수금이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3천300억원 가까운 현금동원력이 있었다. 돈이 있는데도 부도를 냈다는 것이다. 기획부도다. 상하이차는 2008년 11월께 코란도C용 차세대 디젤엔진 개발이 끝나자, 쌍용차를 부도내 버리고 중국으로 가 버렸다. 2009년 5월 사측은 구조조정의 이유를 유동성 위기로 인한 경영위기에서 찾고 있는데, 그 이유가 ‘기획’된 것이었다.

황당한 건 그 다음이다. 2008년 11월 차세대 디젤엔진 개발이 끝나는 시점. 당시 외부감사였던 안진과 쌍용차는 느닷없이 회사의 자산이 과대평가돼 있을 수 있으니 이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가 가진 건물·구축물·기계·공구 등의 유형자산을 재평가했다.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쌍용차 자산 5천200억원을 장부에서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외부에서 회사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 회사 재무제표에는 엄청난 변화가 발생한다. 자본이 삭감돼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유형자산손상차손이라는 항목이 커져 당기순손실이 급증한다. 이러한 회계 결과 단 3개월 만에 쌍용차는 부채비율이 168%에서 561%로, 당기순손실은 282억원에서 7천97억원으로 늘어났다. 장부상으로 순식간에 부도 직전 회사가 돼 버린 것이다.

최근 범대위에서 밝힌 바로는 이는 회계조작이었다. 쌍용차와 회계법인은 유형자산을 재평가하는 회계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유형자산의 실제 매각가치를 산정하게 돼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의도적으로 유형자산을 적게 평가해 손상차손을 높였다. 심지어 법정관리 기간에도 이를 가지고 마음대로 구조조정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법정관리 기간의 회계는 법정관리 이전 회계가 아닌 법정관리 기간에 새롭게 조사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했다. 회계법 위반에다 파산법 위반이다.

그런데 이렇게 쌍용차를 부실기업으로 만드니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피’한 상황이 됐다. 떠나는 상하이차는 자본철수의 명분을, 상하이차를 붙들지 못한 정부는 구조조정의 명분을 얻었다. 왜 회계조작이 필요했는지를 알 수 있다.

명분을 갖춘 다음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법정관리인은 거칠 것이 없었다. 삼정KPMG와 함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만드는데, 그 내용이 또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대형 SUV를 만드는 쌍용차가 중소형 차가 주력인 현대차보다 차 만드는 시간이 더 걸리니 생산부문 노동자를 절반 가까이 잘라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이렇게 생산부문 2천300여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이게 2008년 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단 6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20일 청문회에서는 이 6개월간 벌어진 일을 다시 파헤쳐 보려 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쌍용차·정부·파산법원·회계법인·산업은행·금융감독원 등 한국경제에서 힘 좀 쓴다는 모든 주체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다. 앞으로 무수하게 반복될 정리해고를 막아 내는 일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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