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노동기본권 문제를 살피기 위해 방한한 국제노동기구(ILO) 대표단이 18일 오후 여의도 벽산건설노조 사무실에서 건설노조와 화물연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등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대표단이 18일 특수고용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나 한국의 노동기본권 침해실태를 청취했다. 컨택터스로 상징되는 용역업체를 앞세운 폭력적 노무관리 문제도 주요하게 제기됐다.

◇“I know Contactus”=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대 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건설·화물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ILO가 수차례 한국정부에 건설·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임금을 제대로 못 받기 때문에 사용자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팀 드 메이어 ILO 국제노동기준 및 노동법 선임전문위원은 “ILO 중앙이사회에서 승인한 최고수준의 권위를 가진 권고안을 계속 무시하는 한국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ILO는 지난 3월 말에도 한국정부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과 특수고용노조의 산별·총연맹 가입 보장을 촉구한 바 있다.

오지환 금속노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은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용역업체를 동원한 폭력적 노무관리 실태를 증언했다. 그러자 “컨택터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맞장구를 친 팀 드 메이어 선임전문위원은 “용역업체를 동원한 폭력적인 노조탄압이 전국적으로 제도화되고 있다”며 “법을 집행해야 할 공권력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적인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댄 커니아 ILO 노동자활동지원국 국장은 “한국정부가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럽연합(EU)·미국 등을 활용해 다방면으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ILO 신임 사무총장의 임기 동안 핵심 과제 7가지 중 하나가 바로 비정규직과 불안한 고용형태에 대한 것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ILO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업무방해죄, 세계에 없는 노조탄압법”=이에 앞서 댄 커니아 국장 일행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댄 커니아 국장은 “한국이 ILO 핵심협약 8개 중 4개만 비준한 상태”라며 “경제성장에 걸맞은 사회발전을 이루는 데 환노위가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확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촉구한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그는 업무방해죄에 대해 “한국에만 있는 법적 조항”이라며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편향적인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용주들이 법을 우회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환노위 여당 간사)은 “(한국이)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비정규직 차별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핵심협약 비준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노동운동에 엄청난 탄압을 하고 있어 조직 노동운동이 위축됐고, 노동기본권 자체를 보장하지 않아 비정규직처럼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권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이번 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계희·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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