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2년 9월13일(목) 오후 5시

■ 장소 : 서울 신촌 CNNtheBiz

■ 참가자 : 김금수 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김승호 사이버노동대학 이사장·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권한대행·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이광남 전 한국노총 위원장직무대행·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원보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상 가나다 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뒤풀이 참석)

■ 사회 : 부성현 매일노동뉴스 경영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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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매일노동뉴스가 올해 스무 살 청년이 됐다. 1992년 7월 PC통신망으로 시작한 이후 20년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동반자로서 한 길을 걸었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유일한 매체인 매일노동뉴스가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도약을 준비한다. 그 첫걸음으로 노동운동의 멘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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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여름을 떠나보내는 가을비가 내린 지난 13일 오후 5시. 젊은이의 거리 신촌에 ‘그들’이 떴다. 만남의 장소는 옛날 독수리다방이 있던 그곳, ‘신촌 CNNtheBiz’라는 낯선 이름의 세미나 카페였다. 이날 특별좌담회에는 좀처럼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양대 노총 노동운동 선배들이 대거 참석했다.

‘스무 살’ 매일노동뉴스를 만난 선배들은 할 얘기가 많았다. 이날 공개된 매일노동뉴스 재무제표를 보고 놀라 "혹시 분식회계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매일노동뉴스가 20년간 버틴 것도 놀라운데 최근 3년간 흑자를 낸 것이 믿기지 않았던 탓이다. 향후 양대 노총 통합 이후 매일노동뉴스의 진로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1국1노총 시대가 열리면 노동진영이 매일노동뉴스를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노총에 대해 밖에서 쓴소리를 할 언론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부딪혔다. 매일노동뉴스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지켜봤던 이들이 던진 값진 조언을 지면으로 옮겨 본다.

박승흡 : 올해 매일노동뉴스가 20주년을 맞았다. 20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다. 노동운동 선배들이 울타리가 돼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은 양대 노총을 기반으로 노동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지켜 주신 분들이다. 현재는 역사의 맥락 속에서 존재한다. 매일노동뉴스가 가고자 하는 길을 선배에게 먼저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3년간 토대로 닦아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려 하다. 허술하고 부족함이 많다. 좋은 말씀 기대한다.

김금수 : 매일노동뉴스를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 노회찬 전 대표가 하던 것을 박승흡 회장이 맡게 됐는데, 내가 박 회장의 등을 떠밀었다. 노동연구소와 비정규센터, 복지센터와 노동언론 등 밖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노동운동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순탄한 길이 아니어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권했다고 후회도 했다. 새로운 도약을 한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박인상 : 매일노동뉴스 초창기 때부터 우리나라에 이런 언론 하나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매체에서는 다루지 않는 노동의 이야기가 매일노동뉴스에는 있다. 한때 한국노총에서 매일노동뉴스가 민주노총 기관지라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기사도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투쟁하는 곳에서 기사가 나오니까 으레 그랬다. 한국노총 조합원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는데도 언론의 조명을 못 받으니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다. 양대 노총을 떠나 모두 다 조합원이다. 이제 매일노동뉴스에 묻고 싶다. 언제 종합일간지로 바꿀 것인가. 매일노동뉴스가 커질 때 노동자의 권리도 보호되고 신장한다. 어서 커 가라.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류봉투 하나를 들고 이원보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등장했다.

이원보 : 늦은 이유부터 말하자면 민주노총이 개최하는 ‘노동자대투쟁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느라 그랬다. 백수가 된 뒤 시간이 많아 공부 좀 하겠다고 나흘간 열리는 심포지엄에 매일 참석했다. 개근상 욕심이 나더라. 나와 함께 개근상을 노리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다.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오늘 이 자리에 같이 오려고 했는데 단 전 위원장이 개근상 욕심이 낫는지 공부를 더 하겠다고 해서 혼자만 빠져나왔다.

매일노동뉴스가 벌써 20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김금수 선생님 말씀처럼 노동네트워크를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언론·복지 등 여러 시도가 있었다. 물론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매일노동뉴스는 이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일간 노동전문지로 자리 잡았다. 이제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조준호 : 사실 오늘(13일) 통합진보당을 탈당했다. 마음이 울적하다. 그래도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기록해 준 매일노동뉴스가 20년을 맞아 전망을 고민한다고 해서 이 자리에 왔다. 선배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

홍희덕 : 조준호 전 위원장과 같이 오늘 오전 11시에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다 알다시피 평생을 미화원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2000년 입당해 몸담아 온 당을 떠나자니 마음이 아프다.

투쟁의 현장을 가장 생생하게 보도하는 매일노동뉴스는 에둘러서 전하지 않더라. 한국사회에서 20년간 지켜 온 것을 높게 평가한다. 매일노동뉴스가 계속 살아남기 위해 양대 노총이 먼저 구독부터 늘려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이수호 : 박승흡 회장과 같은 교사노동자 출신이다. 그와 나는 애와 증의 사이다. 어쩌다 90년대 초 감옥에서 그를 만났다. 박 회장은 “나가서 돈을 왕창 벌어 큰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짜 돈을 많이 벌더니 한국비정규노동센터도 만들고 매일노동뉴스라는 언론도 키우더라. 감옥에서의 결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큰일 하겠다고 생각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이 분당됐을 때 비상대책위원회에 있던 나는 박 회장을 보쌈하듯이 당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오늘 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상처 입고, 낫고, 새롭게 출발하면서 우리가 커 가는 것 아니겠나. 박 회장과 매일노동뉴스가 더 새롭게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보태겠다.

김승호 : ‘원로’라 불러 걱정된다. 아직 발로 뛸 수 있는 급수인데. 다른 말로 불러 달라.(웃음) 사이버노동대학도 재작년 10주년을 거쳐 20주년을 향해 가고 있다. 노조도 아니고 정당도 아니어서 외발자전거 타는 심정으로 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도 비슷할 것이라 본다. ‘월급 제때 나오냐’는 질문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이심전심이다. 매일노동뉴스가 고생 엄청나게 한 걸 안다. 백년대계 어렵지 않다. 20년 왔으니 앞으로 20년 더 가고, 또 30년 가고 이러면 100년이 되지 않겠나.

이용득 : 매일노동뉴스가 20년 오면서 우리 사회와 노동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간지로, 노동전문지로 존재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매체다. 오늘은 매일노동뉴스가 일종의 ‘기업설명회’를 하는 자리다. 그렇다면 100년을 가기 위한 어젠다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 노조는 길을 헤매고 있다. 방향 설정부터 잘못됐다. 노조의 조직률은 계속 떨어지는데 설명조차 제대로 못한다. 정치권은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노동에 대해 무지하고 무식하다. 관심을 가지려고도 안 한다. 노조활동가도 잘못됐고, 정치권도 잘못됐다면 매일노동뉴스부터 100년을 설계하는 담론을 위해 뭔가 만들어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예컨대 양대 노총의 통합이 있다. 이 문제는 20~30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포장마차에서 아무런 감동도 없는 술안주로 떠돌고 있을 뿐이다. 노조도 정치도 잘못하고 있는 이때, 매일노동뉴스가 양대 노총의 통합을 말할 수 있다. 고용보험도 그렇다. 지난해 5조6천억원의 보험료 수익이 있었는데, 그중 1조원만 노사에게 맡겨 봐라. 노동부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발굴해서 매일노동뉴스가 향후 100년을 말해야 한다.

이광남 : 박인상 선배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한국노총 위원장직무대행을 잠깐 했는데 이 대열에 낀 게 쑥스럽다. 매일노동뉴스가 20년 동안 버텨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 이제 독자가 제한된 한계를 뛰어넘었으면 한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려면 먼저 ‘사회노동뉴스’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언론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매일’을 빼고 ‘사회노동뉴스’로 만들어 독자도 늘려서 한층 더 폭넓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남순 : 20년이라니, 참 빠르다. 매일노동뉴스가 92년 창간됐을 당시 금융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이후 노동운동에 몸담으면서 어느 노조사무실에 가더라도 매일노동뉴스부터 찾았다. 매일노동뉴스를 봐야 노동계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20년을 왔으니 앞으로 망할 일은 없겠다. 누적적자 없이 최근 3년간 흑자를 낸 것을 보면 안정적이지만, 매출액이 비슷비슷해서 확장성은 떨어진다. 20년을 맞아 독자층을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필요하다. 제약과 한계가 있겠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봤으면 한다.

권영길 : 언론계로 복귀한 전 정치인 박승흡 회장과 매일노동뉴스에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또 박인상 위원장을 비롯해 양대 노총의 역대 위원장을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웠는데 그 기회를 오늘 만들어 줘서 고맙다.

오늘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가 두 개 열렸다. 하나는 민주노총에서 열린 87년 노동자대투쟁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이다. 나흘간의 토론을 마무리하는 종합토론이 진행됐는데, 어두운 기조의 발제가 있었다. 87년 체제가 막을 내렸다. 87년 체제를 이끌던 사람들도 저물고 있다. 그때의 30대는 이제 50대, 60대로 접어들었다. 근데 희망적이지 않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절망적이다. 위기다. 대안이 보인지 않는다는 발제가 이어졌다. 가슴이 답답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에 이어 매일노동뉴스 20년을 되새기는 자리를 갖고 있다. 현장 노동운동이 활성화돼야 매일노동뉴스도 발을 맞춰 갈 텐데 걱정이다. 87년 체제를 마감하는 노동운동의 전망은 어둡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문제도 있지만 노동운동 내부의 원인도 크다. 앞으로 매일노동뉴스가 어떻게 될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 매일노동뉴스가 이대로 잘돼서 위기의 노동운동을 이끄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 본다. 세계 어디에 가도 언론매체들은 도산 직전이다. 뉴욕타임즈도 마찬가지다. 국영을 제외하면 규모에 관계없이 언론사들이 문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데 매일노동뉴스는 20년을 생존했다. '매일노동뉴스'라는 외형을 유지한 것 자체가 대단하다. 그런데 재무제표의 숫자를 보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기적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직무대행도 이날 특별좌담회에 함께했다. 그는 “매일노동뉴스 울타리를 맡아 왔던 노동운동 선배들이 새로운 100년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을 보여 줬다”며 “양대 노총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 차례였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유일의 노동일간, 노동계의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에 머물러 있지만 매일노동뉴스의 미래는 노동언론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중심축이자, 노동 중심 종합일간지”라고 강조했다.

“노동 중심 종합일간지를 만들다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렇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가치입니다. 양대 노총도 끊임없이 그러한 시도를 했지요. 두 노총에는 각각 노동과 희망, 노동과 세계라는 기관지가 있어요. 솔직히 과거에 비해 조합원의 관심을 못 받고 있습니다. 단위사업장의 경우 노보조차 대행사의 손을 거쳐 만들어요. 노동언론 생태계는 위축되고 있는 반면에 조·중·동은 어떤가요. 사보는 어떤가요. 어떤 기업은 노사보(노무분야 전문 사보)만 여러 종류를 발간합니다. 자본언론의 생태계는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매일노동뉴스의 책임이 큽니다. 선도적인 어젠다를 제기하고 끈질기게 이끌어 나가지 못한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위축된 노동언론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장기전이 될 것 같습니다. 100년 가는 매일노동뉴스에 투자하십시오.”
 

에필로그

이날 특별좌담회에서는 양대 노총 통합 이후 매일노동뉴스의 위상에 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양대 노총이 통합하면 싱가포르노총처럼 수익구조를 위해 기업을 소유할 수도 있다”며 “언론사업 분야에서 매일노동뉴스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논쟁의 시작이었다. 박인상 전 위원장은 “노총 기관지라면 사용자는 배척하고 노동계의 목소리만 전하는 일방적인 매체가 될 수도 있다”며 “매일노동뉴스의 역할이 아니다”고 반대했다. 박성국 대표는 “중국총공회가 펴내는 공인일보는 독립언론으로 7대 일간지에 포함될 정도로 크다”며 “양대 노총이 통합한 환경이라면 매일노동뉴스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좌담회에 이어 인근 식당에서 열린 뒤풀이에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합류했다. 양대 노총 노동운동 선배들은 매일노동뉴스의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20년, 97~98년 명동성당에서 맞았던 겨울과 노동법 투쟁의 잔상, 스스로 만들었던 진보정당을 탈당한 회한을 토로하면 소주잔을 부딪혔다.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은 “노동운동 선배들의 충언과 고언을 가슴 깊이 되새길 것”이라며 “지난 20년을 걸어온 것과 마찬가지로 뚜벅뚜벅 작지만 알찬 성과를 바탕으로 정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언론 생태계 복원, 어떻게?


1992년 창립한 매일노동뉴스의 역대 기사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면?

노동인물 프로파일과 노동조합 임금·단체협약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노동정보뱅크가 있다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는 언론의 실시간 속보를 접할 수 있다면?

매일노동뉴스가 밝힌 ‘노동언론 생태계 복원’ 사업의 단편이다. 매일노동뉴스는 노조 홈페이지와 노보·기관지와 연동되고, 노동단체의 원천자료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한 노동포털을 구상하고 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노동콘텐츠의 다양성과 전문성·현장성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3년간 20억원을 증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노동언론 생태계 복원을 위해, 100년 가는 매일노동뉴스의 공식 파트너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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