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하 국제노총)에서 한국 노동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는 19일에서 2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주최로 한국 무역정책에 관한 점검 회의가 열리는데, 한국 노동상황 보고서는 국제노총의 의견을 반영하게 된다. 영문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17쪽에 달하며, 국제노동기준의 측면에서 한국의 노동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한국의 노동권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라고 생각돼 두 차례에 걸쳐 상·하로 나눠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다. 이번 글에서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에 관한 측면을 요약한다.

국제노총은 보고서에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87호와 제98호를 한국 정부가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법률상 노조결성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많은 규제와 제한을 가하고 있다.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조 전임자수를 축소시켰고, 노조 전임자 제도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ILO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이 법률적 간섭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노사가 자유로우면서도 자발적으로 교섭할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공무원도 노조결성권을 갖고 있지만, 관리·인사·노사 문제를 다루는 공무원은 물론 군인·경찰·소방관·정무직·고위직에게는 결사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ILO는 “모든 직급의 공무원들이 임무와 기능에 관계없이 자기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결사를 조직할 권리를 갖는다”고 지적하면서 여기에는 소방관·교정직·교육관련 종사자·근로감독관 및 지방 공공서비스 종사자들이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국가 및 필수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공무원과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파업권에 어떠한 제한도 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단결권도 허용돼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노조 지도부를 강제로 출국시킨 정부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ILO는 “항고 중인 노동조합 지도부를 국외로 추방하는 조치의 경우 노동조합 활동에 심각하게 개입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노총은 결사의 자유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 역시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고 말한다. 합법적인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남발되고 있는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조항이 대표적이다. ILO는 “불법적인 파업의 경우에도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를 구금하거나 체포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방해) 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결사의 자유 원칙에 맞게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국제노총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서도 단체교섭권이 소수노조에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측이 어용노조의 관리를 통해 진정한 단체교섭을 회피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우려한다. 공공부문의 경우에도 단체교섭은 허용되나, 교섭의제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루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임금·복지·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목적 이외의 파업을 불법화함으로써 단체행동권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한다. 또한 법원이 구조조정·민영화·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경영권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이에 대항한 파업을 허용하지 않는 등 사법부가 소송 과정에서 친(親)사용자 성향을 띠고 있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공익서비스와 대기업의 단체행동을 불법화하는 일방적인 중재권을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ILO의 필수서비스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파업권과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시각을 보인다. 또한 철도·전력·군수산업·의료·은행·통신 등 불필요하게 많은 사업을 필수서비스에 포함시킴으로써 노동자의 파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ILO는 “전체 국민 혹은 일부의 생명, 개인의 안전, 혹은 건강을 위협하는 서비스로 파업권 제한을 적용할 것과 강제중재 발동권을 관련 당사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로 이관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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