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장려해 온 유연근무제 일자리 10개 중 6개는 시간제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취지와 달리 주로 미혼여성이나 고령자 같은 취업취약계층이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2년 유연근무제 활용 현황 집계’ 결과다.

통계청은 분기별로 실시하는 지역별고용조사에 올해 처음으로 유연근무제 관련조항을 포함시켰다. 정부가 장려하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실태점검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근무시간이나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조정하는 제도다.

조사 결과 지난 3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13.4%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유형별로는 시간제 근로(59.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를 다시 종사자 지위별로 살펴보면 임시·일용근로자(78.5%)의 비율이 상용근로자(26.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정규직 일자리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27.6%), 혼인 여부로는 미혼자(13.9%), 성별로는 여성(18.6%)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율이 높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취업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통계청 고용통계과 관계자는 “직업생활과 가정생활의 만족도를 함께 높이자는 유연근무제의 취지를 감안하면 상용직이나 기혼자의 비율이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아르바이트와 같은 시간제 근로에 종사하는 인원이 월등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러니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낮았다. 상용근로자의 51.8%가 "향후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임시·일용직근로자는 32.9%만이 "유연근무제로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편 유연근무제의 또 다른 유형으로 일-가정 양립이라는 취지에 가까운 출퇴근시간 자율제(17.2%)나 선택적 근로시간제(9.2%), 탄력적 근로시간제(7.8%), 재택·원격근무제(2.9%) 활용빈도는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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