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통합진보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었던 민주노총이 지지를 철회하면서 통합진보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8월 총파업 투쟁 △임원 직선제 △통합진보당 사태 후속조치 안건 등을 논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통합진보당 관련 내용은 마지막 안건으로 다뤄졌다.

◇민주노총, 통합진보당과 완전한 결별=민주노총은 이날 중집 회의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로 했다. 조건부 지지 철회에서 전면 지지 철회로 돌아선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달 26일 통합진보당 의원단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민주노총은 "현재의 노동중심성 확보와 1차 당 중앙위 결의 혁신안이 조합원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결정은 표결로 이뤄졌다. 재석 표결권자 39명 중 27명이 찬성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오전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지지철회 결정에 대해 "우리는 지지를 복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통합진보당 내의 자체적인 자정능력을 보이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당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향후 정치방침은?=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이 "당내의 어떤 세력이나 정파 간의 이해와 무관한 민주노총의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신당권파와는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호희 대변인은 중집 후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이 혁신계 분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집에서는 집단탈당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훈 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단으로 탈당하거나 개인적으로 탈당하는 부분은 총연맹 차원에서 결의할 성격은 아니다"며 "입당이나 탈당은 개인의 사상이나 양심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고, (중집에서도) 집단탈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 특별위원회(새정치특위)에서 새로운 정치방침을 논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새정치특위에서 마련한 정치방침은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채택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내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 하더라도 당분간 민주노총 내에서 독자적인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모색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바로 신당을 창당한다든지 그런 세력에 조직적으로 지지한다든지 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내의 분란이나 정파 간의 충돌이 민주노총 내부로까지 유입돼 민주노총 자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금은 냉정하게 지난 시기를 성찰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새로운 진보정치의 길을 각자 모색할 때"라고 밝혔다.

◇총파업 앞두고 16일부터 거점농성=이달 말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총은 16일부터 전국 16개 지역에서 거점별 농성을 시작한다. 민주노총은 농성 돌입과 함께 총파업 투쟁 계획을 발표한다. 이번 총파업의 목표는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 재개정 △장시간 노동 단축 △민영화 저지 등이다. 민주노총은 중집에서 "최근 자행되고 있는 SJM·만도 등 민주노조 파괴에 혈안이 된 정권 자본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날 중집에서 가장 논의가 길게 이어진 것은 총파업 관련 안건이었다. 민주노총은 당초 이달 28일을 총파업 돌입 날짜로 정했다. 그런데 이날 상황을 점검한 결과 28일을 총파업 전야제로 잡은 지역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9일 지역총파업에 돌입하고 30일 지역별 투쟁, 31일 서울집중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총파업 전에 최종 점검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금속노조 소속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 총파업 전 교섭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실제 파업 동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직선제 시행 여부 다음달 최종 판단=올해 말로 예정돼 있는 민주노총 첫 임원직선제 시행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다음달 6일 중집으로 미뤄졌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3일 "7월20일까지 취합된 조합원 명부, 조합비 납부 증빙자료, 투표구 선관위 구성 등 기초자료로 보면 현재로서는 직선제 시행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실무진에서 판단했을 때 올해 말 직선제 시행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중집에서는 임원직선제 실시가 2007년 4월에 확정된 데다, 몇 차례 연기된 끝에 올해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다시 결의된 만큼 최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조직은 조합원 명부와 선거인명부 확정기준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다음달 3일까지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직선제 실시에 대한 종합의견도 내놓는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6일 중집에서 직선제 안건을 추가로 논의한 뒤 같은달 26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 점검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인 만큼 다소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최대한 준비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최종 판단은 다음달 대의원대회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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