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천막은 찢기고 부러져 흉물스레 저기 남았다. 새터 찾아 떠돈 이들이 또한 밤새 버텨 저기 남았다. 잊힐까 두려운 이들의 숙명, 밀고 당기는 난리 통이 저들의 머물 곳이다. 대한문 앞, 오랜 풍경처럼 익숙해진 자리 떠나 여의도를 찾았다. 영정과 촛불, 향로 따위 많지도 않은 살림을 듬성 꾸렸다. 천막을 뚝딱 지었다. 그러자 난리 통, 지난밤 물고 뜯긴 상처가 저기 덩그러니. 돌아갈 곳, 머물 자리도 없는 유목민들이 또한 덩그러니. 동그라미 속 웃는 얼굴, 어느 유력 대선후보의 캠프 앞마당. 거기 쫓겨난 유민(流民)의 베이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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