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서 정리해고 문제가 있는 사업장 15곳을 살펴본 결과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략적 선택이 정리해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정리해고 실태분석 결과발표 및 당사자 증언대회'에서 '정리해고 사업장 유형별 분석 및 대안'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달 현재 정리해고 문제가 있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은 파카한일유압(34명)·동서공업(15명)·시그네틱스(32명)·대우자판(380여명)·콜트악기(29명)·콜텍(24명)·풍산마이크로텍(58명)·한진중공업(172명)·KEC(229명·79명)·보워터코리아(5명)·홍진HJC(7명)·흥국생명(21명)·K2(93명)·코오롱(78명) 등 15곳이다. 전체 정리해고 인원은 1천420여명이다.

이종탁 선임연구원은 "사업장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본 결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정리해고 당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파악한 결과 파카한일유압·시그네틱스·콜트악기·한진중공업(조선)·흥국생명·K2 등은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워터코리아의 경우 정리해고 이전에 실시했던 다양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업 경영상황이 호전되는 중이었다.

이 선임연구원은 "15개 정리해고 사업장 중 8개 업체는 재무제표상으로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노조와의 면접조사와 자료 검토 결과 재무제표상으로 나타나는 기업의 이익·손실 유무보다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략적 선택이 정리해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결과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됐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대우자동차판매(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업장에서 경영상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드러났다. 경영상 선택은 △지배구조 개편(주식 지분 변화) △기업의 분할과 분사 및 재배치 △생산시설의 이전 및 통폐합 등으로 나타났다. 파카한일유압의 경우 기존 공장의 생산 아이템을 새로 설립한 법인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기존 공장 생산물량이 줄었고, 한진중공업의 경우 국내 물량 수주를 줄이고 해외공장 수주를 늘리면서 국내 조선소의 경영위기를 의도적으로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영상의 이유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정리해고 실시 여부를 사용자측이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고 있다"며 "경영상의 이유와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인원삭감인지를 확인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절차와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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