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통합진보당 의원단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됨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27일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전 원내대표는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전날 무효표를 던져 부결시킨 당사자인 김제남 의원은 “혁신을 위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와 심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아 “통합진보당의 성찰과 반성을 기대했던 국민과 당원께 또다시 죄를 지었다”며 “어제 의총은 국민에게 당의 새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제남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중단 없는 혁신은 신 당권파는 물론 구 당권파 모두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며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처리 한다면 이 두 세력 간의 화합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강동원·박원석 의원은 “김제남 의원은 부결시킨 속내를 밝히라”며 “공식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김 의원이 지난 23일 의총에서 25일 중앙위 이후 13명의 의원이 다 모인 상태에서 제명처리하는 데 합의했음에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회찬·심상정 의원이 몇 번이고 김 의원에게 확인한 사항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의원이 각자 판단해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합의를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통합진보당은 상당기간 방향을 잃고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와 심 전 원내대표 모두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숙고할 때”라고 말을 아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1천명 이상의 탈당자가 나오는 등 진통이 거듭되고 있다. 강동원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탈당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원단총회 이후 통합진보당 내에서는 더 이상 문제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되면서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통한 국회 퇴출방안에 민주통합당도 적극 나서라”며 “아직도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지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고삐를 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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