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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산업 파업과 SPC그룹] “출퇴근·청소까지 원청이 지시하는데 도급이라니…”

아이스크림 맛을 좌우하는 것은 공기다. 달콤한 맛과 향을 내는 재료와 유제품을 섞어 얼릴 때 공기를 얼마나 주입하느냐에 따라 아이스크림의 맛이 달라진다. 그런데 세계최대 아이스크림 체인점이라는 배스킨라빈스 한국(충북 음성)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눈물을 섞어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토로한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생산·판매하는 비알코리아 사내하청 노동자로 구성한 서희산업노조가 29일로 파업 82일째를 맞았다. 무엇이 한여름에 이들을 아이스크림공장이 아닌 뙤약볕 아래 거리로 내몬 것일까. <매일노동뉴스>가 배스킨라빈스 공장 곳곳에서 드러나는 불법파견의 정황과 근로기준법을 넘어선 장시간 노동의 실태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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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 중인 서희산업노조조합원들이 지난27일 오전 서울 신논현역 인근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처음 비알코리아에 입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사실 면접에서 떨어졌다가 추가로 붙었거든요. 그때가 97년 4월이니까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지금은 서희산업 아이스크림 생산라인의 주임인 정인철(37)씨는 원래 비알코리아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2001년 4월 비알코리아 총무팀 부장이 그를 불러 “회사가 현재보다 커지면 세금을 많이 내게 되는데 차라리 그 세금으로 월급을 높여 주는 게 낫지 않겠냐”며 당시 처음 들어보는 ‘국제산업(서희산업의 전신)’이라는 회사로 옮길 것을 주문했다. 어쩔 수 없이 소속 회사는 달라졌지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정씨의 업무나 임금은 이전과 다름없었다.

“월급을 주는 회사가 비알코리아에서 국제산업으로 바뀌었을 뿐 모든 것이 똑같았어요. 2001년 6월 경기도 안양의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비알코리아 창립 기념행사에도 갔었죠. 가수 인순이가 와서 노래를 부르고 비알코리아 전 직원들이 모여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게임을 했습니다. 전 그때 비알코리아 대표이사가 주는 모범사원 표창장도 받았다니까요.”

이후에도 비알코리아 창립 기념행사가 열릴 때 회사는 서희산업 노동자들에게 “위 사람은 평소 근면 성실하여 맡은 바 책임을 충실히 이행했으며, 타의 모범이 되고 회사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하므로 표창한다“는 내용이 적힌 모범사원 표창장을 줬다. 93년 비알코리아로 입사했던 김아무개씨는 2008년 비알코리아에서 수여하는 ‘15년 근속패’를 받았다.

비알코리아, 채용면접부터 진급심사까지 개입

정씨는 “국제산업은 사실 유령회사였던 것 같다”며 “국제산업 소속이었을 때 은행에 대출받으러 갔는데 회사법인 등록이 안 돼 있다며 대출불가 판정을 내리길래 회사에 따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공장 생산직원들이 모두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환된 것은 2004년이다. 이 때 하청업체 명칭도 서희산업으로 바뀌었다. 2001년부터 2004년 사이 배스킨라빈스 하청노동자들의 월급통장을 보면 일부는 비알코리아에서, 또 다른 일부는 국제산업에서 임금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한국노총 화학노련 관계자는 “소속 회사는 달랐지만 하는 일은 차이가 없었다”며 “원청과 하청 소속 노동자들이 혼재해 근무한 형태로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배스킨라빈스 음성공장이 완전히 외주화된 뒤에도 비알코리아는 서희산업의 경영에 개입했다. 서희산업 노동자들이 입사할 때 비알코리아 생산팀 관리자들이 면접을 봤다. 기능직원 진급심사도 비알코리아가 관여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위를 생크림 등으로 장식하는 데코레이션 담당 우아무개씨는 비알코리아 관리자들 앞에서 진급 테스트를 받았다. 조아무개씨는 2005년 12월 바쁜 시기에 휴가계를 냈다는 이유로 비알코리아 생산팀 관리자로부터 진급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서희산업 노동자들의 연차휴가 사용도 비알코리아가 관리했다. 정씨는 “휴가계를 내면 지금은 서희산업에서 처리하지만 2010년 이전까지 비알코리아 경리직원이 휴가계를 가지고 가서 생산팀장에게 제출했다”며 “당시 비알코리아 생산팀장은 휴가계를 낸 서희산업 직원들을 불러 ‘조퇴로 대체하라’거나 ‘지금은 바쁘니 다음에 쓰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생산기계도 비알코리아 소유

비알코리아는 2010년까지 주별·일별 작업지시서를 작성해 서희산업 노동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올해 3월 비알코리아가 작성한 ‘라인별 평균 작업인원 분석’ 자료를 보면 케이크 라인과 디저트 라인에 시간대별 생산인원과 기계 청소시간까지 분 단위로 작성해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다. 오전 조기출근자가 퇴근하는 시간부터 필요한 계약직원(단기 아르바이트) 규모까지 상세하게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비알코리아측은 “작업지시는 제품의 완성을 위해 제공한 일종의 기술지도일 뿐”이라며 “서희산업 생산에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인사노무도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희산업은 2010년 이전까지 생산직 80명을 제외하면 대표이사와 경리·소모품 담당직원 2명이 전부였다.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기계도 비알코리아의 소유인데, 이를 서희산업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강윤 서희산업노조 위원장은 “정상적인 도급계약이었다면 도급단가를 생산량에 맞춰 지급해야 하는데 비알코리아는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비알코리아와 서희산업은 아이스크림 1텁(Tub)당 혹은 케이크 한 개당 가격을 기준으로 도급단가를 책정한다. 그런데 초기에는 비알코리아가 인원에 비례해 노무비 총액를 하청업체에 주면, 하청업체가 이를 개별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독립적 사업체로서 서희산업의 실체가 의심받는 이유다.

지옥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공장이 가장 바쁜 시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매년 10월부터 그 이듬해 1월까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다. 정씨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새벽 4시30분 출근해서 다음날 1시까지 일한 뒤 다시 새벽 4시30분에 출근하는 날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생산이 이뤄지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10-4-10' 근무형태로 전환된다. 10시간 일하고 4시간 기계를 정비한 후 다시 10시간 일하는 시스템이다. 사실상 주야 2교대 형태로 운영되는 셈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배스킨라빈스는 골라먹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대박’을 쳤다. 4~8가지 맛을 하나의 케이크에 담아 골라먹을 수 있도록 한 조각 케이크인데, 전 세계 배스킨라빈스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지난해 연말 3주일 만에 10만개의 주문이 몰리는 등 50만개나 팔렸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일손도 바빠졌다.

“조각 케이크는 하나하나 사람 손이 들어가야 해서 작업시간이 많이 걸려요. 정말 고생이 많았죠. 그런데 비알코리아측이 정규직은 200% 성과급을 주고 비정규직인 우리에게는 50만원을 준다는 거예요. 그렇게 억울하고 서운할 수가 없더라고요.”

크리스마스 시즌 성과급 차별은 이번 파업의 불씨가 됐다. 서희산업노조가 거세게 항의하자 회사측은 성과급으로 80만원을 지급했다. 화가 난 조합원들은 그중 50만원을 파업기금으로 냈다.

“외주화는 경영방침, 파업 장기화하면 공장 철수”

지난달 서희산업노조와 화학노련은 비알코리아를 불법파견 혐의로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에 고발했다. 이채필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비알코리아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해 불법 소지가 있으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당사자와 모기업인 SPC그룹과의 관계도 있어 다소 시간일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 하청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을 약속한 비알코리아는 "5년 뒤 사회분위기가 성숙하면 정규직 전환을 고려해 보겠다"고 버티다가 파업 75일 만인 이달 23일 교섭을 재개했다. 비알코리아측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협상장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열린 교섭에서 비알코리아 피터 홉스 전무는 “배스킨라빈스의 생산 외주화는 글로벌 경영방침”이라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한국공장을 철수하고 주변국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수입해 판매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노조가 “배스킨라빈스가 85년 한국에 처음 진출해 2001년까지 생산공장을 직접 운영한 것은 글로벌 경영지침에 따른 것이냐”고 따져 묻자, 회사측은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못했다. 이강윤 위원장은 “11년간 잘못된 노동관행을 바로잡고자 노사가 합의한 것인데, 노사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이제 와서 공장 철수 운운한다면 SPC그룹 전체로 투쟁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미영 기자

‘식품업계 삼성’ SPC그룹과 싸우는 서희산업 노동자들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손에 든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오가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투쟁머리띠를 매고 훈련소 조교처럼 양손을 허리춤에 걸친 모습이 엄숙해 보이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배스킨라빈스 음성공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사내하청(서희산업) 노동자들이 난생 처음 상경투쟁에 나선 지 29일로 82일째를 맞았다.

매일 아침 서희산업 노동자들이 모이는 서울 여의도 35번지 한국노총 건물에서 인도네시아 대사관 방향으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화려한 인테리어의 커피점문점 파스쿠찌가 나온다. 바로 옆집은 고급 베이커리 파리크라상이다. 빌딩숲 한가운데 나란히 자리한 두 가게는 하루종일 주변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가장 잘 팔린다는 파스쿠찌 아이스 카라멜라떼 보통컵 한 잔에 5천원, 파리크라상 판매대에 진열된 빵 한 개 값은 평균 2천원을 웃돈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점심시간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파리크라상의 빵값에 놀라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노총 건물에서 여의도역 쪽으로 3분만 걸어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파리바게뜨가 나온다.

배스킨라빈스·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파스쿠찌는 공통점이 있다. SPC그룹 소속 계열사이거나 대표 브랜드다. 삼립식품·샤니,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코리아(비알코리아), SPC LIS, SPC 캐피탈, 밀다원이 SPC그룹의 계열사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파리크라상이 핵심 브랜드다.

‘식품업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SPC그룹은 올해로 창업 62년을 맞은 토종기업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모델이 된 창립자 허창성 회장이 초기 브랜드인 상미당을 만들고, 장남인 허영선씨가 70년대 삼림호빵·삼립크림빵 같은 히트상품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이끌었다. 90년대 들어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지만, 86년 설립된 파리바게뜨가 공격적인 사세 확장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까지 대박을 치면서 식품업계의 공룡으로 몸집을 키웠다.

배스킨라빈스 음성공장의 두 번의 파업

서희산업은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두 브랜드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음성공장의 사내하청업체다. 이 회사 노동자 83명 중 25명은 원래 비알코리아의 정규직이었다. 비알코리아는 2001년 “임금·복지 조건을 똑같이 해 주겠다며” 생산직 직원들에게 서희산업으로 전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임금과 복지에 차별이 생겼다. 기존에 없던 연봉제가 도입된 것이 본격적인 차별의 시작이었다.

2005년 음성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이스크림을 전국의 매장에 배달하는 화물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파업의 불똥이 아이스크림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튀었다. 파업에 따른 영업손실이 발생하자 서희산업은 기존의 시급제가 아닌 연봉제가 적용되는 직원을 뽑기 시작했다. 시급제가 적용되는 직원들에게도 등급에 따라 급여차별을 두기 시작했다. 99년 비알코리아 정규직으로 입사해 지금은 서희산업 소속인 김아무개씨는 “회사는 서희산업으로 바뀌었지만 직원들 휴가계 처리까지 비알코리아에서 직접 처리했다”며 “비알코리아가 파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급여체계 개편을 주도한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2005년 음성공장에서 발생한 최초의 집단행동은 노동자들의 완패로 끝이 났다. 파업에 참여했던 화물노동자 33명은 1년 뒤 모두 계약해지됐다. 그 뒤 화물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떻게 됐을까. 이를 취재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재 아이스크림을 운송하는 이민호(가명)씨는 “회사에서 언론 인터뷰에 일체 응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끝내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파업 중인 서희산업노조를 통해 “회사가 ‘최신 냉동시설을 갖춘 차량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화물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압력을 가해 어쩔 수 없이 내돈으로 탑차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전해왔다.

“아이스크림 선두기업답게 노동자 대우해야죠”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7년 만에 음성공장에 다시 긴장이 흐르고 있다. 노동자들은 “우리는 원래 비알코리아의 정규직이었다”며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노동자들의 공장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서희산업은 노동자들이 빠진 자리에 회사 관리직과 용역업체 일용직 노동자들을 대체 투입해 아이스크림을 생산하고 있다. ‘그린티·쿠키앤크림·초콜릿’ 등 일부 품목은 외부업체에 생산을 위탁한 상태다. 이강윤 서희산업노조 위원장은 “위탁업체가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는 일부 아이스크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세균이 검출됐다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의 발표가 있었다”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내세우는 배스킨라빈스가 위생에 문제가 있는 업체에 생산을 위탁한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배스킨라빈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파업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혹시라도 아이스크림에 문제가 생겨 영업정지 처분이라도 받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김상현(가명)씨는 비알코리아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파업사실을 접했다. 인터넷을 뒤져 파업의 원인을 살펴보기도 했다.

“가게를 꾸려 가는 입장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를 하청업체로 보낸 회사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비알코리아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이잖아요. 기업의 위상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거저 주는 돈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한 대가잖아요.”

그는 "파업 이후 매장에 납품되지 않는 품목이 생기고 일부 케이크류는 데코레이션이 바뀌는 등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루빨리 파업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은회 기자

SPC그룹 “질 높은 일자리에 기여”… 과연?

SPC그룹측은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 등 계열사에서 여성인력 고용 활성화에 적극 앞장서고, 고용의 질 향상과 취업기획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파리크라상은 2년 연속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세금우대와 근로감독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

SPC그룹의 또 다른 자랑은 2010년 설립한 사내대학인 SPC식품과학대학이다. 정부도 SPC 사내대학에 대해 기업이 부담한 비용 일부를 고용보험으로 환급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이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사내대학을 우수사례로 보고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비알코리아 아이스크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정인철(37)씨도 SPC그룹 사내대학에 다니며 보장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정씨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열쇠는 SPC그룹이 갖고 있다. SPC그룹은 서희산업 파업사태와 관련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노조측에 "서희산업 노동자 80여명을 직접고용하면 수천명에 달하는 SPC그룹 계열사 하청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비알코리아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약속하고도 뒤집은 이유가 SPC그룹의 이 같은 방침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SPC그룹의 사내하청 규모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도급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 계열사 가운데 사내하청을 두고 있는 곳은 삼립과 비알코리아 정도다. 삼립은 사내하청 비율이 52%, 비알코리아는 37%로 조사됐다. 가장 규모가 큰 파리크라상은 사내하청이 아예 없었다.<표 참조> 그런데도 신명기업·명진기업·에스엘푸드 등 제과제빵업종 하청업체들이 '파리바게트 생산직 모집' 채용공고를 심심치 않게 내고 있다. 정부 통계에 드러나지 않은 사내하청업체를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김미영 기자

파리바게뜨 점주들이 입 다문 이유는?

서희산업 노동자들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관심의 초점은 다시 SPC그룹으로 옮겨가고 있다. SPC그룹이 사세를 키워 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SPC그룹의 성장은 대표브랜드인 파리바게뜨의 성장과 동일선상에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절반이 파리바게뜨에서 발생했다. 파리바게뜨의 성장은 동네빵집의 소멸과 궤를 같이한다. ‘○○제과’나 ‘○○당’은 추억의 이름이 됐다. 대한제과협회 회원사를 기준으로 지난 2000년 1만7천여개에 달했던 자영업자 제과점은 11년 만인 지난해 4천500여곳으로 급감했다.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점포수 3천개를 돌파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맹점주들에 대한 파리바게뜨 본사의 횡포는 유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5월 외식업 분야 650여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진행한 결과 매장의 이전·확장을 강요하거나, 인테리어를 교체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본사의 횡포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2009년부터 3년간 파리바게뜨의 단순 리뉴얼, 매장이전 확장 매장은 262개나 됐다. 전국 매장 9곳 중 1곳꼴이다. 물가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발생하면 제품 출고가를 높여 비용부담을 가맹점과 소비자에 전가하는 경영방식에 대한 비난여론도 높다.

그럼에도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횡포를 외부에 알리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재계약 거부와 같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중소도시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김소영(가명)씨는 “거의 매일 본사 직원들이 매장상태를 점검하고 가는데, 최근에는 언론취재에 일체 응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서울 강남구 주요 상권의 매장에서도 “아무것도 대답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울 강북지역의 또 다른 매장에서는 “말해 주기 어려우니 다른 매장에 가서 물어보면 안 되겠냐”는 답변을 들었다.

서희산업노조의 파업으로 SPC그룹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그룹 차원의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구은회 기자

김미영 구은회  ming2@labortoday.co.kr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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