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채필 장관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노조법 개정에 대한 재의 요구 등 장관의 발언이 국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 장관은 유감을 표했다.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6일 첫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재의요구 발언을 놓고 한때 파행 위기까지 몰렸다. 두 차례나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가 이채필 장관의 ‘유감’ 발언 뒤 가까스로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쌍용자동차 해고사태와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문제를 다룰 소위 구성을 놓고는 여야 위원들이 설전을 벌였다. 야당 위원들은 기업명을 뺀 정리해고나 산업재해 관련 소위로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일부 여당 위원은 청문회를 통해 문제를 풀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오만방자한 장관, 사과하라”

노동부의 19대 국회 첫 업무보고는 시작부터 제동이 걸렸다. 야당 간사인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장관이 지난 17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 회의와 한 경제지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장관은 “국민의 뜻과 괴리되는 방향으로 노조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헌법에 따른 재의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국회는 헌법의 3권 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며 “국회에서 입법을 하더라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는 국회와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무위원인 장관이 국회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업무보고를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업무보고 전에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이 장관이 “국무위원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했던 발언도 논란이 됐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재계 입장과 비슷하다는 장하나 의원의 지적을 장관은 모독으로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장관의 발언은 이희범 경총회장이 했던 얘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장관이 입법권을 모독하거나 그렇게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경협 의원과 한정애 의원도 거들었다. 김경협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은 상정되지도 않았는데, 법안 내용도 모르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하는 의도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한정애 의원은 “노조법 개정은 극소수 노조간부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나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법안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발언”이라며 “국무위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정치적 중립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채필 장관은 “어렵게 개정된 법이 연착륙되고 있는데 산업현장에 잘못된 시그널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하겠다는 뜻이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이 장관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든지,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발언 과정에서 오해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쌍용차·삼성백혈병 소위, 여야 이견 여전

야당이 요구했던 쌍용차와 삼성전자 백혈병 관련 소위 구성안의 경우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위원들은 논의 과정에서 쌍용차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명을 뺄 수도 있다고 협상안을 내놓았다.

반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일한 의견을 내지 않고 백가쟁명식 제안을 내놓았다. 최봉홍 의원은 “소위를 구성하면 노사문제를 정치문제로 끌고 가는 것”이라며 “청문회를 하든 공청회를 하든 구체적인 사실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서용교 의원은 “개별사업장 이름을 빼고 산업재해와 정리해고 소위로 가는 게 맞다”며 “환노위 정수에 비해 소위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제대로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의원은 쌍용차 소위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려면 회사의 정상화방안까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식경제위원회까지 포함해 쌍용차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반면에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상임위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심도 있게 논의하자”며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소위 구성은 다시 여야 간사 간 논의의제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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