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

도대체 정부는 왜 민영화를 추진하는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공공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장기투자가 필요해 단시간에 이윤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자본을 투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공공부문이다. 철도·항공·항만·도로·가스·전력 등 국가기간산업과 산업발전을 위해 급속히 국가자본에 의해 구축돼야만 했던 인프라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삼성이 제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한전과 철도 등의 자산을 한 번에 매입할 수 없고 운영할 능력도 없다. 재벌기업 혹은 초국적 자본이 공항 일부를 매입하거나 공항의 운영권을 탐낼 수는 있어도 공항 인프라 전반을 소유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한전의 송·변전망, 철도의 하류부문인 레일, 가스의 인수기지와 주배관망 등은 그 자체로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장기간의 투자와 운영 과정에서 비로소 이윤이 창출될 ‘공간’이 열렸다. 철도 KTX 수서-평택 혹은 경부선 라인, 가스의 신규 도입·도매부문, 전력의 복합화력에서 이제는 석탄화력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는 장기간의 투자로 이제 비로소 재정적 안정에 도달한 영역 중 “딱 돈이 되는” 일부 영역을 경쟁도입이라는 이름으로 사유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민영화를 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비로소 돈이 되니 민간자본이 탐을 내는 것이고, 그러한 민간자본의 요구에 부응해 온 것이 역대 정부와 현 MB정부의 민영화 정책이다.

MB 정부 말. 끝까지 챙길 것은 챙기자고 나선다. 한미FTA 발효로 인해 민영화 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역진방지조항으로 인해 시장화된 영역을 공공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이제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걸고, 한미FTA의 모든 개방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가 제안하는 공공서비스 기본법은 △철도·도로·전기·가스 등 국민의 기본적 생활수요 해결과 국민 생산활동의 토대가 되는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를 무분별하게 사유화해 국민의 공공복지보다 기업의 영리와 특혜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사유화를 규제하는 제한적 사유를 규정하고 절차적으로 통제할 목적에서 △불가피한 사유화시 고용보장, 재공영화 절차 추진 등 사유화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공공서비스 대상은 우선 철도·전력·가스·수도·도로·항만 등 주요 인프라 산업으로 출발했다. 의료와 교육 등 사회서비스 전반에 대해서는 향후 과제로 남겨 둔다. 무분별한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하고 미래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기존에 사유화된 영역에 대한 재공영화, 즉 재국유화를 가능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사유화 및 사영화의 제한조건만이 아니라 재공공화·재공영화를 위한 절차와 조건을 명시해 공공서비스 공공성을 방어하고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오로지 민영화와 매각대금을 맞추기 위해 분할한 전력산업의 재통합도 필요하다. 현재 발전회사 경쟁체제는 경영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원가절감·인원감축·정비기간 단축을 앞다퉈 수행한다. 발전설비의 불안정성은 잇따른 사고를 낳았고, 2011년 9·15 정전사태를 불러왔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 한전의 누적적자가 8조원인데, 민간발전회사들은 일반상장기업을 상회하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규법안인 전력산업 통합에 관한 법률과 함께 전기사업법 개정 등을 통해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2008년 MB정부는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통해 가스산업 민영화 정책을 재추진했다. 최근 GS가 보령에 인수기지 건설을 시작하면서 민간의 직도입을 통한 가스산업 민영화 정책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도시가스사업법 전면 개정을 통해 직도입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적어도 도입·도매부문에서는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2004년 12월 제정됐다. 기존의 철도청에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으로 분할하는 전제가 된 법이자, 철도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을 목적으로 신설된 법이다.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이 아니라 사유화를 위한 법에 불과하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개정해 경쟁창출과 이윤추구 논리를 벗고 공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으로 철도가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물·전기·가스·철도는 국민의 것이라는 촛불의 외침은 여전히 살아 있다. 민영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호도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지키는 마땅한 권리행사가 필요하다. 법·제도 개편은 권리 행사의 첫걸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을 공공부문으로, 공공성을 담지하는 공공의 영역으로 지키기 위한 국민의 애정과 행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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