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기관사의 연이은 자살과 관련해 코레일이 기관사 전원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사고가 일어나면 해당 직원의 징계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노사가 함께 사고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4일 철도노조(위원장 이영익)와 코레일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달 29일 사고에 따른 기관사의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최소화하고, 안정된 업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서는 △직무스트레스 측정 설문조사 실시와 대책 마련 △사고관련자 인사제도 개선방안 마련 △사고 원인규명 제도 마련 △스크린도어의 단계적 설치, 역통과 방지장치 개선 △심리상담 및 치료 △정신적 안정 위한 위로휴가(5일) 부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기관사들의 자살과 사고는 내부의 잘못된 규정과 직무상 여러가지 외부조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코레일이 합의서를 통해 이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며 "사고의 원인을 직무상 문제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코레일 철도기관사 박아무개씨와 최아무개씨는 지난달 11일과 23일 사고에 따른 공항장애와 적응장애로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일 만에 두 명의 기관사가 잇따라 업무에 기인한 불안으로 자살한 것은 철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노동계와 안전·보건단체들은 "허준영 전 사장 취임 후 효율성만 강조하며 모든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경영방식에 따른 무차별적인 징계가 기관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해 왔다. 최씨의 유족은 "이번 죽음은 과도한 징계와 직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직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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