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통합진보당 중앙당기위가 지난달 29일 밤 두 의원과 조윤숙·황선 비례대표 후보의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제명징계안을 확정했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 개원협상을 하면서 두 의원의 자격심사에 합의했다. 두 당이 해석을 놓고 미세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으나, 방향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으로 모아지고 있다.

◇중앙당기위 제명 확정=통합진보당 중앙당기위는 지난달 29일 두 의원을 포함해 4명의 징계자가 낸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1일 공개된 중앙당기위 심사결정문에 따르면 전국운영위원회와 중앙위원회가 결정한 순위경쟁명부 비례당선자와 후보자의 총사퇴 결정은 합당하고, 당원이라면 거역할 수 없는 당명이라는 데 과반수 위원이 동의했다. 1차 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해서도 “진상조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된 비례대표 후보선거는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결정했다. 중앙당기위는 지난달 26일 전국운영위가 채택한 2차 진상조사보고서 역시 “사퇴 결정을 부정할 만한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해석했다. 또 “장애인명부는 순위결정명부가 아니라 전략명부”라는 조윤숙 후보의 주장도 기각했다.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이석기 의원은 “중앙당기위는 강기갑비대위의 거수기로 이석기를 제명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제명한 것”이라며 “진보정당사 최악의 당내숙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진실은 패권과 위선에 맞서 끝내 승리할 것”이라고 말해 사퇴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조윤숙 후보는 “중앙당기위 결정은 원천무효”라며 “강기갑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제명 압박=간헐적인 발언으로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던 민주통합당은 아예 자격심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지난달 29일 개원협상을 타결하면서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양 교섭단체별로 15인씩 공동으로 발의해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자격심사를 수차례 언급했다. 지난 5월30일에는 “두 분이 자격심사 요건 중 적법한 당선인인가에 해당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헌법재판소의 2001년 7월 결정을 예로 들었다. 다만 “자격심사 절차를 거치려면 상당한 기일이 필요하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협상에서 달라진 것이라곤 자격심사 대상에서 김형태·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이 빠진 것뿐이다.

자격심사안은 윤리특위의 심사보고서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공조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비례대표 순위가 민주적으로 확정돼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정할 수 있느냐다.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거대 정당 간 야합으로 언제든지 정치적인 희생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석이 분분하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자격심사에 대해 “부정선거가 입증되고 국회의원 자격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는데, 자진사퇴나 당 차원의 사퇴조치가 없을 시에 국회 윤리위를 통한 자격심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당의 원래 입장이 확인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합의사항의 문안으로 볼 때 ‘선 사퇴 또는 당 차원의 제명’이 전제조건은 아니다”며 “민주통합당은 협정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대표 후보들, 새누리-민주 합의 비판=통합진보당 당대표 후보들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합의에 대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강기갑 후보쪽은 1일 성명을 통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의원제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새누리당의 종북색깔 공세의 일환에 민주통합당이 동참해서는 결단코 안 될 것”이라며 “당내 절차가 진행 중에 있고 당의 자정능력으로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기 후보 역시 “비리와 부도덕, 부정이 확인된 김형태·문대성 의원에 대한 제명부터 추진하지 않고 당내 해결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당 의원의 제명만 추진한다면 누가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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