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산업재해 입증책임을 근로자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입증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제도를 개선하라고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19일 “현행 산재보험제도를 전통적 제조업 일변도에서 화학물질을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첨단 전자제조업과 서비스업 확대라는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절차에서도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업무상 질병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근로자는 고도의 전문성 및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의학적 인과관계까지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피해근로자가 쉽게 산재인정을 받지 못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피해근로자는 질병에 걸린 사실과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제기된 질병이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은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입증책임을 배분하는 것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지속적·정기적 추가·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산업의 발달과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병이 발생하고 질병과 업무와의 인과성이 수시로 변하고 있음에도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명시한 질병은 2003년 이후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2008년 고혈압성 뇌증이나 협심증은 삭제됐다”며 “산업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발생·증가하는 직업병을 조사·검토해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으로 추가·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이 밖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을 민간인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등 독립성·공정성·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산재보험급여 신청서상 사업주 날인 제도는 피해근로자를 회유하는 목적으로 악용되는 만큼 이를 폐지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제도 개선에 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환영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입증책임 배분과 인정기준 개선에 대한 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며 “그간 관행으로 굳어 온 산재노동자 인권침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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