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인도에서는 노동자 수백만명이 참가한 하루 총파업이 있었다. 물가가 오르고, 공기업이 민영화되고, 비정규직이 남용되고, 사회보장제도와 최저임금이 유명무실해지고, 실업이 증가하고, 노동법이 위반되는데도 팔짱을 끼고 있는 정부와 자본에 항의하는 파업이었다. 파업은 금융·보험·광산·부두·항만 노동자들이 적극 참여한 가운데 인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분열된 노총들을 하나로 모은 총파업

파업을 주도한 11개 노총은 공동성명서에서 △2011년에만 9%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통제 △노동법의 엄격한 집행 △전국사회보장기금 신설과 미조직노동자들에 대한 보편적 복지 보장 △정규직 일자리의 비정규직화 중단과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 △최저 1만루피(200달러)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제도 개선 △보편적 연금제도 보장 △수익성 높은 공기업의 민영화 중단 △ILO 협약 87호와 98호의 즉각적인 비준을 주요 요구로 내세웠다.

2월28일 하루 전국 총파업의 가장 큰 의미는 이념과 노선과 정당으로 사분오열된 인도 노조운동이 하나로 뭉쳐 투쟁했다는 점이다. 인도 전국에 걸쳐 조직이 있는 노총은 큰 것만 따져도 12개가 넘는다. 영국 식민지 시기였던 1920년 전(全)인도노조회의(AITUC)가 노조운동의 유일한 중앙조직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냉전과 독립을 거치면서 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민족주의자 사이에 분열이 일어났다. 공산주의자가 AITUC를 주도하게 되자, 1947년 민족주의그룹이 인도국민노조회의(INTUC)를 따로 차렸고, 1948년 사회주의 그룹이 갈라져 나와 HMS라는 노총을 신설했다.

민족주의 노선도 좌우로 나뉘면서 1955년 우익민족주의 그룹이 BMS를 만들었다. 1960년대 중국과 소련의 분쟁이 격화되자, AITUC도 갈라져 1970년 중공 노선을 지지하는 인도노조중심(CITU)이 만들어졌다. 노동조직의 분열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됐다.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던 인도 노조운동이 공동의 요구를 내세우면서 통일된 투쟁을 전개한 것은 올해 2월28일 총파업이 처음이었다.

총파업에 적극 참여한 11개 노총의 지도부는 지난해 9월7일 인도의 수도 델리에 모여 회의를 갖고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항의해 하루 총파업을 진행할 것을 결의했다. 그 결정사항을 받아 노총 산하 산별조직들과 주 단위 지역본부에서 준비회의가 잇달아 열리면서 하루 전국 총파업의 토대가 닦였다.

자유화·민영화·세계화에 대항한 총파업 

1990년대 초부터 인도 정부는 ‘LPG’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LPG는 자유화(Liberalization)·민영화(Privatization)·세계화(Globalization)를 뜻한다. 이후 인도 경제는 세계경제에 통합됐고,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발전했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빈부격차의 심화, 실업자와 비정규직의 증가, 노동조합의 위축, 국가기구와 정당의 친자본화, 민주주의의 후퇴와 같은 그림자가 자리 잡았다. 성장과 발전의 과실은 부자와 자본가의 주머니에만 들어가고, 노동자와 농민과 서민의 주머니는 비어 갔던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인식, 이러다가는 기성 노조운동마저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각성이 2012년 2월28일 하루 전국 총파업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AITUC 사무총장 그루다스 다스굽타는 “규모가 큰 노동조합들이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하나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역사적인 사건이다. 최저임금 개선, 비정규직 보호, 물가 통제, 공기업 민영화 중단 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에 충분히 줬다. 그런 점에서 파업은 우리 앞에 놓인 유일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반민중적인 정부에 대항하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월28일 총파업이 인도 노동운동의 대단결과 혁신을 새롭게 북돋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념과 노선과 정당에 따라 반목하고 질시하던 노동조직들이 공통의 도전과 과제 앞에서 일치단결한 하루 전국 총파업의 경험이 인도 노동운동가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고취시켰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갈라진 노동조직들이 하나로 단결하는 총파업, 그리고 단 하루의 총파업이었지만 그 경험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인도 노동운동의 모습은 8월 총파업을 준비하는 한국 노동운동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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